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임기 만료로 하반기 '인사태풍' 예고...15명 임기 끝난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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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국내 주요 은행들 CEO 임기가 올해 하반기 연달아 만료된다.  회사에 따라 채용비리 사태 추이, 지배구조 변화, 경영진의 전문성 강화 요구 등이 인사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권에서는 연말 인사태풍을 예고하면서도 조직 안정에 무게가 실릴 수도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은 분위기다. 연임과 교체 갈림길에서 선 주요 은행 CEO들에 대해 알아본다.

- 이동걸 산은(9월)이동빈 수협(10월), 박진회 씨티(10월), 허인 국민(11월), 진옥동 신한(12월), 김태오 대구(12월)...연내 만료

- 양호한 실적 뒤에 가려진 향후 과제에서 자유로울수 있을까...거취 관심 쏠려


지난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다음달부터 내년 초에 걸쳐 은행권 CEO 15명이 줄줄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9월)을 시작으로 이동빈 수협은행장(10월),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10월), 허인 국민은행장(11월), 진옥동 신한은행장(12월), 김태오 대구은행장(12월) 등 6개 은행장 임기가 연내에 끝난다. 또 내년 1월에 2명, 주총시즌인 3월에는 무려 7명이 동시에 임기가 만료된다.

연말 인사태풍 예고, 관전포인트는

KDB산업은행은 이동걸 회장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일부에선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구원 등판설도 제기되고 있지만, 정작 청와대는 후임자 물색에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전반에서도 이 회장 연임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이다.

동시에 이 회장이 연임에 성공한 이후 임기를 제대로 채울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 계열사 KDB생명 매각 등이 여전히 막판 변수로 이 회장의 발목을 잡고 있어서다.

KDB생명 매각도 막판 암초를 만났다. 산은은 지난달 KDB생명 본입찰 실시 결과 유일하게 입찰에 참여한 JC파트너스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산은 등 기존 주주가 JC파트너스가 만든 펀드에 주식을 매각하는 것이 거래의 골자다.

하지만 산은의 KDB생명 인수 파트너(공동 GP)였던 칸서스자산운용이 해당 매각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쳐 난항이 예상된다. 칸서스운용은 KDB생명 최대주주인 PEF의 지분 2.48%를 보유하는 데 그쳤으나 공동 GP로서 매각을 무산시킬 수 있는 거부권을 보유하고 있다.

결국 그동안 순탄히 진행되는 듯했던 M&A 거래가 하나둘씩 무산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아울러 해당 M&A를 진두지휘한 이 회장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어 문제 해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따라서 임기 내 한계기업 구조조정에 솜씨를 발휘해온 이 회장이 임기 막판 난관을 돌파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Sh수협은행은 조만간 은행장 선출을 위한 행장추천위원회 회의를 시작한다. 오는 10월24일 임기를 마무리하는 이동빈 Sh수협은행장의 연임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영업통’ 이 행장은 취임 후 가계대출 영업을 늘리면서 기업대출에 쏠렸던 수협은행의 대출 포트폴리오를 개선했다는 평가다. 지난 1분기 기준 수협은행의 원화대출은 가계대출이 14조원, 기업대출이 17조원으로 이 행장이 취임하기 전 2017년 9월말 보다 각각 7조원, 3조원 늘었다. 다만 이 행장의 과제는 남아있다. 수협은행의 숙원과제인 공적자금 상환도 조기 달성해야 한다. 수협은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를 계기로 경영난을 겪으며 2001년 정부로부터 공적자금 1조1581억원을 수혈 받았다. 수협중앙회가 정부에 상환해야 할 공적자금은 8533억원 가량 남았다. 2028년까지 상환을 완료해야 하는 만큼 수협은행은 매년 평균 950억원 안팎의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같은 달 27일에는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의 임기가 마감된다. 박진회 행장은 2014년 10월부터 3년 임기의 행장 직을 맡았으며 2017년 한 차례 연임에 성공한 바 있다.

올해 KB국민은행장 자리를 놓고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재연임 가능성을 놓고 별다른 이견이 없는 것과 달리 다음 은행장을 놓고는 다양한 말들이 나오고 있다.

허인 KB국민은행장은 2017년 취임해 2년의 임기를 채웠고 지난해 11월 1년 임기의 연임에 성공했다. 그동안 KB국민은행장의 임기는 별다른 문제가 없으면 2년 임기를 마친 뒤 1년의 연임을 보장해줬다. 올해는 통상적 ‘2+1’에서 벗어난 데다 우열을 장담하기 어려운 인물들이 경쟁을 벌이고 있는 만큼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다는 말도 나온다.

KB금융그룹 내부에서는 KB국민은행 출신으로 주력 비은행 계열사를 이끌고 있는 양종희 KB손해보험 대표이사 사장, 이동철 KB국민카드 대표이사 사장, 박정림 KB증권 대표이사 사장 등을 잠재적 은행장 후보로 보고 있다. 사실상 허 은행장과 이들이 경쟁을 벌이는 구도다.

허 은행장은 현직 은행장이라는 점, 내부에서 합리적이고 무난한 일처리로 평가가 나쁘지 않다는 점, 부실 사모펀드 사태 등 악재를 피하면서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는 점, 코로나19라는 유례없는 상황에서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줬다는 점 등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다.

​​​​​​이번에 허 은행장이 연임에 성공하면 4년 동안 KB국민은행을 이끌게 된다. 최근 들어 시중은행에서 은행장의 임기가 ‘1+1’까지 등장한 마당에 이례적으로 긴 시간 은행장을 지내게 되는 셈이다.

지난해 3월 취임한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1961년 생으로 덕수상고를 졸업 후 1980년 기업은행에 입행 한 뒤 퇴사 후, 1986년부터 신한은행에서 줄곧 근무를 해왔다. 진 행장은 이후, 일본 오사카지점, SH캐피탈 사장, SBJ은행 사장 등을 거치며 신한금융그룹 내 대표적인 일본통으로 신임이 두터웠던 인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진 행장은 2019년 3월 신한은행장으로 공식 취임해 2021년 3월까지 첫 임기를 맡게 됐다. 그간 진 행장의 성과가 좋은 성적을 기록하며 순항을 하고 있어, 남은 임기를 끝으로 연임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변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향후 경영승계 위한 움직임도 분주

이 외에도 내년 1월부터 3월까지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 박종복 SC제일은행장, 지성규 하나은행장, 권광석 우리은행장 등의 임기가 만료된다. 지방은행장은 3월에 빈대인 BNK부산은행장, 황윤철 BNK경남은행장, 송종욱 광주은행장, 임용택 전북은행장, 서현주 제주은행장의 임기가 종료된다. 지방은행장의 임기 종료가 내년 초에 몰리면서 향후 경영 승계를 위한 움직임은 더욱 분주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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