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립편집위원
이경립편집위원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10∼12일 전국 성인 15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미래통합당의 지지율이 36.5%를 기록하며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인 33.4%를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통합당이 창당 이후 처음으로 더불어민주당을 앞선 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동 조사에서 보수 계열 정당이 더불어민주당 지지도를 앞선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이었던 2016년 10월 3주차 조사 이후 처음이라고 하니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지난 4월의 국회의원 총선거 결과가 무색할 정도다. 그래도 176석 슈퍼여당은 민심이라며 밀어붙이기를 중단하지 않을 태세다.

임기 2년이 채 남지 않은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지지도 또한 부정평가가 앞선 지 오래됐다. 긍정평가는 43.3%였으나 부정평가는 52.5%였다. 상대적 진보층에서 부정평가가 상승했다고 하는데, 이는 레임덕이 수치로 나타난 결과라 할 수 있다.

청와대 참모들의 부동산 논란이 민심을 많이 자극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들은 모르는 체한다. 레임덕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시작한다는 원리를 잘 깨닫고 있을 텐데, 노영민 비서실장을 신임한 것을 보면 역시나 문재인 대통령은 어지간히 무던한 사람임에 틀림없다.

민심이란 바다와 같다. 표면은 잔잔해도 바다 속은 엄청나게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보이는 것이 다는 아니다. 해불양수(海不讓水)라고 했다. 민심의 바다는 무엇이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 민심이 두려워서 바다를 향해 나아가는 강물을 거스르게 할 수는 없다.

바다를 향해 나아가는 강물이 가끔은 격류(激流)로 휘몰아치기도 하고, 때로는 잔잔한 호수처럼 멈춰 있기도 하지만, 그 강물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고 대통령의 임기 5년 동안 묵묵히 그리고 도도하게 흘러서 민심의 바다에 닿으면 되는 것이다. 그러면 민심의 바다는 그 모든 것을 포용할 것이다.

청와대는 말버릇처럼 여론조사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고 하지만, 우리들의 눈에는 그 여론조사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청와대이다. 문제는 대응하지 않고 반응만 한다는 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집권 4년 차 국정운영지지도가 높게 나타나고 있지만, 긍정평가보다는 부정평가가 앞서고, 적극적 지지자보다는 소극적 지지자가 많으며, 소극적으로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보다는 적극적으로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이 더 많다. 즉, 내용 면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이미 레임덕을 맞이한 것이다.

이쯤 되면 여권 내 대권후보들 중에서도 대통령과 ‘정치적 거리두기’를 모색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그러나 아직 그러한 구체적인 ‘정치적 거리두기’를 모색하는 여권 내 대권후보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의 존재가 아직은 ‘짐’이 아닌 ‘힘’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민주화 이후 과거 대통령 선거에서 직전 대통령의 존재가 여권 후보에게 확실한 ‘짐’으로 존재했던 노무현, 박근혜 대통령의 경우에는 여당이 집권에 실패했다. 반면 김대중, 이명박 대통령처럼 어정쩡한 ‘짐’으로 존재했던 경우에는 여당후보가 승리하여 재집권을 이루었다. 김영삼 대통령처럼 ‘힘’이 되는지 ‘짐’이 되는지 분별하지 못한 경우는 여권 후보의 판단이 중요했는데 이회창 후보는 판단 미스로 집권에 실패한 경우다.

문재인 대통령이 여권의 대권 후보에게 ‘힘’이 될지, 확실한 ‘짐’이 될지, 어정쩡한 ‘짐’이 될지, ‘힘’일지 ‘짐’일지 제대로 판단하는 것이 여권 내 대권 후보의 승리 요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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