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김준석 언론인]21대 국회 이후 과거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스타일의 스타 정치인이 탄생했다. 화제는 주인공은 류호정 정의당 의원, 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다. 기자회견 개최, 보도자료 배포, 페이스북 정치를 통해 이름 석자를 알리기도 쉽지 않은 여의도 정치무대에서 최근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21대 국회 초반 혜성처럼 등장해 언론의 집중 조명은 물론 국민적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류호정(좌).윤희숙(중).용혜인(우), 뉴시스

- , 진보정당의 문제아에서 기대주로 화려한 변신
- , 레전드 5분 연설로 수직상승 차기 서울시장 후보?
- , 소수정당 한계 깨면서 기본소득 공론화 주도

여성 3인방은 176석의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이 아니다. 진보정당, 범여권 정당, 보수정당으로 각각 당적은 다르지만 초선 여성 의원이라는 점이 공통점이다. 더구나 여야 주요 정당의 계파 수장이나 실세 의원의 최측근이 아니라 본인만의 강점과 실력으로 스타덤에 올랐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특히 비례대표로 정계에 입문한 류호정 의원과 용혜인 의원은 90년대생으로 21대 국회에서 보기 드문 청년 정치인의 상징이다. 아울러 세 명의 의원들은 300명 여야 의원들이 경쟁하는 여의도 무대에서 본인의 정치적 존재감을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분홍색 원피스로 여의도의 엄숙주의를 깨뜨린 류호정 의원은 진보정당의 기대주로 떠올랐다. 윤희숙 의원은 문재인정부의 부동산정책을 조목조목 반대한 레전드 5분 연설도 보수의 기대주로 떠올랐다. 더구나 윤희숙이라는 이름은 미래통합당 쇄신의 상징으로 떠오르며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로까지 오르내릴 정도다. 용혜인 의원 역시 본회의 5분 발언으로 청년 정치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기본소득당이라는 소수 정당의 한계에도 21대 국회의 화두인 기본소득가치 확산에 널리 나서고 있다.

권위주의 파괴류호정, 진보정당 샛별로

류 의원은 21대 국회를 전후로 천당과 지옥을 모두 경험했다. 21대 총선 공천과정에서 불거진 이른바 대리게임논란으로 정계입문에 따른 값비싼 수업료를 치렀다. 21대 국회 개원 이후 홍콩 민주화시위를 주도하는 조슈아 윙 데모시토스당 비서장과 화상회담으로 주목을 받기도 했지만 잠시뿐이었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망 이후 이른바 조문 거부논란으로도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이 과정에서 여권 지지층의 거센 공세에 시달린 것은 물론 정의당 일부 당원의 탈당에 빌미를 제공했다는 비난에도 시달렸다. ‘진보정당의 문제아라는 낙인 찍혔다. 정의당 안팎에서도 비례대표 1번은 잘못 고른 게 아니냐는 반성마저 나올 정도였다. 당 일각에서는 심상정 대표의 리더십 한계를 거론하는 비판마저 쏟아졌다.

다만 새로운 스타탄생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정말 우연한 계기였다. 류 의원이 분홍색 원피스 차림으로 국회 본회의에 출석한 게 뒤늦게 온라인상에 화제가 됐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와 다음에서 가장 많이 읽는 정치뉴스는 류 의원 관련 소식으로 도배가 됐다. ‘류호정 원피스는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오르기도 했다.

국회법에는 국회의원의 복장 규정이 없지만 본회의장에 술값 받으러 왔냐는 거친 비난도 쏟아졌지만 국민적 집단지성은 곧 이를 바로 잡았다. 정의당도 도를 넘는 비난에 성차별적 편견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류 의원의 원피스를 둘러싼 공방을 과거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과거 백바지 등원 논란마저 소환했다. 유 이사장은 2003년 재보선 승리 이후 국회 본회의장에 나타났을 때 일반적인 드레스 코드였던 정장이 아닌 흰색 바지와 캐주얼 차림으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류 의원의 원피스 논란은 유 이사장의 백바지 논쟁 이후 17년 동안 국회가 크게 변하지 못했다는 점을 의미했다.

류 의원은 복장으로 상징되는 관행을 깨고 싶었다. 국회의 권위는 양복으로 세워지는 게 아니다고 일축하며 용기를 냈다. 여야 모두 응원의 목소리가 넘쳐났다. 온라인상의 팽팽한 찬반 양론과는 다른 모양새였다.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국회의 과도한 엄숙주의와 권위주의를 깨 준 것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평가했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역시 류호정 의원의 의상을 문제 삼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심상정 대표는 원피스가 입고 싶어지는 아침이라며 류 의원을 응원했다.

연동형 비례제 도입 이후 내심 20석 이상의 원내 교섭단체를 희망했던 정의당은 총선 이후 6석의 미니 정당으로 전락했다. 21대 국회 개원 이후에도 별다른 활로를 찾지 못했다. 다만 류 의원의 원피스 논란은 역설적으로 정의당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증폭시켰다. 류 의원도 원피스 복장에 쏟아진 관심에 부담스러워하면서 향후 의정활동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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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 법안으로 동의하지 않은 성관계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비동의 강간죄법안 홍보에 나선 게 대표적이다. 최근 국회 의원회관 곳곳에 노란색 대자보 100장을 붙이며 지원을 호소하는 신세대 정치인의 모습으로도 눈길을 사로잡았다. 류 의원은 원피스 논란을 전후로 진보정당인 정의당의 기대주로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연일 언론의 인터뷰 요청이 쏟아진 것은 물론 일거수 일투족이 대중의 관심을 모을 정도다.

