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한 교수
신용한 교수

자고 나면 온통 부동산 이야기 천지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저잣거리 민초들 화두도 마찬가지다. “주식 객장에 아기 울음 소리가 들리면 주식은 끝물이다.”라는 증권가 격언처럼 이 정도 광풍 수준의 열풍이면 부동산 시장에도 끝물임을 알리는 경고가 수없이 나올 법도 한데, 여기저기서 “분노 매입”이니 “3040 매입 열풍”이니 하면서 여전히 부동산 뉴스가 도배질을 하고 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집값 안정 발언은 시장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일부 SNS에서는 조롱과 반어법이 넘쳐난다. 7·10 대책 관련 부동산 3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와 공급대책 발표 등으로 매수세가 위축되어 서울의 집값이 다소 안정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한국감정원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서울의 아파트 가격과 전세 가격은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아파트 가격은 10주째 상승 중이고 전세 가격은 59주 연속 상승으로 신기록을 쓰고 있다. 상승세가 다소 둔화되기는 했지만, 대통령의 집값 안정 발언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고, 임대차법 시행 이후 서울의 전세 매물이 급격하게 감소하면서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하고 있어 불안 요인은 더 커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고액 자산가는 물론이고 저신용자들까지 빚을 내면서까지 고수익을 기대하고 부동산 매입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지역별, 계층별 상대적 박탈감에다 뒤늦게 불안감과 분노까지 뒤섞이면서 매입행렬에 뛰어들게 만든 것이다. 주택보급률은 104%에 이르지만, 자가 소유 비율은 55%대에 머무르다 보니, 대세 상승장에서 소외돼 있던 다수의 서민들마저 뒤늦게 부동산 시장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집이 없는 서민들의 생활은 그대로인데 살고 있는 집과 땅값이 오르고 있어 가계 부채가 급증하고 생계마저 위협 받는 악순환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고 있다. 전세자금 대출액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것만 보아도 뒷그림자가 점점 더 두려워져만 간다.

그러나 투자든 투기든 이미 부동산을 통해 자산을 축적한 자산가들은 선순환(?)을 기대하며 다시 부동산에 투자한다. 기독교 신약성서 마태복음에 나오는 “무릇 있는 자는 더욱 받아 풍족하게 되고, 없는 자는 있는 것까지도 빼앗기리라.”라는 구절처럼 부자는 더욱 부유해지고 가난한 자는 더욱 가난해지는 ‘부익부 빈익빈’의 ‘마태 효과(Matthew Effect)’가 고착화 되어 가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비단 서민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만고의 진리처럼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다. 21대 국회의원 중 재력가 상위 10명의 재산(총선 당시 신고액 기준) 합계는 2089억원이고 하위 10명의 재산 합계는 (-)8476만원이라 하니 부의 양극화는 국회의원이라고 예외는 아닌 모양이다. 더구나 지난 5년간 국회의원 중 상위 10명의 재산은 258억원 증가한 반면, 하위 10명의 재산은 1억7천만원이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 것만 보아도 빈익빈 부익부를 실감할 수 있다. 

이런 시장 밑바닥의 흐름을 아는지 모르는지 정부와 여당은 숨쉴 틈도 없이 각종 부동산 정책과 세제를 일방적으로 몰아붙여 왔다. 일방통행식 독주는 오만과 독선으로 비추어지기 십상이고 역풍을 맞는 법. 대통령의 직무수행평가에 있어 반대가 급증하고 정당지지율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이 탄핵 이후 처음으로 미래통합당에 뒤지게 되었다. 그 한복판에 부동산과 세금 문제가 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

현 정부 여당은 핵심 지지층을 중심으로 뭉치게 만들고 나머지는 2:8로 국민들을 갈라치기 하는 소위 ‘분할통치(divide and rule)’ 정책에 능하다는 평을 받아 왔다.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관련 세제 개편에 집중했지만, 정작 양극화를 줄이기는커녕, 자산이 자산을 키우는 자산 불균형을 심화시켜 왔고 잦은 땜질에 조세정책은 누더기가 된 지 오래다. 

정당지지율 역전이라는 시장의 냉철한 성적표로 들끓는 민심의 심각성을 알아챘다면, 지금이라도 갈라치는 2:8이 아닌 “빈익부 부익부”가 되어 상대적 박탈감 없이 고루 잘사는 8:2 정책을 펼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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