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회장, ‘공문서 위조 혐의’로 고발… 위조 파악 못한 중기부 책임론

사진은 지난 11일  소상공인연합회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배동욱 회장 사퇴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 신유진 기자] 소상공인연합회(이하 소공연)가 최근 연이어 불미스러운 사건이 터지면서 협회 내부에서도 잡음이 나오고 있다. 특히 소공연의 수장인 배동욱 소공연 회장은 일명 ‘춤판 워크숍’으로 질타를 받았다. 또한 노동조합(노조)은 배 회장의 비리를 폭로하며 횡령, 배임, 보조금관리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배회장은 공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도 검찰에 고발 당했는데,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2015년부터 해당 문서를 제출 받고 심사를 했던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춤판 워크숍 이후 점입가경… 노조, 배 회장 비리, 횡령 등 폭로

배 회장, 소공연 가입 위한 밑그림?… 13명의 유령회원 의혹

지난 6월 소공연은 2박3일 일정 워크숍 행사에 음주와 함께 걸그룹을 초청해 춤판을 벌이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워크숍 이후 행사 사진이 온라인에 공개되면서 소공연은 연일 여론의 비판을 받았다. 당시 행사에는 소공연 집행부 등 일부 회원들이 모여 ‘춤판’, ‘술판’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논란 발생 후 사건이 잠잠해지기는커녕 열흘 넘게 소공연 내부 비판과 사무국 노동조합의 지적이 계속 이어졌고, 집행부는 결국 공식 사과했다. 지난달 14일 배 회장은 “이렇게 어렵고 엄중한 시기에 700만 소상공인들은 물론 국민에게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내용의 진위를 떠나 머리 숙여 깊은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배 회장은 춤판 워크숍을 두고 “공연을 주 수입원으로 생활하는 소상공인 연예인 그룹이기에 코로나19로 인해 생계가 어려운 상황을 전해 듣고 위로하기 위해 마련한 초청 공연”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 의도가 아무리 정당하고 순수했다 하더라도 시기적으로 국민의 정서에는 크게 반했다고 생각하고 반성한다”며 “이번 사안을 엄중한 채찍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춤판 워크숍 이후
노조, 내부 비리 폭로

배 회장을 둘러싼 논란은 춤판 워크숍을 시작으로 계속됐다. 소공연 노조 측이 배 회장의 비리를 폭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노조 측은 배 회장은 논란의 워크숍 말고도 정부보조금으로 도서 구입 후 이를 팔아 후원금을 걷었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마련된 100만 원은 본인의 측근인 A 부회장 계좌로 입금했다며 업무상 횡령, 보조금관리법 위반 행위를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또한 노조는 일감 몰아주기 의혹도 제기했다. 지난 4월 배 회장 취임 후 화환발주처를 한국화환협회에서 자신의 부인과 딸이 운영하는 회사로 변경했다는 것이다. 소공연 측은 연 1500만 원 규모로 화환과 꽃다발을 주문하는데 별다른 이유 없이 배 회장이 거래처를 가족회사로 옮겼다고 주장했다.

배 회장의 공문서 위조 혐의는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의 책임론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9일 소공연 노조에 따르면 2015년 당시 중기부는 소공연에 가입하려는 협회와 단체 회원의 사업자등록증 사본, 소상공인 증명서류 제출을 요구했다. 당시 배 회장은 한국영상문화시설업중앙회(이하 영상시설회) 회장으로 재직하고 있었다.

“서류조작‧유령단체 설립”
중기부, 확인 절차 없었나

여기서 지적된 부분은 당시 중기부가 영상시설회가 소공연에 가입하는 과정에서 영상시설회 소속 인원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소공연 노조의 고발장에 따르면 영상시설회 회원으로 기재됐던 소상공인들은 자신들이 이 단체에 소속돼 있다는 점은 물론 영상시설회라는 단체의 존재 여부도 몰랐다고 주장했다.

또한 노조는 배 회장이 제출한 영상시설회 회원 명부에 전국음반소매업진흥회(음반소매회) 구성원 이름, 주소, 사업자등록증 등록번호가 일치하는 사례가 다수 발견됐다고 말했다. 음반소매회는 영상시설회와는 관련이 없는 단체인데도 한 명의 사업자등록증을 음반소매회, 영상시설회에 제출해 각각 구성원으로 등재한 것이다. 또한 노조 측은 포토샵 등으로 전체 18명 회원 중 13명의 서류를 조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중기부는 소공연을 구성하는 협회와 단체는 9개 이상 광역지자체에 지부를 구성해야 하고 협회 및 단체를 구성하는 회원 90% 이상은 소상공인이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회원수만 수만 명이 넘는 곳도 있었기에 당시 중기부는 15명의 사업자 등록증과 소상공인증명을 확인하는 방법으로 점검하기로 했다. 그러나 중기부가 영상시설회 15명의 명단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결국 배 회장은 유령 회원을 만들어 영상시설회라는 단체를 만들었고 이를 기반으로 소공연에 가입해 현재 회장직을 하고 있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한편 소상공인들은 배 회장의 엄벌탄원서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엄벌 탄원서에는 “배동욱 씨는 700만 소상공인의 입장을 대변하는 무한한 책임을 져야 하는 대표자임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소상공인들의 고통과 최저임금으로 인한 소상공인들의 절박함은 아랑곳 하지 않았다”며 “본인 및 몇몇 측근들만의 왕국을 만드는 것에 혈안이 돼 절차조차 어겨가며 상위법에 어긋나는 정관 등 제·규정을 졸속 통과시켰다”고 비판했다. 현재 엄벌탄원서에는 강원도 강릉 소상공인들이 서명을 마친 상태이며 서울시를 비롯해 전국 소상공인들도 엄벌탄원서 서명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소공연이 지도부 교체를 위한 임시총회를 오는 19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임시총회 중요 쟁점은 ‘지도부 교체’로, 김임용 소공연 비대위원장은 “배동욱 회장의 해임을 총회에서 의결하고자 임시총회소집요청서를 소공연에 제출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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