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0 청와대 회동 후폭풍


‘말했다’는 이명박 대통령(MB)와 ‘못 들었다’는 박근혜 전 대표, 5.10 청와대 회동의 최대 후폭풍은 당대표직 제안을 놓고 오간 설전이었다. 과연 누가 옳은가? 어차피 두 사람만의 진실게임이었기에 진실은 하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전 대표는 진실을 갈구하는 호기심의 증폭 속에서 골칫덩어리 ‘친박 복당’의 굴레를 벗었다. “5월말까지”란 으름장을 통해 최고위원회의를 통한 공론화에 성공했고 6월초 복당의 물꼬를 텄다. 그리고 이미 ‘당권’을 던진 박 전 대표는 앞으로 살아 돌아온 친박, 당내 친박들과 ‘세 손(?)’ 맞잡고 국회 장악에 나설 전망이다. 국정의 책임을 분담해야할 여당 장악보단 국회에서 다른 세력과의 합종연횡을 통해 ‘여당 내 야당’의 견제기능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야말로 당에 집착했다가 실패한 ‘1.23 회군’의 악몽을 되풀이하지 않고 5.10청와대 회동 직후 ‘호주구상’을 통해 완성한 그의 차기 대권 행보의 밑그림이기 때문이다.


5.10청와대 회동 이틀 후 불거진 ‘당대표설 제안’ 진실 공방의 불씨는 비공식 채널에서 지펴졌다. 박 전 대표가 호주로 떠난 후 청와대 관계자가 기자들에게 “이 대통령이 박 전 대표에게 당의 구심점이 돼 달라고 했고, 이는 사실상 당 대표를 제안한 의미”라고 밝힌데서 시작됐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표 측은 “의원 외교중인 박 전 대표를 거짓말쟁이로 몰아세우며 뒤에서 총을 쏘는 비신사적인 행위”라고 즉각 반발했다. 회동 직후 “(당직 제안과 관련)이 대통령의 말씀이 없었다”고 한 박 전 대표의 브리핑을 청와대가 정면으로 뒤집었기 때문이다. 나아가서 “불출마하겠다는 박 전 대표에게 대표직을 맡으라고 강권한 것을 선물이라고 하는 청와대의 인식이 놀라울 뿐”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박 전 대표의 요구는 친박 복당이었지, 당대표가 아니기 때문이다.

회동 후 브리핑을 박 전 대표에게만 맡기고 공식입장을 자제하던 청와대는 왜 뒤늦게 ‘대표 직 제안설’을 흘렸을까? 여권 관계자는 “두 사람이 화합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오히려 박 전 대표가 ‘5월 말까지 가부간 결정을 내려 달라’고 강수를 둔 것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즉 양자 회동이 오히려 갈등만 증폭시키자 불발의 책임을 일정부분 박 전 대표에게 떠넘기자는 고도의 정치적 노림수가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베일 벗는 진실게임 ‘친박 복당’ 가닥 잡아

실제로 당내 소장파인 원희룡 의원은 “박 전 대표가 대통령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 느낌이 들어 걱정이 된다. 참 위태위태하다”며 박 전 대표에게 책임을 떠 넘겼다. 결국 ‘당대표직 제안’의 진실게임은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논의 자체가 무의미한‘아’다르고 ‘어’ 다른 정치적 공방거리였다.

대신 ‘당대표’ 진실게임은 친박 복당과 관련한 당청의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계기를 만들었다. 청와대가 ‘대표직 제안설’을 흘리기 전날 12일 MB는 이재오 의원을 청와대 인근 안가에서 단독으로 만났다. 이 자리에서는 친박 복당과 당 지도부 구성, 주류 역할분담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조기복당은 ‘여당 내 야당,
국회장악’ 후 차기대권 노려

이재오 의원은 회동 후 미국 연수 의사를 밝혔고 친박 복당에 대해서는 “내가 끼어들 사안이 아니다”며 발을 뺐다. 13일 공성진 의원은 PBC 라디오에 나와 “복당 허용 후 (지도부가)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것이 해결방법일 수 있다”고 밝혔다. ‘내 임기 중에 복당은 없다’던 강재섭 대표를 정면 공격한 것이다. 그러자 강 대표는 마치 사전약속이나 한 듯 입장을 바꿨다.

강 전 대표는 대신 청와대측에 총리의 국정 총괄.조정 기능을 강화할 ‘책임총리제’ 부활을 건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15일 한나라당 지도부는 7월 전당대회 전 복당불가론을 철회하면서 ‘검찰 수사 대상을 제외한 당 밖의 친박 당선자를 전원 복당시킨다’는 원칙에 사실상 합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친박연대의 서청원, 양정례, 김노식 당선자를 제외한 사실상 일괄 복당인 셈이다.

박 전 대표 측의 핵심은 “한나라당 최고위에서 이 같은 복당 원칙을 재확인 한다면 박 전 대표가 20일 귀국해서 수용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주류 측 인사도 “친박연대 검찰 수사, 당 대 당 통합 절차 등을 감안하면 박 전 대표의 5월 말까지 일괄복당은 현실성이 없었다. 친박복당의 구체적 일정과 대상을 공식적으로 받아내기 위한 협상 카드였다”고 분석했다.

