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의 편지


우리는 지금 승자독식(勝者獨食)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이긴 자가 모든 것을 다 가져갑니다. 1등만 살아남습니다. 2등은 존재의 가치가 떨어집니다. 어디를 둘러봐도 무한경쟁과 승자독식의 연속입니다.

언론도 무한경쟁과 승자독식이라는 시대흐름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특히 시사주간지 경쟁은 더욱 치열합니다.

소위 메이저 언론사가 발행하는 매거진 자매지부터 저희 같은 독립 언론사의 타블로이드까지 다양합니다. 시사주간지 시장에도 ‘밴드 왜건 효과’와 ‘언더 독 효과’가 상존합니다.

돈 많은 언론사가 내는 매체에 독자들이 몰리기도 하지만, 넉넉하지 않으나 알차게 만드는 매체에 독자들이 모입니다.

일간지나 인터넷 매체는 주로 속보경쟁에 치중합니다. 〈일요서울〉등 시사주간지는 상보경쟁과 심층취재를 합니다. 기사에 감춰진 내막을 파고듭니다. 그렇기에 취재강도도 세고, 취재범위도 넓습니다. 권력과 터부에 도전하는 근성 없이는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할 수 없습니다. 만약 있다면 정도를 비켜간 사이비일 확률이 높습니다.

〈일요서울〉이 올해로 창간 14주년을 맞았습니다. 우리나라 타블로이드 시사주간지 역사가 대략 16년이라 볼 때, 저희가 걸어온 길은 결코 짧지 않습니다.

“한 넝쿨에 달리는 호박은 아랭이, 다랭이”란 말이 있습니다.

‘그게 그거다’는 겁니다. 저희는 지난 14년 동안 외길을 걸어왔습니다. ‘그게 그거다’는 냉엄한 지적을 두려워했고, 화제와 특종의 역사를 기록해 왔습니다.

흔히들 시사주간지는 트릴레마(삼중고)에 빠졌다고들 합니다. 광고와 판매수익이 줄고 독자도 감소하는 위기입니다. 시사주간지 역사가 길지 않기에 당연히 겪어야하는 인고의 과정이라고도 합니다.

그러나 위기는 기회입니다. 위기라는 말은 위험과 기회라는 두 가지 뜻을 간직하고 있지요. 저희는 이 위기를 기회로 승화 시키고자 합니다.

모든 판단은 독자 여러분들의 몫입니다. 거대 자본을 앞세운 메이저 언론도 절대 못 다루거나 안 다루는 기사가 수두룩합니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쉽게 알권리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승자독식의 오만이지요.

오만은 결국 도덕적 해이를 부릅니다. 저희 〈일요서울〉은 승자독식의 오만을 단호히 거부합니다.

저희는 거대 자본이 없기에, 오만에 빠지기 쉬운 나태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저희에게는 자본의 논리에 휘둘리지 않는 근성과 끈기가 있습니다.

전설의 동물, 용의 긴 목에는 거꾸로 박혀 있는 비늘이 하나 있습니다. 역린(逆鱗)입니다. 용은 다른 건 다 용서해도 역린을 건드리는 자는 보복합니다. 역린을 건드리면 잡혀 먹힙니다.

저는 언론에서의 역린은 독자를 무시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민심이 천심이듯, 독자는 왕입니다. 작지만 강한 신문, 근성과 끈기가 살아있는 1등 시사주간지를 지향하는 ‘존재의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드는 마부위침(磨斧爲針)의 각오 다시한번 다지겠습니다. 오만한 승자독식을 빗댄 농부작가 전우익 선생의 말이 생각납니다.“혼자만 살믄 무슨 재민겨…” 〈일요서울〉독자 여러분의 변함없는 성원 당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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