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덕수
장덕수 대표

정치권이 4대강 사업으로 다시 논란을 벌이자 진중권 전 동양대교수가 "재해 복구와 이재민 지원을 위해 함께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앉아서 지난 정권의 정책을 놓고 잘했니, 못했니 싸움질이나 하고 있냐"면서 "병이야 병"이라고 탄식했다. 여야 4대강 싸움에 문재인 대통령까지 가세해서 '그래, 잘 걸렸다. 한번 붙어보자'는 판이니 진 전 교수의 '병이야 병' 탄식이 틀리지 않다.

4대강사업 말고도 미래통합당, 보수 야권이 갖고 있는 고질병이 몇 가지 있다. 그 중의 하나가 '박근혜 사면'이다. 통합당 등 보수 우파 정당 지지도가 올라가기만 하면 어김없이 나와서 참새 눈알만큼 오른 지지도마저 홀라당 까먹는다. 보수 우파 진영의 '박근혜 사면'은 의도 자체가 의심스러운 경우가 많지만 아무튼 보수 우파 지지도의 천적이라 할 만큼 ‘박근혜 사면’은 우파 지지도를 어김없이 추락시킨 것이 사실이다. 

가깝게는 지난 4.15총선 때 박 전 대통령의 메신저라는 유영하 변호사가 국회 정론관에서 흔든 '친필 옥중서신'과 그중 유 변호사 공천 탈락 파동은 가뜩이나 흔들리던 통합당을 낭떠러지로 밀어버렸다. 황교안 전 대표가 3월 25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박근혜 사면'을 얘기한 뒤 4월 첫 주 여론조사에서 정당지지도는 1.2%, 미래한국당 정당투표는 2.4% 떨어졌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정말 제대로 장사해 처먹은 '박근혜팔이' 인사들이야 영업을 위해서라도 계속할 수밖에 없겠지만 그 때문에 떨어지는 국민들의 지지와 신뢰는 어떻게 할 것인가.  최근 미래통합당 지지율이 민주당을 추월했다. 리얼미터 8월 2주차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33.4%, 통합당 36.5%로 3.1% 앞섰다. 지난 2016년 10월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후 처음이다. 

당 지지율이 오르자 당 안팎에서 김종인 위원장의 리더십을 칭찬하는 소리가 연이어 나오고 있다. 여당인 민주당에서조차 "김종인 위원장이 진짜 만만치가 않다. 앞으로 계속 혁신적인 메시지를 던지면서 우리한테 받아보라고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는 보도도 있다. 내년 4월 재·보선에 있는 서울시장 선거 관련 여론조사에서 통합당이 이기는 것으로 나온데 이은 정당 지지율 상승이라 통합당과 우파진영은 오랜만에 활력을 찾는 분위기다. 

그런데 우파 고질병이 도진 것인지, 아니면 '길 닦아 놓으니 거지가 먼저 지나간다'고 해야 하는 것인지 아무튼 또다시 ‘박근혜 사면’이 나왔다. 총선 이후 그동안 선거법 위반 논란 때문이었는지 두문불출하던 무소속 윤상현 의원이 11일 광복절 특사로 박 전 대통령을 사면해 줄 것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촉구했다. 다음 날에는 미래통합당 박대출 의원(진주 갑)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광복절 특별사면을 요청드린다”고 했다. 

윤 의원이나 박 의원 모두 과거 친박계 소장파 핵심으로 박 전 대통령과 끊으려야 끊을 수 없는 절친 관계여서 그 심정이야 이해한다. 특히 문 대통령 등 여권 고위층과 교감을 갖고 공개 요청한 것이라면 더욱 이해할만하다. 그러나 만약 청와대와 사전 교감이 없었다면, 광복절이 며칠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 여권이 민심이반으로 곤두박질치고 통합당 지지율이 상승세에 들어간 이 때, 왜 윤상현. 박대출 의원이 느닷없이 광복절 특사를 요청한 것일까. 

대략 그 수가 읽히기는 하지만…….아무튼 윤·박 의원과 박근혜팔이 지도부 그리고 부화뇌동하는 통합당 내 정치인들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2019년 10월 광화문을 가득 메운 '조국 퇴진' 태극기집회의 결기만큼이나 2016년 12월 광화문을 환하게 밝힌 '촛불집회'의 열기도 대단했다. 즉 촛불집회도 태극기집회도 모두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국민의 순수한 애국심의 결과였다. 야권이 '박근혜 사면'을 먼저 거론하면 반드시 '지지율 추락'으로 이어지는 '징크스(징조)'가 아닌 '참화(실화)'가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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