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 혐의 징역 7년형...재판부 “전형적인 시세조종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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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양호연 기자]국내 주식시장에 불어든 동학개미운동 바람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주식에 관심을 갖는 중‧고등학생들의 모습도 더러 눈에 띈다. 일부 기업들 간에는 소액주주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에 나서기도 하는 등 기업들은 시장 분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더불어 소액주주의 권리 보호에 대한 중요성도 강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소액주주 권리 보호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던 대표적인 인물 표모씨가 불미스런 사건을 계기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10년여 전과 달리 한동안 대중 앞에 서지 않던 그가 갑자기 재판부로부터 징역 7년형을 선고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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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외환위기 이후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국내 주식시장은 한 단계 도약의 시기를 맞았다. 90년대와 달리 코스피는 네 자릿수대에 안착했고, 주식형펀드 붐이 불면서 직‧간접적인 주식 투자는 당대 중요한 투자 문화로 정착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카페, 블로그 등은 물론 신문과 방송, 출판업계 할 것 없이 미디어 시장에는 각종 주식 관련 정보들이 넘쳐났다. 주로 주식 투자를 위한 핵심 기법과 실전 노하우 등의 정보와 주식으로 부를 이룬 이들의 성공담과 같은 것이었다.

표 씨도 주식투자에 성공한 이른바 ‘부와 권력을 거머쥔 이들’ 중 한 명으로 이름을 알렸다. 표 씨의 ‘성공 일대기’와 함께 주식 투자에 대한 그의 ‘소신’ 등은 각종 언론 매체의 인터뷰, 기사 등을 통해 대중에게 전달됐다. 더불어 업계에서 비교적 큰 규모로 알려진 출판사의 출간 도서를 통해 표 씨의 파란만장한 일대기가 알려져 유명세를 더하기도 했다.

주식 시장 큰손으로
환원‧소신, 신망 얻어


알려진 바에 따르면 표 씨는 1994년부터 주식을 시작해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며 ‘빈털터리’가 됐다. 이후 노점상 운영 등으로 생계를 유지하면서 1998년 주식시장에 다시 한 번 뛰어들었고, 다시 보유주식 평가액이 200억 원대에 이르는 주식부자가 됐다. 그에게 붙은 ‘행복한 주주’라는 수식어는 당시 표 씨가 ‘행복한 주주 포럼’ 발족을 주도하면서 붙기도 했지만, 평소 검소한 생활과 적지 않은 기부 활동이 알려져 대중으로부터 얻은 별명이기도 했다. 표 씨는 포럼 활동을 추진하면서 투자수익의 일정 부분을 사회에 환원하고, 합리적으로 투자하는 등 ‘올바른 투자원칙’을 제시하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소액주주의 권리를 위한 활동을 펼쳐나가면서부터 표 씨는 사회에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당시 일성신약 주주였던 그는 2005년 순이익 281억 원을 낸 회사가 주당 400원, 총 배당액 10억6400만 원의 배당을 결정한 데 대해 ‘주주무시 정책을 분노’한다며 반발했다. 표 씨는 비판 내용을 담은 신문 전면광고와 함께 금융감독원 앞 피켓 시위 등의 활동으로 적극적인 주주 행동주의를 펼쳐갔다. 일성신약과 소액주주들간의 대결, 이른바 당대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의 주인공인 셈이다.

14억 건네며 ‘시세조종’
지시...징역 7년형 선고


최근 표 씨가 주가조작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7년형을 선고받은 사실이 알려지며 화제 되고 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신혁재 부장판사)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표 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고 10일 밝혔다. 표 씨와 함께 기소된 공범 10명 중 증권사 직원 박 씨 등 5명에게는 징역 2~5년이, 2명에게는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이 각각 선고됐다.

표 씨는 2009년 유통 주식 물량이 적은 A기업을 골라 주가조작을 위한 움직임에 나섰다. 이를 위해 투자자를 모으고 증권사의 주식담보 대출로 자금을 조달하는 등 A기업의 주식 시장지배력을 확보해 나갔다. 이후 2011년부터 3년여 간 주식을 고가 매수해 시세 조종성 주문과 호재성 정보 허위 유포 등으로 주가를 2만4750원에서 6만6100원까지 높였다. 당초 10만 원대로 주가를 올려 개미투자자들에게 매각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내려했지만, 주가 수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분위기가 일자 주가가 급격 하락세를 보이면서 계획을 실행할 수 없게 된 것. 이 과정에서 표 씨는 시세조종꾼에게 14억 원을 제안하며 시세조종을 부탁했다.

표 씨는 재판 당시 A기업의 주가가 실제 가치에 비해 저평가됐다고 생각해 주식을 사 모으고, 주변 사람에게 권유하는 등 문제없는 투자라는 식의 주장을 펼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에 대해 재판부는 “주식을 매집해 주가를 부양하다가 2014년 9월 이를 한꺼번에 팔아 이득을 본 전형적인 시세조종범의 행태”라며 “주식시장의 공정한 가격 형성을 방해하고 일반 투자자들에게 큰 손해를 입히는 등 죄질이 매우 나쁘다”는 양형이유와 함께 징역 7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이 같은 소식을 접한 증권가 한 관계자는 “최근 동학개미운동 등 국내 주식 열풍이 불어든 가운데 이 같은 사례가 재발해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며 “일확천금을 노리기 위한 투기성 접근보다 투자자들의 성향을 고려한 현명한 투자가 우선시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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