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지금 한랭전선이 덮쳤다


‘아침은 닭죽, 점심은 오리 훈제, 저녁에는 쇠고기 스테이크’ 이것은 한때 황제다이어트로 엄청난 감량을 했던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의 식단이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국정운영의 난국을 이겨내기 위한 최대의 식단 아이디어가 될 판이다. 이처럼 이 대통령의 뜻밖의 위기는 대운하가 아니었다.

바로 쇠고기 파동이 발목을 잡았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에 대한 국민적인 반발은 광우병 괴담에 이어 독도괴담까지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이에 ‘강부자’ 내각 파동에 이어 청와대 참모진의 투기의혹 논란, 광우병 괴담까지 얽히면서 이 대통령의 지지도는 반토막이 났다. 한나라당 부설 여의도연구소가 지난 5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취임 초 60% 안팎이던 지지율이 28.5% 나타난 것이다. 대통령의 20%대 지지도는 정권 말기에 나타나는 것으로 이는 충격적인 결과다. 이에 당 내에서는 일부 장관과 청와대 참모진의 위기관리능력 부재가 끊임없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청와대와 내각 일부의 인적 쇄신을 위한 칼바람이 불어닥칠 것이라는 전망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작게는 3~4명, 크게는 5~6명선으로 구체적인 리스트까지 나돌고 있다. 향긋한 5월 봄바람에 전국을 들뜨고 있는 가운데 한파의 바람이 몰아치고 있는 청와대. 그 이상 징후 속으로 들어가본다.

“민심을 수습하지 않으면 시민궐기가 일어날 것이다” 우파 보수주의를 자처하는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는 쇠고기 재협상 등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탄핵운동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이명박 정부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청와대 내부를 향한 질타가 당내뿐만 아니라 당외 청소년, 연예인들까지 번졌다. 반MB 정서가 세대와 계파를 넘어서 팽배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안이한 쇠고기 협상 후폭풍

이에 청와대의 인적 쇄신이 불가피해 질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여권의 한 인사에 따르면 “작게는 3~4명, 많게는 5~6명 수준이다”고 말했다. 잇따른 비난을 받고 있는 청와대 정무, 홍보, 민정 기능은 물론 장차관까지도 칼바람을 맞을 가능성이 높게 예상되고 있다. 특히 광우병 사태로 국정 통제력 상실과 국정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지 못한 대통령에게 직속으로 연결되는 청와대 비서진에 대한 교체 또는 보강은 불가피한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청와대의 인적쇄신론은 너무 이른 시나리오다”며 “한번 선택한 사람은 쉽게 바꾸지 않고 함께 호흡이 맞을 때까지 끊임없이 훈련하고 질책하는 스타일이라서 쉽게 인적 쇄신을 하지 않을 것이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 대통령도 지난 8일 “내가 기업 CEO를 할 때 느낀 건데 사람이 시련을 겪으면 더 강해지는 게 있다”며 인적쇄신 가능성을 전면 부인했다. 또한 출범 2개월밖에 되지 않는 상황에서 내각과 청와대 진용을 다시 짜는 것은 대통령 리더십뿐만 아니라 지나치게 대통령의 힘을 빼는 것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일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쇠고기 파문으로 대통령과 한나라당 지지율이 20∼30%대까지 가파르게 하락하는 등 민심이반 속도가 너무 빠르며 특히 지지율 하락세를 반전할 만한 호재, 즉 경제 상황이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것은 국정 쇄신밖에 없다는 판단이 결국 인적쇄신론에 힘을 싣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민적인 비난여론이 들끓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이러한 의지가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이에 수석실별로 인원과 업무 재조정안을 제출하도록 했으며 총리 역할이 미흡했다는 지적에 따라 긴급 현안이 발생할 경우 총리와 관계 장관 간 회의체를 즉각 구성해 대응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정부 홍보 대책도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당장 홍보처와 같은 기구를 신설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인원 및 기능은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광우병 괴담’이 무차별적으로 퍼지는 데 숙주 역할을 한 인터넷에 대해서도 유언비어 유포를 막기 위한 관련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여당 한 관계자는 “내각 인선과정에서 박은경 환경, 남주홍 통일, 이춘호 여성장관 내정자가 사퇴한 것을 반면교사로 삼고 인사시스템의 체계적 정비가 시급했지만 청와대는 이를 위기로 인식하지 못해 현 사태에 이른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청와대 비서진 개편 가시권

이처럼 청와대는 출범 2개월 만에 최대 위기에 빠졌다. 민심이반 속도는 최고속이지만 국민의 민심을 읽어내는 능력은 저속페달을 밟고 있다. 호미로 막을 수 있는 것을 가래로 막고 있다는 비아냥을 듣고 있는 이명박 실용정부가 정말 실용적인 국정운영을 하고 있는지 국민적인 의구심이 고개를 들고 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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