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윤사랑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하기 위한 829 전당대회가 1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전대가 임박한 상황이기 때문에 당권주자들의 불꽃 튀는 막판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시점이다. 그러나 민주당의 전대는 있는지 없는지존재감이 희미하다. 전대를 통해 당 대표로 선출된 대선 후보나 해당 정당의 지지율이 이전에 비해 크게 상승하는 이른바 컨벤션 효과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전대에서 후보들이 당의 미래에 관한 비전과 가치를 놓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져야 하지만 그런 모습도 부각되지 않고 있다. 민주당의 전대가 왜 이런 상황에 처한 것일까. 전대는 이렇게 흥행 실패로 기록된 채 그들만의 잔치로 끝나게 되는 것일까.

- 어대낙기류 속에 민주당 지지율, 통합당에 역전’ ‘수해까지 흥행 실패 수순
- ‘친문 눈치보기도 흥행 부진 원인으로 지목, ‘박주민 변수막판 관전 포인트

정치권 안팎에서는 더불어민주당 829 전당대회를 놓고 반전도, 흥행도, 정책 경쟁도 없는 ‘3() 전대라는 말이 나온다. 민주당 전대는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흥행 실패의 길을 걷고 있다.

이낙연 일찌감치 1위 굳혀, ‘어대낙전대 흥행

첫 번째 이유는 전대 초반부터 민주당 내에서 어대낙’(어차피 대표는 이낙연)이라는 말이 돌면서다. 일찌감치 유력 대선주자인 이낙연 의원의 대세론이 굳혀져 새로운 반전을 기대하기 어렵게 되면서 전대에 대한 관심도가 급격히 떨어졌다는 것이다. 최근 발표된 당 대표 경선 관련 여론조사에서 이낙연 의원이 1위를 달리고 김부겸 전 의원과 박주민 의원이 2위 경쟁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3미디어오늘의뢰로 지난달 28~31일 민주당 지지층 382명을 대상으로 당대표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5.0%포인트), 이낙연 의원(69%)1위를 차지했다고 전했다. 이어 박주민 의원 14%, 김부겸 전 의원 11%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낙연 의원과 가까운 한 의원은 14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당 내에서 이낙연 의원 지지세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유력한 대선주자인 이 의원에게 당 대표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는 분위기가 형성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부동산 후폭풍 당 지지율 추락, 수해까지 겹쳐

어대낙이라는 말이 돌고 있는 상황에서 전대 기간 정부여당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후폭풍이 거세게 불어닥치면서 모든 이슈를 빨아들였다. 민주당이 부동산 관련 입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야당과 격한 논쟁이 벌어졌다. 또 고위 공직자들의 다주택 보유 논란과 민주당 윤준병 의원이 촉발시킨 전월세 논란 등이 불거지면서 민주당은 수세에 몰렸다. 정부여당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반발은 민주당의 지지율 하락까지 초래했다. 결국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 이후 처음으로 민주당의 지지율이 미래통합당에 역전을 당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까지 발표됐다.

이 때문에 민주당의 전대는 더욱 더 국민의 관심 밖으로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여기다 기록적인 폭우로 전국에서 수해 지역이 속출하면서 민주당 전대 선거운동도 중단됐다. 민주당은 광주·전남(8), 전북(9), 대전·세종·충남(14), 충북(16) 지역 대의원대회와 후보자 합동연설회를 취소했다.

이 때문에 김부겸 전 의원과 박주민 의원은 비상에 걸렸다. 선거운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게 되면 자신을 알릴 기회도 그 만큼 줄어들게 되고, 이낙연 의원을 치고 올라갈 가능성도 낮아지기 때문이다. 대세론을 유지하고 있는 이낙연 의원에게는 더 쉬운 게임이 되고 있는 것이다.

