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문화 주관·철학 분명… 충성도 높은 ‘비건족’을 잡아라

[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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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vegan)’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비건이란 고기나 생선은 물론, 유제품이나 계란 등의 동물성 음식을 전혀 먹지 않는 ‘완전채식주의자’를 말한다. 한국채식연합은 국내에 이런 비건 인구가 50만 명을 넘어섰다고 추정한다. 또한 신한카드가 빅데이터 분석으로 서울 소재 비건 식당 및 카페 93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14년 8억 원에 불과했던 이용 금액이 2019년에는 21억 원으로 163% 증가했다. 이렇게 비건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는 배경과 비건 제품과 식당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본다.

30대 직장인 K씨는 지난해까지 간헐적 채식을 하다가 올해부터 비건, 즉 완전채식주의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K씨가 비건이 되기로 결심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하나는 점점 심각해지는 지구의 환경보호와 동물보호, 그리고 나 스스로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다.

환경부에 따르면 햄버거 한 개를 만들기 위해서는 약 3kg 정도의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밥 한공기가 0.7kg인 것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또한 햄버거를 먹으면 널리 알려진 것처럼 각종 성인병에 걸릴 위험이 높다.

‘환경’, ‘동물보호’, ‘건강’
모두 생각해야

K씨는 비건 음식을 먹은 뒤로 체중 감량은 물론 건강이 좋아진 것을 느낀다. 그렇지만 주위 사람들에게 채식을 권하지는 않는다. 비건은 누가 강요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비건에 대한 인식도 많이 부드러워진 것을 느낀다. 몇 년 전만 해도 채식을 한다고 하면 유별나다는 시선을 보냈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K씨는 아직은 비건 트렌드가 조용한 열풍에 머물고 있지만 점점 그 인구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비건과 채식주의자를 같은 말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비건은 채식주의자의 한 유형이다. 채식의 엄격도에 따라 채식주의자는 총 9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프루테리언, 비건, 락토베지테리언, 오보베지테리언, 락토오보베지테리언, 페스코베지테리언, 폴로베지테리언, 플렉시테리언, 세미베지테리언 등이 그것이다. 몇 가지만 살펴보면 프루테리언은 식물도 먹지 않고 땅에 떨어진 열매만 먹는 극단적 채식주의자이며 페스코베지테리언은 육류는 먹지 않지만 물고기와 동물의 알, 유제품은 먹는 채식주의자다. 가수 이효리 등이 여기에 속한다. 플렉시테리언은 채식을 하지만 아주 가끔 육식을 겸하는 준채식주의자다.

뷰티업계도 ‘비건 열풍’
비건 시장 급부상

비건 트렌드 확산의 중심에는 밀레니얼세대가 있다. 주 소비층인 이들은 가치 소비를 즐기며 건강을 중시한다. 이런 밀레니얼 세대의 성향에 맞춰 다양한 비건 제품들이 나오고 있다.

편의점 CU의 ‘채식주의도시락’과 ‘채식주의샐러드’, 세븐일레븐의 ‘콩불고기버거’와 ‘버섯콩불고기김밥’, 식물성 패티와 빵으로 만든 롯데리아의 ‘미라클버거’, 이마트와 나뚜루의 비건아이스크림, 오뚜기 채식라면인 ‘채황’, 한 살림의 ‘비건 냉면’과 ‘비건과자’, 스무디킹의 ‘비건 베이커리’, 비욘드미트의 ‘비욘드버거’, ‘비욘드 소시지’ 등 시중에는 생각보다 비건 제품들이 많다. 그뿐만이 아니다. 먹고 마시는 것을 넘어 바르는 화장품에도 비건 열풍이 불고 있다. 뷰티업계는 비동물실험, 동물원료 첨가안한 비건 제품을 잇달아 출시하는 중이다. 업계에서는 비건 화장품의 시장 규모가 연평균 6%가 넘는 성장률을 기록해 2025년에는 208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몇 년 전만 해도 비건들이 마음 놓고 외식할 수 있는 비건 식당이 없다는 얘기가 많이 나왔지만 비건 인구의 증가와 함께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추세다. 이대 비건식당 ‘베지베어’, 안국역 ‘제로 비건’, 서울 강남의 ‘베지그린’, 서울 망원동의 ‘어라운드 그린’ 경기도 성남 ‘뜰안채 채식뷔페’ 등이 그곳이다. 완전한 비건식당 외에도 비건들을 위한 비건옵션 선택이 가능한 식당들도 늘어나고 있다.

