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없는 날'을 하루 앞둔 13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물류센터에 택배노동자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CJ대한통운, 한진, 롯데, 로젠택배, 우체국 소포위탁배달 등이 14일 '택배 없는 날'에 참여한다. 2020.08.13. [뉴시스]
'택배 없는 날'을 하루 앞둔 13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물류센터에 택배노동자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CJ대한통운, 한진, 롯데, 로젠택배, 우체국 소포위탁배달 등이 14일 '택배 없는 날'에 참여한다. 2020.08.13. [뉴시스]

[일요서울] 택배 종사자의 처우 개선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이들과 도급 등 계약을 맺는 대리점에게 산재 보상을 의무화하는 사례가 택배업계에서 처음으로 나왔다.

14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경기 광주시 CJ대한통운 광주메가허브 곤지암에서 열린 고용부와 택배업계가 참석한 '택배 종사자 휴식 보장을 위한 공동선언' 행사에서 CJ대한통운 측은 산재보험 적용 확대를 위한 방안으로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

이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은 앞으로 신규 집배점 개설 시 '산재보험 성립 신고'를 필수 요건으로 규정하기로 했다. 성립 신고는 사업주가 근로자에 대해 산재보험 관계가 성립됐음을 신고하는 절차다.

이를 필수화한 것은 사실상 택배 대리점별로 계약을 맺고 있는 택배기사들을 산재보험에 가입토록 하겠다는 의미다. 사측은 기존 집배점의 경우에도 재계약시 동일한 내용을 필수 요건으로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CJ대한통운과 직접 계약 관계는 아니지만 전국 영업점과 계약을 맺고 이 회사의 택배 업무에 종사 중인 택배기사는 약 2만여명으로 추정된다. 한국통합물류협회가 지난 6월 기준 집계한 국내 택배기사 규모 5만4000여명의 약 37.0%를 차지한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로 분류되는 택배기사의 산재보험 가입은 기존에도 허용돼왔다. 정부는 14개 특고 직종에 대해 산재보험을 적용하고 있는데, 택배기사는 2012년 5월부터 이에 포함됐다.

그러나 절반의 보험료를 부담해야 한다는 점 등으로 특고 종사자가 적용 제외 신청을 통해 산재보험 가입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실제 가입률은 저조한 상태다. 고용부에 따르면 택배기사 직종에서 지난 5월 기준 산재보험 가입자는 7000여명 수준에 그치고 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택배 수요가 급증하고, 택배기사의 근로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점을 고려하면 이번 조치는 사업주의 인식 개선을 이끌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정부가 규정하고 있는 특고 종사자의 가입 요건이나 보험료 부담 체계 등의 문제는 향후 논란의 소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고용부는 현재 산재보험법 125조(특고 종사자에 대한 특례)에 명시된 전속성 등 3가지 요건을 충족시킨 경우 특고 종사자의 가입을 허용하고 있다. 이에 기반한 택배기사 규모는 1만8000명으로 추산된다.

이는 국내 택배기사 규모(5만4000명)보다 3만6000명 적은 것이다. 산재보험에 가입하고 싶어도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보험료 납부 방식을 두고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사업주가 전액을 부담하는 임금근로자와 달리 특고 종사자는 직종별 기준보수와 직종별 요율을 합산해 보험료를 산정하는데 이에 대한 부담을 노사가 절반씩 부담한다.

CJ대한통운이 택배기사의 산재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겠다고 하지만 실제 계약을 맺는 이들은 영업점이다. 택배기사 2만여명이 모두 산재보험에 가입할 경우 이들의 보험료는 대리점들이 부담하게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번 조치가 사업장에 취해진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취약계층 근로자의 사회안전망 강화라는 정책 기조에 맞을 뿐더러 향후 업계에서 이 같은 움직임이 확산할 것이란 기대에서다.

고용부 관계자는 "계약 체결 과정에서 산재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려는 것은 업계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면서 "그간 일각에선 사업주가 보험에 가입하지 않을 것을 종용하는 경우를 지적하기도 했는데 업계가 먼저 나서서 가입을 의무화한다는 의미도 매우 크다"고 했다.

공동선언식에서 CJ대한통운을 포함해 한진, 롯데글로벌로지스, 로젠 등 4대 택배업체는 매년 8월14일을 '택배 쉬는 날'로 지정해 정레화하기로 했다. 이는 1992년 국내 택배산업이 생긴 이래 28년만의 일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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