투쟁보다 국민적 공감대윤희숙, 보수정당 새좌표

윤 의원은 낡고 고루한 보수정당의 이미지를 한 번에 불식시켰다. 소속 정당인 통합당은 대정부투쟁 방식과 관련해 그동안 단식, 장외투쟁, 이념공방 등 거친 방식을 주로 사용해왔다. 21대 총선 이전 황교안 대표 체제가 주도해온 방식이었다. 효과는 그리 크지 않았다. 수도권 전멸을 포함한 총선 참패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21대 국회에서 민주당의 일방 독주가 지속될 때마다 장외투쟁을 통한 대국민 직접 호소에 나서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다만 윤희숙 효과로 최근에는 그런 이야기가 수면 아래로 들어갔다. 필리버스터나 장외투쟁 등 고강도 대응방안이 아니라 국민의 눈높이에 맞춘 합리적 원내투쟁이 대세를 이룬 것이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통합당은 이른바 윤희숙 신드롬이후 지지율이 서서히 상승하더니 최근에는 민주당은 누르고 2016년 하반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 이후 약 4년 만에 지지율 역전을 이루기도 했다.

윤 의원은 지난 7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저는 임차인입니다로 시작하는 5분 연설로 국민적 스타로 발돋움했다. 윤 의원은 눈시울을 붉히면서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 일방독주를 비판했다. 윤 의원은 제가 지난 5월 이사했는데, 이사하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집주인이 2년 있다가 나가라고 그러면 어떻게 하나하는 걱정을 달고 살고 있다라며 제게 든 생각은 4년 있다가 꼼짝없이 월세로 들어가게 되는구나. 이제 더 이상 전세는 없겠구나, 그게 제 고민이라고 말했다.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장악한 것은 물론 시중의 부동산 민심을 자극했다. 관련 기사와 유튜브 동영상에는 응원댓글이 쏟아졌다.

전방위 저격수로 활동 중인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마저 이제야 (통합당이) 제대로 하네라고 호평할 정도였다. 덩달아 윤 의원의 저서인 정책의 배신도 화제를 모았고 초선 김웅 의원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공개적으로 책을 추천할 정도였다. 찬사는 민주당에서도 나왔다. 안민석 의원은 통합당 경제혁신위원장으로서 당당하기 위해 2가구 중 1가구를 내놓았다고 하니 신선한 충격이라며 야당이라도 본받을 건 배워야 한다고 칭찬했다.

윤 의원의 깜짝 등장은 일회성 이벤트도 그치지 않았다. 일단 본인의 정치적 주가가 급등했다. 서울대 경제학 석사, 미국 컬럼비아대 경제학 박사에 이어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거친 경제전문가 이미지에서 가장 촉망받는 초선 의원으로 자리매김했다. 통합당 일각에서는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주요 쟁점이 부동산 민심 이반과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논란이라는 점에서 여성 경제전문가인 윤 의원이 히든카드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마저 나올 정도다.

아울러 윤 의원의 레전드 연설은 통합당 체질 개선과 쇄신의 기폭제가 됐다. 장외투쟁이 아니라 원내 투쟁을 통해서도 국민적 공감을 얻을 수 있다는 학습효과 때문이었다. 특히 윤희숙 신드롬이 확산되면서 제2, 3의 윤희숙을 꿈꾸는 초재선 의원이 대폭 늘어나면서 총선패배 이후 움츠러들었던 당의 문화도 활력이 넘쳤다.

기본소득 화두 선점용혜인, 소수정당의 활로 마련

기본소득당의 용혜인 의원도 국민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 5일 국회 본회의 연설에서 윤희숙 의원의 연설 문구를 패러디하면서 부동산 불평등 문제의 해결을 강조한 것이다. 용 의원은 특히 저는 신혼부부 전세 빌라에 신랑과 함께 사는 임차인입니다라는 연설을 통해 정반대의 시각에서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옹호했다.

특히 집값대책과 관련, 기본소득당의 화두인 기본소득 확산에도 노력했다. 용 의원은 더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는 세입자들의 이야기가 부동산 대책에 반영되어야 한다직접적인 재분배 정책으로서 토지 보유세 도입 등 토지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여권에서도 응원의 목소리가 나왔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가 5분 연설로 주목받은 용 의원에게 본회의 연설이 무척 좋았다. 앞으로의 의정활동도 열심히 해달라며 간식 선물세트를 전달한 것이다.

용 의원은 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비례연합 정당인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로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다만 민주당과 시민당의 합당으로 제명되면서 본래 소속인 기본소득당으로 돌아갔다. 범여권이기는 하지만 초미니 소수정당이라는 점은 한계였다. 다만 5분 연설 화제도 대중적 관심이 올라간 건 플러스 요인이다. 용 의원은 이를 바탕으로 지지율 3% 이상 정당에만 의석을 배분하는 봉쇄조항 폐지, 국민 1인당 기본소득 월 60만원 기본소득 지급, 피선거권을 만 25세에서 만 18세로 하향 조정 등도 추진하고 있다.

여의도 사정에 정통한 한 정치평론가는 총선 이후 새로운 국회가 시작될 때마다 언론의 주목을 받는 새로운 스타는 늘 탄생한다“21대 국회 초반의 경우 여야를 가리지 않고 여성 초선 의원들의 활약상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나 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의 경우 대중의 관심을 한몸에 받으면 전국적인 지명도를 갖춘 스타 정치인으로 부상했다향후 정치활동에서 추가 득점을 얻을 경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주요 여성 정치인으로 성장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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