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보다 높은 실업급여… 정부 ‘일자리사업’ 허점

[뉴시스]

 

[일요서울 | 신유진 기자]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고용 일자리가 불안정한 가운데 구직급여(실업급여) 지급액이 역대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실업급여를 반복수급 하는 ‘얌체족’이 늘어나면서 고용노동부(이하 고용부)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고용기금이 바닥을 보이는 상황에서 실업급여의 지급액수가 최저임금 기준 액수보다 많기 때문이다. 실업급여 총 지급액 또한 매달 최고치를 경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복수급자 10명 중 4명, 정부 일자리사업 참여자

실업급여 수령 횟수 무제한에 바닥 보이는 ‘고용기금’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전 지난 1월~ 2월 실업급여 지급액은 7000억 원대 수준이었지만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한 3월과 4월에는 각각 8982억 원, 9933억 원으로 치솟았다. 코로나19 절정기였던 5월과 6월에는 1조 원을 돌파했으며 6월에는 1조1103억 원, 7월에는 1조1885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4296억 원(56.6%) 급증했다. 7월 실업급여 신규 신청자 수는 11만4000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하면 1만3000명이 증가했고 실업급여 수급자는 73만1000명을 기록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실업급여 지급액은 총 6조7239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업급여 지급액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가운데 올해 들어 실업급여 반복수급 사례가 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달 고용부는 고의로 실직과 구직을 반복해 실업급여를 타가는 부정 수급자를 막기 위해 1인당 실업급여 수령 횟수 제한을 검토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고용부는 6개월만 근무하고 해고를 당한 후 4개월간 실업급여를 상습적으로 타가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판단이다. 현재 실업급여는 실직 전 18개월 이내 180일 이상 근무를 하면 받을 수 있다. 지난해 고용보험범 개정으로 실업급여 지급 수준은 평균 임금의 50%에서 60%로 올랐으며, 기간은 90일~240일에서 120~270일로 늘었다. 그러나 수급 횟수에 대한 제한 기준은 없는 상태다.

반복수급자 급증 추세
악용 사례 늘어

올해 1~6월까지 실업급여 반복수급자(3년간 실업급여 3회 이상 수령)로 분류된 인원은 2만4884명으로 집계됐다. 올 상반기에만 지난해 총 반복수급자 대비 90%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특히 1월부터 4월까지 실업급여를 받았던 반복수급자 중에 3년간 다섯 차례 실업급여를 수령한 경우도 7명이나 됐다. 이처럼 실업급여 반복수급자가 급증한 배경에는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고용 불안도 있지만, 일해 버는 돈보다 지급받는 실업급여액이 더 많기 때문이라는 지적도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지난해 10월 정부가 사회안전망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지급기간 및 액수를 늘리면서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늘었다는 것.

실업급여 지출 급증과 코로나19 사태까지 악재가 연이어 터지면서 고용보험기금은 바닥을 보이고 있다. 실업급여 지급액이 매달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자 정부는 3차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재정에서 3조4000억 원을 긴급 투입했다. 이에 정부의 일자리 제도가 허술하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반복수급자 38%,
공공일자리 참여한 60세 이상

반복 수급자 10명 중 4명가량은 정부 공공일자리에 참여한 60세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고용보험 취지가 실직자 생계 보장 및 구직활동 지원임에도 불구하고 공공일자리로 정부의 지원을 받고 실업급여까지 받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지난해 정부가 만든 직접일자리 참여자는 총 143만3000명으로 이 중 60세 이상은 96만3000명(67%)이다. 이들 중 12만8000명이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난해 실업급여 3회 이상 수급자 3만6315명 중 60세 이상은 1만3833명(38%)에 달했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올해 들어 6월까지 반복 수급자가 가장 많은 업종은 ‘공공행정, 국방 및 사회보장 행정업’으로 8115명을 기록했다. 이 업종은 정부가 세금을 투입해 마련한 직접일자리가 대다수다. 공공행정 분야 전체 종사자는 80만 명 수준인 반면 제조업 종사자는 365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 종사자가 공공행정 종사자보다 인원은 4배 더 많지만 실업급여 3회 이상 수급자는 1028명에 불과했다.

지난달 29일 홍석준 미래통합당 의원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실직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서는 덴마크처럼 구직 노력 의무를 강하게 부여하고 이를 철저히 확인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실업급여 반복수급 증가에 따른 악용 사례 우려가 제기되자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계절(영향을 받는 산업의) 실업자들이 구직급여를 반복해 수급받는 경향이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그러나 반복수급 자체가 바람직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연구 용역을 통해 개선점을 찾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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