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도자왕국” 자부… 그럼에도 ‘도자기전집’ 없는 현실 개탄

우리나라 고미술품 통해 한국의 아름다움 전하는 데 앞장서

“중국은 고려시대 비색청자를 천하제일로 손꼽아”

석경고미술연구소 황규완 소장

[일요서울ㅣ장휘경 기자] 도자기 제작의 선두주자인 중국에서까지 고려시대 비색청자를 천하제일로 손꼽으며 한국을 ‘도자왕국’이라고 극찬할 만큼 우리나라 도자기는 예부터 뛰어난 예술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최고의 문화유산인 고려청자와 분청사기 그리고 조선의 백자 등을 전문적으로 연구 분석한 도자전집 하나 없는 상황이다. 이에 최고의 조형예술인 도자예술에 50여 년 동안 애정을 기울여온 석경 황규완 소장이 안타까움을 표명하며 우리의 훌륭한 도자미술을 총망라한 ‘한국도자기전집’의 탄생을 위해 준비하기 시작했다.

 

황 소장은 그동안 우리나라 고미술품을 통해 한국의 아름다움을 전하는 데 앞장서 왔다.

한국미술에 대한 방대한 지식과 미술품을 보는 안목, 그리고 실력과 열정을 갖춘 황 소장은 한국 고도자기 자료집 작가이자 달항아리를 그리는 화가로도 유명하다.

한국 미술품에 대해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사람들이 모여 만든 석경고미술연구소를 운영하는 그는 우리 미술품의 의미를 일반인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미술을 널리 알리기 위해 세미나를 하고 대중강연도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도자기를 특히 사랑하는 그는 한국에 제대로 된 도자기 전집 하나 없다는 사실에 항상 허전하다. 삼국시대, 통일신라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 토기부터 고려청자, 분청사기, 조선백자, 백자청화 등 우리나라의 아름답고 다양한 도자기가 널리 알려지지 않는 것에 대한 갈증이 늘 존재하는 것이다. 선조의 유물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줄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고 우리나라 도자기를 공부할 때 일본에서 발매된 책으로 공부해야 하는 것에 서글픔까지 느낀다.

 

황규완 소장이 집필한 한국 도자기 자료집<br>
황규완 소장이 집필한 한국 도자기 자료집

우수한 한국 도자기를 널리 알리는 게 꿈

황 소장은 1990년대에 해저 유물 인양작업을 위해 필리핀에 갔다가 2003년 귀국한 이후 스스로 도자기 전집을 만들어 보겠다고 생각해 그 당시 수집한 자료만 6~7000점이나 됐을 정도로 도자기 전집 발간의 꿈을 오래전부터 갖고 있었다. ‘도자왕국’이라는 나라에서 도자기 전집 하나 없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는 생각에서였다.

한국도자미술을 정립하고 싶은 황 소장은 한국 도자기의 아름답고 우수한 면을 후대뿐만 아니라 해외에도 널리 알리는 것이 꿈이다. 그래서 그는 1915년에 출생했다가 지금은 타계한 재일교포 이병창 박사를 가장 깊이 존경한다. 이 박사는 일본에서 한국의 도자기가 얼마나 아름답고 우수한 예술품인지를 몸소 보여준 사람이다.

그는 평생 수집한 도자기 351점을 1999년 오사카시립동양도자미술관에 기증했다. 오사카시립동양도자미술관은 한때 일본 유력 재벌이었던 아타카(安宅) 그룹이 파산한 뒤, 남겨진 담보물로 지어진 미술관이다. 이른바 아타카 컬렉션은 중국 도자기의 정수와 한국 도자기의 정수만 모은 곳으로 유명하다. 비중은 개관 당시까지만 해도 반반 정도였다. 그러나 이병창 컬렉션이 기증되면서 한국 도자기 쪽으로 크게 기울었다. 이후 실제로 오사카시립동양도자미술관은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에 한국 도자기를 소개하는 강력한 중심지가 됐다.

이 박사는 도자기를 기증하기 이전부터 한국미술의 위상을 높이는 작업을 착실하게 펼치고 있었다. 70년대 초반부터 전 세계 유명 미술관과 개인 컬렉터를 찾아다니며 한국 도자기에 관한 자료를 모았다. 그리고 이 자료에 해설을 잘 붙여 1978년에 3권 1질의 ‘한국미술수선(韓國美術蒐選)’을 펴냈다. 한국 도자기의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위해 책에도 온갖 정성을 다 쏟았는데 그는 인도까지 직접 날아가 1살짜리 어린 양가죽을 사와 표지로 사용할 정도였다.

이 책이 나오자 그는 일본 전문대학 이상 290여 곳과 전 세계 500 대학 도서관에 이 책을 기증했다. 이를 보내 전 세계 학생들이 한국 문화의 정수를 살펴봐 줄 것을 바랐고 일본 내에서 자기 문화를 사랑하고 지키는 한국인의 이미지도 심어주기 위해 노력했다.

이처럼 한국 도자기에 대해 일찍부터 뛰어난 안목과 애정, 그리고 열정과 추진력을 갖고 있던 이 박사를 황 소장은 롤 모델로 삼고 있다.

 

석경고미술연구소 황규완 소장
석경고미술연구소 황규완 소장

“이제는 도자기전집 탄생시켜야 할 시기”

황 소장은 “이제는 우리가 ‘한국미술수선’보다도 더 훌륭히 집대성한 ‘도자기전집’을 탄생시켜 세상에 내놔야 할 시기다”며 “그래서 우리나라가 진정한 도자왕국임을 세계에 알려 한국의 문화를 드높이는 기회를 찾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도자전집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선행돼야 할 것들이 있다고 그는 말한다.

첫째, 도자기 학자들이 도자기전집 탄생에 대한 갈증을 진정으로 느껴야 한다는 것. 그는 “우리의 우수한 도자기에 깊은 애정을 가졌다면 진작 출판됐을지도 모르는 전집이 아직까지도 출판되지 못한 까닭은 무엇일까?”라고 반문했다.

둘째는 “누가 만드느냐가 중요하다”며 “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출판사와 전집의 유물을 선정하는 학자, 그리고 비용을 지불하는 후원자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중 제일 먼저, 산재해 있는 각 시기의 우수한 유물에 대한 자료사진과 역사적 미술평가가 제대로 되어있는 유물을 선정한 원고가 준비돼야 한다”며 “그러려면 실력과 뜻을 갖춘 각 시대별 도자기(토기, 도기, 청자, 분청, 백자 등) 학자들이 총동원돼 우수한 도자기전집 출간을 위한 ‘도자기전집 편집위원회’를 발족하는 것이 순서다”라고 말했다.

물론 ‘도자기전집 편집위원회’는 도자기 전문학자들로 구성돼야 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도자기 학자들은 교단학자들과 박물관학자들로 양분돼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 도자전집이 탄생하지 못한 것일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황 소장은 “도자전집 제작은 어느 한 학자 개인의 이익이나 명예를 위한 것이 아니고 본인들의 도자기 학문에 대한 깊은 애정의 결실이며 우리나라 도자기학자로서의 의무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교단의 학자든 박물관의 학자든 각자의 전문도자기 쪽의 유물을 선정해 지혜를 모아 완벽한 원고를 준비하면 도자기전집을 만드는 데 필요한 출판사와 후원자를 만나는 일은 그리 힘들지 않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황 소장은 “한국의 도자기전집이 탄생된다면 내 나라는 물론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도자기왕국이었던 빛나는 사실들이 한층 더 품격을 높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고무적인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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