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규 대표
박동규 대표

스포츠 경기에서 본 게임보다 장외전이나 연습게임이 흥미가 더 있는 경우는 대개 대중들의 ‘흡인 요소’가 있다. 유명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가 사전 홍보게임 차원에서 플레이하는 경우이다. 본 게임처럼 자신이 응원하는 팀에 혼신의 힘을 다해 응원하거나 상대 팀이 지길 학수고대하는 간절함이 필요없다. 사전게임에서 관중들은 ‘게임 전략’보다 스타들의 ‘개인기’에 관심을 둔다. 

지금 민주당 전당대회는 긴 장맛비 속에 마치 ‘진흙탕 수렁’에 빠진 것처럼 맥빠져 있다. 코로나에다 심각한 폭우 피해에 시름을 앓고 있기에, 전대 주자들 모두가 복구 현장에서 진땀을 흘리고 있기에 ‘다른 말’을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되는 분위기이다. 대선 전 전당대회는 민주 정당의 꽃이라 할 정도로 치열한 경쟁과 논쟁과 국민들의 관심과 이목을 집중시켜 왔지만, 지금의 상황은 한가한 생각에 불과하다. 8.28 전대를 불과 2주 남겨 놓고 있지만, 그동안 집권여당 전대 주자들이 국민들에게 도대체 어떤 기억에 남을 ‘메시지’와 ‘정책대안’을 제시했는지 딱히 각인된 게 없다. 있다면 대부분 당원과 핵심 지지층에 대한 ‘충성맹세’뿐이다. 

최근 견고했던 여당 지지층 여론이 급격하게 빠져나가고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 여당이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해도 ‘집권 여당이 어떻게 해야만 할 것인가’, ‘나는 어떻게 하려고 한다’ 는 것이 없다. 여당이 당과 대통령에 대한 충성맹세는 어쩌면 기본이고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어려움에 처한 원인과 악화된 여론과 등 돌리고 있는 핵심 지지층들의 ‘탈 민주당 흐름’을 알면서도 쓴소리나 대안 등 일언반구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에 나선 후보들이 현재 여권을 둘러싼 악화된 정치지형을 모르는 바는 아닐 것이다. 지금은 이번 전당대회가 ‘국민’을 상대로 하기보단 민주당 ‘당원들만의 리그’로 생각하는 듯하다. 이낙연 후보를 추격하는 나머지 후보들은 ‘뒤집기 전략’ 자체가 없을 정도로 전략이 맹탕이라는 지적이다. 집권 여당과 당원들의 심기를 건드리는 청와대와 정부에 대한 ‘비판적 대안’ 제시나 ‘충언’은 ‘일탈 행위’ 이자 ‘안전사고’로 생각하기에 당심만 보고 가는 듯하다.

‘수렁’에 빠진 민주당 전대에서 관중들의 시선을 빼앗아 가는 사람이 있다. 이재명 지사이다. 본 게임이 이른바 ‘어대낙’(어차피 대표는 이낙연 지칭)을 향해 가고 있다는 전망 속에 장외에서 톱 2위 유명 스타의 단독 플레이가 더 흥밋거리다. 그는 ‘게임룰’이나 ‘응원팀’을 나눠 싸우고 있는 전대 주전 선수가 아니기에 홀가분하게 혼자서 ‘올 라운드 플레이’로 흥행을 이끌어 가고 있는 형국이다.

이 지사가 요즘 토픽에 올리는 아젠다는 그야말로 평상시 같으면 화끈한 논쟁을 야기할 ‘민감한 메시지’들로 가득 차 있다. 사법 굴레에서 벗어난 이후 민주당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시선을 매일같이 끌어오고 있다. 코로나 대응에서부터 시작하여 이젠 집권여당의 급격한 여론하락의 주원인을 ‘부동산 정책’이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물론 잘될 것이란 전망을 전제로 했지만...

야당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토지거래 허가제’를 던졌고, 비록 경기도만의 공직자 부동산 보유기준이지만 공직자들의 기를 죽여 놓았다. 남북관계 회복을 위한 ‘경기도 역할론’에다가 어제는 ‘공매도 금지 연장’을 주장하기도 했다. 비판적인 시선들은 이 지사의 ‘공격적 아젠다’ 설정은 시기상조라는 지적이다. 경기지사가 마치 대선국면에서나 던질 이슈나 민감한 정책들을 여야 타겟 없이 던지니 정신 사나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민주당 측에선 ‘본 게임’보다 ‘장외게임’에 더 이목을 주목시키는 톱스타의 ‘올 라운드 플레이’가 반가울리 없다.

집권여당의 전당대회가 ‘수렁’에 빠져 있지만, 결국 전대가 유력 대선주자의 승리로 끝난다면 아마도 그때부터는 현 정부와의 ‘차별성’을 내세울 것이다. 그때부터는 진짜 ‘자신의 레이스’가 되기 때문이다. 그게 변할수 없는 권력 쟁취의 생리다. 그때는 아마도 ‘당심’보다 ‘민심’을 따를 것이다. 그때까지만 ‘당심’을 건드리지 말고 참자는 전략인 듯하여 씁쓸하다.

그러나, 그때는 이미 이재명 지사가 ‘장외 연습게임’에서 민주당 전대에서 당심에만 충성해 온 주전 선수들이 ‘못 건드린 종목’들을 모두 선점한 상태이기에 주도권, 지적 소유권, 특허권(?) 등의 프리미엄을 누리긴 쉽지 않을 것이다. 벌써부터 변화를 추구하는 민심이 반영된 듯 이 지사는 최근 갤럽 여론조사에서 단순 선호도 조사이지만 19% 지지율을 얻어 17%를 얻은 이낙연 전 총리를 처음으로 제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얼마 남지 않은 전대이지만 ‘주전 선수’들의 ‘민심 경쟁’이 곧 집권 여당이 ‘활력을 되찾는 길’임을 되새겼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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