한나라당 최고 위원회는 ‘18대 국회 원 구성 추이를 봐가며 결정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친박 측 핵심도 “새 원내대표가 선출되면 국회 원 구성 일정에 따라 늦어도 6월초엔 복당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친박 복당과 관련 새 원내대표의 정치력이 중요한 키워드로 떠오르는 가운데 홍준표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지난 11일 호주로 출국하기 전 만나 `친박 복당' 문제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대표 경선 독주태세에 나선 박희태 의원도 ‘단계적 복당’의 시간표를 내놓았다. 현재 당내 친박계는 박 전 대표를 포함해 32명으로 당 외 친박계 22명이 합세하면 54명이 된다. 때문에 당 외 친박계가 18대 국회 원 구성 마감일인 6월 5일 이전에 일괄 복당하면 국회 상임위원장직을 대거 노릴 수 있다. 국회전반기 구성에 한나라당이 차지할 몫은 국회의장과 국회부의장, 상임위원장 12개 가량(5개 가량은 민주당 몫)이다. 친이 진영에 중진급 의원이 드문 반면 ‘친박연대’에는 6선의 홍사덕 당선자와 4선의 박종근 의원이 있다. 또 친박 무소속연대에는 4선의 김무성, 이해봉, 이경재 의원, 3선의 이인기 의원이 있다. 여권 관계자는 “당내 친박과 함께 여당 몫의 절반을 친박이 장악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때문에 친이 진영에서는 7월 전대 이전은 양보하더라도 6월5일 이후에 복당을 허용하자고 주장하는 것이다. 결국 ‘친박복당’여부는 국회장악을 위한 양측의 힘겨루기인 셈이다.

박 전 대표가 ‘5월말까지’란 시간표로 압박한 배경에는 국회직을 친박계에게 배려하라는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친박무소속연대도 16일 여의도에서 8인 회동을 갖고 5월 말까지 일괄 복당을 요구했다.

친박계 인사는 이와 관련 “박 전 대표가 당 장악보다는 국회 장악을 통해 MB를 압박하는 수를 선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즉 MB의 국정지지율이 날개없이 추락하는 상황에서 자칫 당을 맡아 책임을 분담하는 것은 실익이 없다는 것이다. 이보다는 국회를 장악해 ‘여당 내 야당’으로 MB를 견제하는 것이 차기 대권행보에 한결 보탬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친박계 인사는 “1차 국회 요직 장악, 2차 국회 장악을 통해 MB 견제가 가능하다. 54명은 다른 세력과 연대만 하면 ‘여당 내 야당’의 역할을 하기에 충분한 숫자”라고 전망했다. 결국 박 전 대표는 대표직을 던진 대신 국회 장악과 ‘여당 내 야당’으로써 앞으로 당 안팎과 국정 전반에 대해 ‘캐스팅 보트’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박 전 대표가 꿈꾸는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때 그는 중대결심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친박계 세력변화 “만만찮다”

검찰 조사 중인 친박연대 인사를 제외한 당 외 친박계 22명이 복당할 경우, 한나라당 친박계는 54명(박근혜 전 대표 포함)이 된다.

수치상으로 친이계에 뒤지는 것 같지만 친이계가 구심점 없이 분열된 점을 감안하면 당내 최대 세력인 셈이다. 특히 친박계는 4.9총선을 거치면서 전투력과 동지정신을 크게 강화시켰다. 향후 정국의 핵이 될 친박계를 정리해본다.


당내 친박 당선자: 32명

<서울> 김선동(도봉을) 이혜훈(서초갑) 진영(용산) 구상찬(강서갑) 이성헌(서대문갑),
<경기도> 유정복(김포) 김영선(고양 일산을) 김성수(양주·동두천) 황진하(파주) 손범규(고양 덕양갑) 김태원(고양 덕양을)
<인천> 유성현(남을) 조전혁(남동을)
<부산> 허태열(북·강서을) 서병수(해운대·기장갑) 현기환(사하갑) 허원제(부산진갑) 이종혁(부산진을) 장제원(사상)
<대구> 박근혜(달성) 주성영(동갑) 유승민(동을) 서상기(북을)
<울산> 정갑윤(중구)
<경북> 최경환(경산·청도) 김성조(구미 갑) 정희수(영천)
<경남> 안홍준(마산을) 김학송(진해)
<충북> 송광호(제천·단양) <강원> 이계진(원주)
<비례대표> 이정현


복당예상 당 외 친박계 당선자: 22명

<친박 무소속>
김무성(부산 남을) 이진복(부산 동래) 유기준(부산 서구) 김세연(부산 금정) 유재중(부산 수영) 최구식(경남 진주을) 이해봉(대구달서을) 이인기(경북 고령·성주·칠곡) 정해걸(경북 군위·의성·청송) 김태환(경북 구미을) 한선교 (경기 용인 수지) 이경재 (인천 서·강화을)
<친박연대>
홍사덕(대구 서구) 박종근(대구 달서갑) 조원진(대구 달서병) 홍장표(경기 안산상록을) 박대해(부산 연제) 송영선, 김을동, 정하균, 정영희, 노철래(이상 비례대표),
김일윤(경북 경주)은 제명


친박연대 복당 배제 대상 3명

서청원, 양정례, 김노식(이상 비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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