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괴담’ 뒤엔 ‘파워게임’

지난 2월 27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곽승준 국정기획수석(오른쪽)과 박영준 기획조정비서관이 얘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실세 중 실세’, ‘왕 비서관’으로 통하는 박영준 기획조정비서관을 둘러싼 파워게임이 점입가경이다. 특히 청와대 1.2급 비서관 재산공개 당시 박 비서관을 둘러싼 음해성 루머가 그럴듯하게 퍼지면서 최고조를 이뤘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사실이 아니라며 일축하고 있지만 그 여진은 계속될 전망이다. 청와대 주변에서는 지난 4·9총선 직전 이상득 불출마를 주장한 ‘55인 선상반란’이 실패한 이후 박 비서관에게 불똥이 튀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나왔다. 일각에서는 박 비서관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한 반대 진영의 작업이 본격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청와대 권력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청와대 비서관 재산 공개를 앞두고 ‘100억원대 재산 보유설’, ‘초호화 아파트 거주설’, ‘대운하 개발지역 땅투기설’ 등 각종 루머가 나돌았다.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음해성 루머 뒤엔 청와대 권력암투가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무엇보다 이명박 대통령은 물론 친형인 이상득 국회 부의장의 최측근인 박 비서관 관련 음해성 루머가 구체적으로 돌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박 비서관을 잘 아는 청와대 핵심 인사는 박 비서관 루머와 관련해 “100% 사실이 아니다”며 “청와대 안팎에서 하도 말들이 많아서 내가 직접 만나 확인했다”고 말했다.


‘박영준 흔들기’ 진원지는

또한 그는 “현재 부인과 함께 61평 삼풍아파트에 잘 살고 있는데 엉터리 같은 말들이 나돌고 있다”며 “검증하려면 제대로 하라는 게 박 비서관의 심정”이라고 전했다.

오히려 이 인사는 각종 근거 없는 소문과 관련해 “청와대 안팎에서 재산 공개를 통해 박 비서관을 흔들기 위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청와대 내 특정 부서를 지칭하며 “그쪽에서 흘린 게 아니냐”며 “박 비서관이 청와대는 물론 당내에서 적이 많아 음해성 구설수에 오르내리고 있다”고 표출했다.

또 다른 청와대 비서관실의 관계자 역시 ‘낭설이다’고 내다봤다. 그는 “박 비서관은 정치를 잘 아는 사람”이라며 “괴담은 괴담일 뿐”이라고 관측했다.

박 비서관 관련 이런 저런 소문은 총선 전부터 시작됐다. 공천권부터 장관 후보자, 청와대 각료 인선 뒤에 박 비서관의 이름이 단골손님처럼 나왔기 때문이다.

일부 공천 탈락자와 반대진영에서는 장관 후보자와 청와대 인선에 문제점이 드러나자 그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구체적으로 정무라인과 홍보라인의 교체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당은 물론 청와대 일각에서도 흘러나왔다.

특히 박 비서관을 잘 안다는 청와대 이 인사는 특정 부서를 지칭하며 의혹의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이 부서는 지난 3월 전까지는 대통령실에 대한 자체 감찰 기능이 고유 업무였다. 그러나 청와대 직제개편과 더불어 감찰 기능이 박 비서관의 기획조정관실로 들어갔다. 박 비서관의 파워가 최고조에 이른 셈이다.

이로 인해 기획조정비서관실은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국정상황실과 민정수석실, 인사수석실 등의 업무들을 수행하는 막강한 힘을 갖췄다. 감찰 기능을 담당했던 이들은 고유 기능을 빼앗긴 것으로 판단, 박 비서관과 갈등 관계가 형성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박 비서관을 잘 아는 청와대 인사는 음해성 소문의 근원지로 이곳을 지목하고 있다.

한편 홍보파트의 C모 비서관 역시 ‘대운하 개발지역에 토지가 있다’는 등 음해성 루머로 곤욕을 치러야만 했다. 청와대 인사개편 단행 시 교체 대상으로 거론되던 인사들 중 2명씩이 근거 없는 악소문에 시달린 것이다.

또한 한나라당 정두언, 남경필 의원 등이 음해성 루머 근원지가 아니냐는 청와대 일각의 주장도 나왔다. 정 의원과 남 의원은 공개적으로 청와대 내 정무라인의 교체를 주장한 바 있기 때문이다. 특히 두 의원은 박 비서관의 구체적인 실명을 거론하며 박 비서관 흔들기에 나선 인사들이다. 청와대, 각료 인선에 있어 부실 인사와 검증의 총책임자가 박 비서관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최근 박미석 시민사회 수석 낙마와 쇠고기 전면개방에 따른 민심이반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권력에서 소외된 비주류 그룹들이 괴담을 통해 ‘박 비서관 흔들기’에 재차 나선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박미석 낙마 후임 ‘김대식’ 뒤에 박영준?

이명박 정부의 핵심 실세로 자리잡아가는 박 비서관의 위상은 이번 박미석 시민사회수석 후임자 인선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말도 나왔다.

학계 인사 중 우선적으로 김대식 동서대 교수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대통령직 인수위 시절 사회정책수석 물망에 올랐던 인사다.

김 교수는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외곽조직인 선진국민연대를 이끌었고 인수위에서는 사회교육문화분과위원으로 활동했다 박 비서관은 2006년 12월 김 교수를 안국포럼에 소개하는 등 친분을 맺어왔다.

이와 관련 청와대 인사는 “박 비서관은 인사권자가 아니다”며 “김 교수가 된다면 인수위시절부터 시민사회 관련 일을 했기 때문이지 박 비서관과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현재 고경화 한나라당 비례대표 의원을 비롯해 이성규 서울시립대 교수, 김상균 서울대 교수, 김연명 중앙대 교수, 문창진 전 보건복지부 차관, 유영학 보건복지가족부 기획조정실장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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