서울 삼청동의 ‘하궁’, 샌드위치 전문점 ‘퀴즈노스’, 글로벌 아시안 비스트로 ‘피에프창’, 서울 마포의 ‘손오공 마라탕’ 등이다. 마라탕은 육류나 사골 국물 등으로 육수를 만들어 비건들이 쉽게 먹을 수 없는 음식인데 손오공 마라탕에서는 비건옵션을 선택한 고객에게 채소육수를 사용한 마라탕을 선보여 눈길을 끈다. 세계적인 부호 빌게이츠가 비건 기업에 거액을 투자했고, 국내에서도 많은 기업이 비건 제품 및 서비스 기획에 뛰어들고 있다. SPC삼립은 미국 푸드테크기업 ‘저스트’의 비건 제품을 국내에 출시했다. 미래에셋그룹도 미국의 대체육류 개발사에 1800억 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그랜드 뷰 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비건 시장 규모는 2025년에는 약 3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가까운 미래에 국내에도 비건식당 프랜차이즈가 생길 것이다. 앞으로는 비건 시장을 알지 못하면 소비자들의 마음을 잡지 못할지도 모른다.

코로나19 기간 중 미국은 다른 곳은 셧다운을 했지만 대체육류제조 공장의 가동은 허용했다. 여기서 알 수 있듯이 환경 이슈를 비롯 로컬리즘의 강화 등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될 경우 식량 문제에 대한 우려가 크다. 식용 가축을 키우는 데는 환경 사료 문제 등 여러 가지 이슈가 있다.

이에 반해 채소나 과일의 경우 아직 대중화 단계는 아니지만 최근 공간과 계절의 제약을 극복하는 스마트팜 기술이 점점 발달하고 있다. 향후 식량이 중요한 이슈로 등장할 경우 대체 육류사업과 스마트팜은 중요한 푸드 테크놀로지로 각광받을 것이다. 비건 트렌드 확산은 이러한 식량 산업의 변화와도 연결된다.

비건 트렌드를 접목해서 창업할 경우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비건 인구는 증가하는 추세이지만 아직 비중이 높지 않고 수요자가 전국에 흩어져 있다. 이처럼 소수의 타겟층이 전국에 분포된 사업을 할 때는 온라인 비즈니스가 유리하다. 사이버상의 식품판매업은 현재 급성장 중이다. 비건 테마를 접목해서 비건 브랜드로 확실하게 포지셔닝한다면 늘어나는 비건 인구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부분적으로는 일반인 고객까지 흡수가 가능할 것이다. 오프라인 음식점이라면 비건 메뉴만으로 충분한 소비 수요를 확보하는 일이 쉽지는 않다. 100% 비건 전문 매장이라면 영양 밸런스와 포만감을 가질 수 있도록 메뉴 구성이 중요하다. 비건족이 아닌 일반 고객도 가고 싶은, 메뉴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

비건 트렌드를 부분적으로 흡수할 수도 있다. 첫째, 비건을 테마로 하되 비건족과 동반하는 일반 고객을 위한 메뉴를 별도로 준비해 고객층을 확장하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 둘째, 앞에서 설명했던 사례처럼 기존 일반 식당에서 비건 옵션 메뉴를 개발해서 추가하고 적극적인 마케팅을 전개하는 것이다. 비건족들은 식문화에 대한 주관과 철학이 분명하고 마니아 성향이 있어 충성도가 높은 고객이 될 수 있다. 비건을 도입하는 사업자 역시 비건족처럼 식문화에 대한 명확한 철학을 가져야 고객과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다. 비건식당의 상권으로 적합한 곳은 고학력 고소득자들이 많은 오피스가 중에서 상업지가 결합된 곳이 유리하며 입지는 해당 상권 내 B급 정도 자리라도 무방하다. 입소문을 타면 목적성 구매 고객이 많이 찾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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