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이기우 언론인] 야당인 미래통합당에서는 내년 4월 재보선 중 서울시장 선거에서 꼭 승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단순히 서울시장 승리 없이는 대선 승리가 없다는 표면적인 이유도 있지만 서울시장 승리를 통한 파생 효과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 당시 소위 민주당 보릿고개 10년 동안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낙하산 논란속에서도 서울시 및 서울시 산하 기관을 통해 여권 및 측근 인사들을 챙겨왔다. 여권 관계자들 사이에서 박 시장이 10년 동안 여권 및 측근 인사들을 챙겨, 이른바 박원순 사람들이 생겼고, 그들의 가족(3인 기준)까지 30만명을 먹여 살렸다는 얘기가 심상치 흘러나오는 이유다. 특히 2017년 박 전 시장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자 박원순 사람들은 친문화됐고, 차기 대권 교두보 마련까지 했다. 이러한 이유로 여권이 박 전 시장을 옹호했다는 말도 나온다. 그래서 서울시장은 정치적으로 상징성이 클 뿐만 아니라 일련의 이유 때문에 절대 패배해선 안될 자리로 여겨지고 있다. 각 당이 서울시장 선거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고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영결식에서 공동장례위원장인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조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고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영결식에서 공동장례위원장인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조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 MB-박 보수 정권 민주당 출신 어공들 챙긴 박원순 전 시장
- 박 전시장 대선 불출마선언 후 박원순계 친문으로 합류 승승장구

서울시는 외교국방을 제외하고 정부부처의 거의 모든 업무를 하고 있다. 일명 미니 대한민국 행정부라고 불리며, 서울시장을 이른바 소통령이라고 부른다. 이런 이유로 서울시장을 거쳐간 정치권 인사들은 대권 잠룡으로 분류됐다. 특히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경우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 여권인사들을 서울시 산하 기관으로 보낼 정도로 측근 챙기기에도 용이했던 대표적 인물이다.

산하기관 25, 여권 돌려막기식 인사 수시로

실제 서울시 산하 투자·출연기관 설립 현황을 보면, 서울교통공사서울시설공단서울시 농수산식품공사서울주택도시공사서울에너지공사서울의료원서울연구원서울산업진흥원서울신용보증재단세종문화회관여성가족재단복지재단문화재단시립교향악단서울디자인재단120다산콜재단 등 총 25곳에 이른다.

이중 9곳은 박 전 시장 재임 중에 생겨났다. 평생교육진흥원50플러스재단디지털재단에너지공사120다산콜재단공공보건의료재단서울기술연구원사회서비스원미디어재단 티비에스 등이다. 이 외에도 시 직영 조직 및 시설로 서울시역사편찬원서울기록원농업기술센터서울식물원보건환경연구원청년청서울혁신파크새활용플라자NPO지원센터한성백제박물관서울공예박물관 등이 박 전 시장 밑에서 생겨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시장 측근 및 같은 정당 인사들의 낙하산 자리가 될 수 있다.

2016년 당시 서울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 산하 투자출연기관은 민주당 성향의 인사들을 대거 임명했다. 2016년 기준으로 살펴보면 2007년 문재인 대선 후보 멘토단 출신 인사가 서울장학재단, 참여정부시절 금융연구원장이 서울시교향악단, 참여정부 대통령비서실 행정관과 희망제작소 이사 출신이 서울여성가족재단, 2007년 참여정부 대통령자문 양극화 민생대책위원장 및 2012년 문재인 대선후보 미래캠프 복지국가위원장 출신이 서울복지재단 이사장을 맡는 등 사실상 측근 인사 및 정치적 성향이 같은 인사들을 주요 요직에 배치했다. 나아가 기관장 뿐만 아니라 기관 본부장 등을 비롯해 실무진들까지도 서울시 산하 투자출현기관에 근무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 측근 일자리가 마련된다는 말이 정설처럼 돌기도 했다. 서울시 산하의 한 공공기관 공무원인 A씨는 기자에게 관련 지식이 전무한 박원순 측근이 요직을 맡는 바람에 업무적 충돌이 잦았다가 결국 좌천당해 휴직을 한 적도 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여권 내에서 박 전 시장이 아군 30만명을 먹여 살렸다는 말이 심심치 않게 흘러나오는 단적인 예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 여권 한 관계자는 이명박박근혜 10년 정권 동안 어쩌다 공무원이 된 이른바 어공들을 먹여살린 인사가 박 전 시장이라며 “10년간 최대 30만명(3인 가족 기준)의 먹거리를 해결해줬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여권, ‘미투의혹박원순 옹호 이유, ‘밥먹여준인연?

