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기 역사만화 ‘35년’ 7년여 만에 완간
"우리나라는 충분히 강하다"

14일 오후 5시 서울시청 인근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 중인 박시백 화백. [사진=신수정 기자]
지난 14일 오후 5시 서울시청 인근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 중인 박시백 화백. [사진=신수정 기자]

[일요서울ㅣ신수정 기자] 8월15일은 광복절이다. 특히 올해는 광복 75주년과 동시에 봉오동·청산리 전투 100주년, 한국광복군 창군 80주년을 맞았다.
최근 일제강점기에 우리나라를 광복으로 이끈 선조들의 투쟁을 그린 박시백 화백의 ‘35년’ 시리즈도 완간됐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국민들은 한국이 강대국들 사이에서 끌려다니는 약소국의 입장이라는 인식이 팽배하고 독립운동가들의 투쟁도 잊어져가고 있다.
일요서울은 지난 14일 오후 서울시청 인근 카페에서 박시백 화백을 만나 ‘35년’에서 다룬 일제강점기와 당시 독립운동가들의 투쟁에 대해 알아봤다.
다음은 박시백 화백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일제강점기 내용을 다룬 ‘35년’ 완간 소감은?
▲무사히 마쳐서 다행이다 싶고 홀가분하다.

- 생각하고 있는 후속작은?
▲조선왕조실록 이전 고려사와 해방 후를 다룰까하는 생각이다. 요즘은 쉬엄쉬엄 두 주제를 같이 연재할지, 무엇을 먼저 다룰지도 생각하면서 그와 관계된 흔적들을 찾아보면서 생각하며 시간을 보낸다. 후속작의 주제에 대해서도 일단 독자들의 요구가 가장 크다. 열혈 독자들은 고조선부터 현대까지 다 해달라고 하시는 분도 계시다.

- 이번 일제강점기 시리즈 ‘35’년을 다루면서든 생각은?
▲조선왕조실록은 연구가 덜 된 분야고, 소개도 안 돼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때부터 ‘좀 더 제대로 해야지’하는 사명감이 생겼다고 한다면, 이번 일제강점기를 다룬 ‘35년’은 많은 사람들의 연구가 있고 같은 인물이나 사안에 대해서도 여러 다양한 관점이 존재한다. 그런데도 35년간 일본에 맞서왔던 우리 선조들에 대해 덜 알려져 있다. 독립운동가들의 35년간의 투쟁을 가급적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고 이번에야말로 ‘사람들에게 더 알려야겠다’는 사명감이 자연스럽게 생겼다.

- 작품 배경 조사를 위해 답사를 다니며 느낀점은?
▲▲이번에는 연변과 백두산 쪽으로 두 번 답사를 갔다. 하지만 우리가 잘 아는 봉오동 전투, 청산리 전투 일대는 이미 다 수몰돼 버리고 과거 그때의 느낌은 없었다.현장 답사를 통해 작업에 필요한 장면이나 배경에 대해 알게 되는 것보다는 만주라는 곳이 어떤 곳이고 이런 지역에서 선조들이 살았고 싸우고 도망 다니고 했었구나 하는, 그 옛날 의지할 데 없이 독립운동을 위한 마음 하나로 싸웠던 선조들과 투쟁의 역사에 대한 숭고함이 생겼다.

- 작품활동 하면서 내세우는 자신만의 신념이 있다면?
▲일단 팩트를 기반으로 내용을 다루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이번 35년의 경우도 없는 얘기나 편향된 얘기를 그린 것이 아니라 수많은 독립운동가들과 당대 친일파들의 행태를 그린 것이다. 실제 벌어졌던 일들, 당시 주요 정치세력들, 주요 지도자들의 움직임을 사실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 작품의 방향이다. 요즘은 책을 통해 진실을 알린다는 것보다 개개인들이 신념을 가지고 있고 정보를 취사선택해 정보를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을 기반으로 다룬 정보에는 편향적인 사고가 없는 사람이라면 나름의 길잡이가 된 것이라 생각한다.

- 일제강점기를 지나 해방을 맞이하기까지 독립운동에 대해 말하자면?
▲어렸을 때 학교 선생들로부터 많이 들었던 얘기가 ‘우리나라 광복은 원자폭탄 때문에 된 것이다’라는 말이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일종의 선동이라고 본다. 해방 이후에 친일파들이 우리 사회 주류를 형성하다 보니 독립운동가의 공을 높이 사면 자신들의 입장이 우스워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독립운동가들의 공을 깎아내리기 위해 독립운동을 하긴 했지만, 별거 아니었고 뚜렷하게 이룬 성과도 없다는 얘기를 곁들였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독립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군이 이겼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일본의 식민지에서 하나의 독립국으로 인정받은 데에는 독립운동했던 선조들의 노력이 축적된 결과가 뒷받침됐다. 당시 국제 정세에 예민하게 반응하던 독립운동가들은 일본이 세계로 세력을 확장해 가려 할 것이란 것과 그로 인해 다른 강대국들과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 예견했다. 그리고 다른 강대국들과의 전쟁이 일어날 것을 대비해 군대를 조직하고 함께 싸워 독립을 이뤄야겠다는 현실적인 판단을 내렸다. 미국의 경우 제1차 세계대전 이전에 조선은 일본의 식민지였기 때문에 조선의 독립은 안중에도 없었다. 일본이 마지막 패전협상을 할 때도 조선을 굳이 독립시킬 이유가 없는데 선조들이 끝없이 싸웠기 때문에 독립의 기회가 왔다고 보는 것이 맞다. 카이로 회담 때 우리나라 독립문제 자체가 논의될 때 신탁통치 내용이 들어가긴 했지만, 당시 식민지 된 나라 중 한국만 유일하게 적절한 때에 독립시킨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임시정부와 독립군 군대, 독립운동가들이 싸워왔기 때문에 조선이라는 나라의 움직임이 해외 언론에 보도도 되고 3·1운동도 주목을 받아 결국 종전할 때 독립권을 얻게 된 것이다.

- 하지만 한국은 강대국들에게 끌려다니는 약소국이라는 인식이 팽배한데...
▲바보같은 생각이다. ‘우리는 약소민족이고 강대국 사이에 끼어있는 약한 나라’라는 생각이 너무 유전자에 박혀버린 게 아닌가. 우리나라는 충분히 강하다. 그런데 그에 맞는 처신을 못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는 어른의 입장으로 장성했는데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어린아이에 머무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우리나라는 영국, 이탈리아 같은 강대국들과 경제적인 면에서도 큰 차이가 없다.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 보여준 것만 봐도 굉장히 멋진 나라다. 그런데 일본, 중국, 미국에 대해서는 너무 약소국이라는 입장으로 외교든 뭐든 하려는 것이 안타깝다. 한국은 좀 더 자신감을 가져도 되는 나라다.

- ‘35년’ 시리즈 중에서도 추천하는 부분은?
▲35년 시리즈 중에서도 2권은 우리나라 민족적 자아, 군대적 자각을 한 3·1운동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이 대목에서 3·1운동이 곳곳에서 벌어진 만세운동이 아니라 몇 개월에 걸친 항쟁이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또 다른 7권에서는 친일파들의 막바지 행보를 담고 있다. 친일 청산에 대한 말들이 많은데, 친일했던 사람들은 이미 죽고 없다. 우리 세대에서 할 수 있는 친일 청산은 과거 친일파들이 어떻게 동족을 탄압했는지 기억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친일파들의 행동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머지는 안보더라도 이 두 권은 꼭 봤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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