김부겸 전 의원 측은 지난 11일 보도자료를 내고 당 전당대회준비위원회와 선거관리위원회에 호남과 충청지역 합동연설회와 TV 토론회 전면 취소 결정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공문으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박주민 의원 측은 지난 1324~25일에 예정된 권리당원 온라인 투표 일정을 이틀 연기해줄 것을 요청하고 나섰다. 박 의원 측은 권리당원 온라인 투표와 전국대의원 온라인 투표를 26일과 27일에 동시 진행해 전당대회 전체 일정은 유지하되 선거운동 기간은 이틀 늘릴 수 있도록 하는 안을 당 선관위에 공식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의원이 쉽게 당 대표가 된다고 해서 반드시 이 의원에게 유리한 것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최근 이 의원의 대선주자 지지율은 하락세를 나타내면서 대세론이 균열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 14일에는 한국갤럽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처음으로 이낙연 의원을 누르고 대선주자 지지율에서 1위로 올라섰다는 발표까지 나왔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의원이 치열한 경쟁 없이 전대에 대한 무관심 속에 당 대표로 선출된다고 해서 대선주자로서의 존재감 강화와 지지율 상승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낙연 의원은 지난 13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전대가 흥행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과 관련 전대에 대한 관심이 모든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국민의 불편과 고통이 훨씬 더 중요한 일이라 흥행이 가장 중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친문 눈치보기로 정책.비전 경쟁도 실종

민주당 당권주자들의 친문 눈치보기도 전대의 흥행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민주당의 전대 승패는 민주당의 최대 계파인 친문의 선택에 따라 운명이 엇갈릴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친문 눈치보기를 하는 전대 후보들이 정부 정책기조에 비판적 의견 개진을 자제하면서 정책 경쟁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한 언론을 통해 전대 흥행 참패와 관련 수해 때문에 전대에 관심이 없는 게 아니다모든 후보들이 국민이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친문 당원들 입맛에 맞는 말만 하기 때문에 국민들의 관심이 없는 것 아니겠느냐고 주장했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이처럼 ‘3로 흥행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전대를 통해 추락한 민주당의 지지율을 다시 끌어올리는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새로 선출될 당 대표도 친문이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에서 독자적 권한을 갖기는 힘들고 무거운 책임만 짊어지게 될 가능성이 높아 기대감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관전 포인트 이낙연 득표율’ ‘박주민 돌풍’?

민주당의 전대가 흥행 실패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막판 관전 포인트라고 한다면 두 가지 정도를 꼽을 수 있다. 우선 대선주자 지지율에서도 이재명 지사에게 추월을 허용한 이낙연 의원이 전대에서 얼마 정도의 득표율로 당 대표에 당선될 것이냐의 문제다. 과거 추미애 전 대표의 2016년 전대 득표율은 54.03%, 이해찬 대표의 2018년 전대 득표율은 42.88%였다. 이 의원 측은 내부적으로 60% 득표를 목표로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의원이 압도적 득표율로 당 대표로 선출돼야 힘 빠진 대선주자 대세론도 다시 다잡을 수 있고 당 대표로서의 위력도 발휘할 수 있다. 그러나 과반 미만의 득표율로 당선된다면 반대의 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막판 당권 레이스에 뛰어든 박주민 변수가 파란을 일으킬 수 있을지 여부다. 일찌감치 어대낙분위기가 형성되면서 관심이 오히려 누가 2위가 될 것이냐에 쏠리는 분위기다. 일부 여론조사에서 재선인 박 의원이 4선 의원과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낸 김부겸 전 의원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윈지코리아컨설팅이 지난달 2930일 당 대표 후보 지지도를 조사(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한 결과 이낙연 의원(39.9%)1위로 나타났고 뒤이어 김부겸 전 의원(21.8%). 박주민 의원(15.7%) 순이었다.

그러나 민주당 지지층에서의 지지도는 이낙연 의원(57.4%)에 이어 박주민 의원(18.0%)2위를 기록하면서 김부겸 전 의원(17.1%)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권리당원에서도 이낙연 51.5%, 박주민 22.7%, 김부겸 19.9% 순이었다. (여론조사 관련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박 의원이 실제 전대에서 파란을 일으켜 2위로 올라선다면 민주당의 차세대 리더로 등극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경우 잠룡으로 분류되는 김 전 의원은 정치적으로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게 된다. 김 전 의원은 전대에서 패하더라도 이낙연 의원을 상대로 의미있는 득표율을 기록해야 차기 대선의 기반을 다질 수 있다. 그러나 이 의원에게 패하고 박주민 의원에게까지 2위 자리를 내줄 경우 대권 레이스에서 입지는 더욱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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