그러나 박 전 시장이 지난 2017년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서울시 요직에 있었던 인물들도 각자도생했다. 대다수가 친문계로 탈바꿈했다. 당시 박 전 시장 측근들 사이에서는 힘든 시기에 박 전 시장이 챙겼는데 친문화가 되어버린 것에 대한 불만이 나오기도 했지만 승승장구했다.

실제 문 대통령은 20174월 대선 후보 시절 서울시의 검증된 정책들, 또 검증된 인재들, 제가 최대한 활용하고 싶다. 다음 정부는 박원순 시장과 함께 만들어나가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낸 임종석 전 비서실장과 하승창 전 사회혁신수석, 서울연구원장을 역임한 김수현 전 정책실장,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을 지낸 조현옥 전 인사수석 등은 문재인 대통령이 20175월 취임 후 첫 청와대 인사를 발표했을 때 이름을 올렸던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문 대통령은 서울시의 도시재생, 청년주택, 청년수당 등을 정부 정책으로 채택했다. 뿐만 아니라 박 전 시장과의 인연으로 김원이 전 정무부시장 등은 국회로 진출하기도 했다.

이런 인연 때문일까. 전직 비서에게 성추행 혐의로 피소된 박 전 시장이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을 때 민주당은 박 전 시장을 감쌌다. 과거 정치권에선 자당 소속 정치인의 성범죄 의혹이 불거지면 진위가 명확히 규명되기 이전이라도 사과하거나 최소한 유감 표명을 했다. 더구나 진상 규명될 때까지 당원권을 정지시키거나 탈당시켰던 것과 대조적이다.

실제 청와대와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는 오랫동안 침묵했고, 민주당은 피해 호소인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었다. 박 전 시장과 정치적 인연이 깊은 의원들이 주도했다. 표면적 이유는 일단 박 전 시장 사망으로 진상 규명 자체가 어려워졌다는 이유를 내세웠으나 정치권 안팎에서는 박 전 시장과의 끈끈한 관계때문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실제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낸 민주당 진성준 의원은 박 전 시장에 대한 일방적 의혹 제기가 사자명예훼손에 해당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해찬 대표도 박 전 시장 빈소를 찾아 조문한 직후 고인에 대한 의혹이 있는데 당 차원 대응이 있을 예정인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이 나오자 그건 예의가 아니다고 일축했다. 질의가 이어지자 이 자리에서 예의라고 하는 것인가. 최소한 가릴 게 있다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이와 관련, 통합당 한 인사는 박 전 시장은 참여연대, 아름다운재단 등에 참여한 진보 진영의 거물이라며 이해찬 대표도 박원순과 ‘40년 동지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민주당에 박원순 전 시장과 인연이 없는 인물을 찾아보기가 힘들다그런 인간적인 이유 등으로 여권이 감싸기에 나선 것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영결식이 열리는 가운데 민주당 의원들이 헌화하고 있다. 뉴시스
박원순 서울시장의 영결식이 열리는 가운데 민주당 의원들이 헌화하고 있다. 뉴시스

통합당 보수집권 플랜 가동, 서울시장 승리는 필수

일련의 과정으로 인해 통합당은 어느 때보다 서울시장 승리에 목 매고 있다. 시기적으로 대선을 11개월 앞서 치러져 대선 전초전성격을 띠고 있지만 통합당 인사가 서울시장이 될 시 차기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시 산하 투자·출연기관에 민주당 출신 인사들에 적폐 청산에 돌입하면서 보수집권 플랜을 가동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반면, 여권은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박 전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처음 당선됐을 당시인 2011년 상황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당시 여당이었던 한나라당은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해 임태희 대통령 비서실장, 백용호 정책실장 등이 물러났고, 당은 박근혜 비대위 체제가 들어서기도 했다. 이 때문에 통합당 인사들 사이에서는 서울시장 선거를 패배하면 차기 대선 승리도 어렵다고 말한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