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하마을의 정치학


‘작은 노무현 정부’가 태동하고 있다. 바로 노 전 대통령의 고향인 봉하마을에서다.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30-6번지’ 로 이사와 3만1873번째 진영읍민이 된 노 전 대통령이 대통령 임기동안에도 받지 못한 인기를 봉하마을에서 한 몸에 받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개방한 청와대의 하루 평균 일반관람객이 1천여명, 한 달간 3만명에 그치고 있는 반면 노 전 대통령이 살고 있는 봉하마을에는 하루 평균 3천여명, 주말에만 1만여명, 지금까지 30만여명에 가까운 인파들이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그는 현직 대통령도, 월드스타 비도 울고 갈 만큼 인기를 얻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징후가 심상치 않다. 노 전 대통령이 고향으로 돌아갈 당시 초심은 고향에서 한적한 노후를 보내고 싶어서였지만 친노 활동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노 전 대통령의 정치 컴백설은 구체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상당한 신빙성을 얻고 있다. 짧게는 1년 길게는 2년 안에 노 전 대통령이 본격적인 정치행보를 시작할 것이라는 말이 여의도에서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속담을 비웃기라도 하듯, 노사모와 친노 세력의 결집이 줄을 잇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인기상승과 노사모와 친 노의 세력규합, 무슨 상관이 있는 것일까.

정계 일각에서 돌고 있는 노 전 대통령의 정치재개설. 그 소문의 진상을 추적해본다.

노 전 대통령이 이달 중으로 ‘민주주의 2.0’(가칭)이라는 웹사이트를 구축한다. 노 전 대통령 측은 정치적인 색깔이나 의도는 없다고 극구 부인하고 있지만 이 사이트는 시민들과 소통하고 토론하는 사이버 공간이다. 당초 예상보다 늦어졌지만 김종민 전 대변인이 주도해 사이트 완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노무현 ‘마우스 정치’ 시작?

그러나 노 전 대통령 측에서는 먹은 마음(?)이 없다고 밝혔지만 거침없는 직언으로 유명한 노 전 대통령의 성격상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열린 공간에서 사이버 상에서 논객으로 등장해 정계를 향한 마우스 정치를 펼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노사모의 움직임도 활발해졌다. 노 전 대통령이 퇴임 전부터 노사모회원들과 모여 앞마당에서 삼겹살을 구워먹고 싶다는 바람을 보인 것처럼 가장 적극적인 우군인 노사모가 지난달 25일 봉하마을에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자원봉사지원센터’를 개소했기 때문이다.

노사모는 노 전 대통령이 귀향 이후 환경정화운동과 장군차 심기 등 환경 및 농촌문제 등과 관련해 활발한 행보를 보이자 체계적인 자원봉사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에 서울 구로구의 노사모 중앙사무국을 철수하는 파격행보까지 보였다. 뿐만 아니라 200여㎡ 안팎의 기존 농기계 보관창고를 개조한 자원봉사지원센터에 신은주 노사모 사무국장 등 3명 정도가 상근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곳에는 노 전 대통령과 관련한 자료가 일부 전시돼 있으며 향후 대통령 기념관으로 정식으로 문을 열 예정이다. 결국 노 전 대통령의 봉사활동이 지원보다는 노무현 기념관의 성격이 짙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서 ‘노무현이즘’이라 불릴 정도로 맹목적인 믿음을 보인 노사모의 성격으로 미루어 엄청난 세의 규합능력을 갖고 있는 이들의 존재가 태풍의 핵처럼 위력이 급부상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노무현 메시지는‘노사모 결집’

더군다나 노 전 대통령은 “노무현과 참여정부는 노사모를 빼고는 말할 수 없으며 노무현 역사의 핵심으로 정서적으로 역사적으로 노사모가 끝나지 않고 부활하기를 바란다” 며 “앞으로 민주주의가 발전한다면 노사모 같은 물결이 몇 번 세상에 흘러 넘쳐야 한다.

이젠 저도 한사람의 회원으로 노사모가 부활하도록 불씨를 지피고 살려 나갈 것이며 멀리 내다보고 역량을 비축해 뭔가 일을 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를 대비해 준비해나가자”고 말했다.

이 같은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을 놓고 각양각색의 해석이 난무하고 있다. 한때 정치세력으로까지 비화되기까지 했던 노사모의 결집에 다시 불을 지피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한 친노 세력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이해찬, 한명숙, 안희정으로 대표되는 친노파 의원들의 활동이 활발해졌다.

평소 ‘광장’이라는 타이틀을 자주 쓰는 참여정부의 핵심 인물인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주도하는 ‘광장’이라는 연구재단이 개소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여의도 친노 세력 규합 목소리

이 전 총리측은 진보 진영의 순수 싱크탱크라고 설명했지만, 대선과 총선을 거치면서 위축된 친노 진영과 연관이 깊어 의혹의 눈길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개소식에는 17대 대선과 18대 총선과정을 거치며 공식석상에 일제히 모이기는 처음으로 많은 친 노 세력이 재집결했다.

‘광장’의 이사장을 맡은 이 전 총리를 비롯 유시민 전 장관, 이화영, 한병도 의원과 노 전 대통령의 오른팔 격인 안희정씨 등 친 노 핵심인사들이 대거 운집했다. 이들 외에도 김원기 전 국회의장, 정동채 의원 등 당 중진 인사들도 참석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전 총리가 광장이라는 사랑방을 모태로 정치적 재기를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친 노 정당 창당이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또 친 노 그룹의 좌장격인 한명숙 전 국무총리는 지난달 30일 낮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지난 대선 경선 당시 자신과 이해찬 전 총리를 도왔던 의원들과 함께 오찬을 했다.

이 자리에는 이화영, 유기홍, 이광철, 김태년, 이경숙, 강혜숙, 신 명 의원과 노 전 대통령 최측근인 안희정씨 등이 참석했다. 이에 한 전 총리가 이 전 총리와 함께 친노 세력의 결집에 바람몰이 역할을 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또 노 전 대통령의 남자인 안희정씨도 본격적인 정치행보를 준비 중이다. 안 씨는 자신의 홈페이지의 ‘감옥 운동장 담벽의 민들레가 준 교훈’이라는 글에서 “베란다 빼곡히 화분을 키우며 세상을 이해하고 나 스스로를 이해하려 노력한다”면서 “세상을 이해하고 그 세상을 사랑하고 그래서 그 세상을 좀 더 나은 내일로 바꾸어 보고 싶은 게 우리 모두의 소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안 씨의 글이 올라간 뒤 4~5일 사이에 친노 그룹의 움직임이 적극적으로 바꿔 이들이 암묵적인 합의나 메시지를 받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편 안씨는 주변에서 권고를 받고 통합민주당의 최고위원 출마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 정계 관계자는 “친노의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매우 활발해 졌다” 며 “일각에서는 노 전 대통령이 머지않은 시기에 정치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이라는 설이 매우 타당성 있게 흘러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친노가 움직이고 있다. 또 노 전 대통령은 인기가 최고 정점에 있다. 한국경제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 귀향여파에 따른 방문객수가 폭발적 증가해 부가가치만 300억에 이른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계에서는 이러한 폭발적인 인기로 인한 정치적인 부가가치는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부분 대통령 퇴임이후 초라한 칩거를 했던 전례를 깨고 화려한 날개를 달고 있는 노 전 대통령. 현재 서울 여의도에서는 멀리 진해 봉화마을에서 퇴임 한 전 대통령의 밀짚모자 밑에 반짝 거리는 땀방울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 만큼 노 전 대통령의 이상열기가 상상이상으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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