[컬렉터, 역사를 수집하다] 저자 박건호 / 출판사 휴머니스트
평범한 물건 속에 깃든 살아 숨쉬는 역사 이야기

[일요서울 | 김정아 기자] 시간의 흔적을 머금은 수집품과 심오한 대화를 하며 역사 속 평범한 인물들의 삶을 되살려 내는 과정으로 특별한 역사 읽기를 시도한 저자 박건호의 신간 ‘컬렉터, 역사를 수집하다’가 출간됐다.

사람들의 삶을 모으고 역사의 흔적과 대화하는 일에 빠져 산다는 저자는 평범한 물건이 역사가 되는 순간이 가장 벅차고 가슴 뛰는 순간이라고 말한다.

밀양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국사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외국어 대학교 대학원 정보기록과에서 기록학을 공부한 저자는 컬렉터의 삶을 살아가면서 수집하고 모으는 활동이 곧 휴식이자 즐거움이라고 말한다. 전국역사교사모임에서 활동하며 ‘국사 수업자료집’ ‘주제별 슬라이드 수업자료집’ ‘노래와 소리로 보는 우리 역사’ 등 다양한 역사 교육 자료를 만들어 교편을 잡은 역사 교사들에게 도움을 주기도 했다. 또한 작은 수집품들을 애장하며 거기에 얽힌 하나하나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글을 쓰기도 했다.

저자는 30여 년 전 대학 1학년 때 선사시대 유적지에서 우연히 찾은 토기 파편 하나가 이러한 열정적인 수집의 시작이 되었다고 말한다. 사진은 물론이고 일기장과 영수증까지 온갖 증명서는 개개인의 삶과 일상이 담긴 역사의 훈장이라고 강조하면서 모으고 모으는 일에 열중한다. 이렇게 모아진 흔적은 자료에 숨겨진 역사적 코드가 되어 추적해 나가는 단서가 되고 시간의 희열과 감동으로 남는 현장의 조각이 되었다고 강조한다.

특히 책에서는 물건에 담긴 역사를 추적해 역사의 퍼즐을 맞추어 나가는 방식으로 컬렉터가 수집품과 대화하는 과정에 대하여 언급한 부분이 인상적이다. 저자가 물건에 담긴 이야기를 추적하는 과정은 독자들에게 새로운 역사 읽기의 참맛을 선사할 수 있다고 알린다. 이야기를 완성하기 위해 역사의 퍼즐 조각을 하나씩 찾아내고 맞추어 나가는 과정을 으뜸으로 여긴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한국전쟁 중 육상경기 대회 기념사진’ 에서 그 과정을 잘 보여주기도 한다.

더불어 책에서는 역사는 교과서가 들려주는 역사를 넘어 생활 속 자료들로 ‘살아 있는 한국 근현대사'를 접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왜냐하면 교과서에서 배우는 역사는 거대하고 구조적이기 때문이다. 교과서에 나오는 반쪽짜리 역사의 완성은 나름의 방식으로 각자의 삶을 기록한 흔적을 찾아나서는 여행에서 완성된다고 전한다.

저자는 “나의 수집은 단순히 과거의 물건을 찾아 모으는 행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역사의 흔적들과 끊임없이 대화하며 역사의 단편들을 만나고 이해하는 과정이다. 나는 역사의 흔적을 간직한 자료들을 찾고 또 수집했다. 일기장, 팸플릿, 신문, 잡지, 생활 문서, 사진 자료 뿐만이 아니라 크기나 재질에 구애 받지 않고 다양한 형태의 역사 자료를 수집하기도 했다. 그 자료들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어떤 것은 화난 표정을 짓고 있고, 어떤 것은 흥겨움과 기쁨의 감정을 담고 있기도 했다. 또 어떤 것은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과 슬픔을 간직하고 있기도 했으며 어떤 것은 삶의 표정이 그 속에 고스란히 투영돼 있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 책과 함께 읽을 만한 책으로는 저자 전강수의 ‘반일 종족주의의 오만과 거짓’ 심용한의 ‘읽기만 하면 내것이 되는 1페이지 한국사 365’ ‘한국의 다서’ 이영춘의 ‘영화 속 역사 깊은 이야기’ 등이 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