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오전 10시경 일요서울과의 인터뷰 중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김원웅 광복회장. [사진=신수정 기자]
지난 11일 오전 10시경 일요서울과의 인터뷰 중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김원웅 광복회장. [사진=신수정 기자]

 

[일요서울ㅣ조주형 기자] 제75주년 광복절을 맞이한 지난 15일 김원웅 광복회장의 경축사로 인해 '건국 대통령 비하 논란'과 함께 '건국절 논란'을 불러일으킨 가운데, 그 단초를 제공한 김원웅 광복회장의 정체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도대체 그가 누구길래 광복회장이라는 자리를 꿰차고 있으며, 그의 경축사 이면에는 어떤 생각이 숨겨져 있을까.

우선 김 회장의 경축사 일부를 소개한다. 그는 이날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 제주4·3항쟁, 4·19혁명, 부마항쟁, 광주5·18항쟁, 6월항쟁, 촛불혁명은 친일반민족 권력에 맞선, 국민의 저항이었다"라고 밝힌다. "이들 항쟁은 일제강점에 맞섰던 독립운동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발언을 통해 그의 현재 역사관의 시점이 어디에 맞춰져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어 그는 "일제 패망 후, 미군정을 거쳐 한국정부가 수립됐다. 참, 가슴 아픈 일이 전개됐다"면서 "이승만은 반민특위를 폭력적으로 해체시키고 친일파와 결탁했다. 대한민국은 민족반역자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유일한 나라가 되었고, 청산하지 못한 역사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발언한다. 바로 '건국 대통령'에 대해 직함없이 이름만 언급했는데, 이 역시 그의 역사관의 시점을 확인할 수 있다. 김 회장은 어떤 인물이기에 이런 발언을 서슴없이 했을까.

지난 1944년 3월8일 중국 충칭시 출생인 김 회장은 서울대학교 정치학도로, 보수정당과 진보정당 모두를 거친 인물이다. 그러다 정치입문은 1972년 민주공화당 사무처 직원 공채에 응시하면서 공화당 공채 7기 당료로, 제5공화국(전두환 대통령) 시절인 지난 1981년 민주정의당에 입당해 민정당 당료가 됐다.

그의 당적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1992년 14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민주당 후보로 나서 대전 대덕구에서 당선됐고, 2000년 16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동 선거구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나섰다가 2년 만에 탈당을 감행한다. 故 노무현 대통령 탄핵 조짐 사태가 있던 2004년에는 열린우리당으로 17대 총선에 출마한다. 2008년에는 통합민주당으로 나섰고, 2010년 민선5기 지방선거에서는 대전광역시장으로도 출마했다. 결론은 '진보 진영 내에서 뿐만 아니라 양 진영에서도 수차례 당적이 바뀌었고, 의회권력과 행정권력을 잡기 위한 수차례 도전이 있었다'는 것으로 모아진다.
 

김원웅 광복회장에 대한 페이스북 캡처 사진.
김원웅 광복회장에 대한 페이스북 캡처 사진.

 

그런데, 여기서 특기할 만한 점은 그가 지난 2018년 12월8일 일명 '위인맞이 환영단 세미나'에서 "박근혜 좋다는 사람보다 北 김정은 좋다는 사람이 낫다"는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지난 2018년 12월8일 오마이뉴스 보도에 따르면 김 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 을지로2가 향린교회에서 열린 '위인맞이환영단' 공개 세미나 축사에서 "박근혜를 좋아하는 사람보다는 김정은을 좋아하는 사람이 훨씬 나아 보인다"면서 "일왕에 개처럼 충성 다하겠고 혈서 쓰고 독립군 토벌에 앞장선 사람 집안에서 큰 박근혜보다는 일제강점기 항일무장 투쟁한 독립운동가 가문에서 자란 北 김정은이 낫다"고 말했다. 그가 이날 언급한 '일제강점기 항일무장 투쟁한 독립운동가 가문'은 北 김일성, 北 김정일 일가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 1950년 기습 남침으로 6·25전쟁을 일으켜 400만명 이상의 사상자를 내고 그 이상의 인적·물적 피해를 일으킨 北 김일성'이 '더 낫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의 광복절 축사에서 '이승만은 반민특위를 폭력적으로 해체시키고 친일파와 결탁했다. 대한민국은 민족반역자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유일한 나라가 되었고, 청산하지 못한 역사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발언에서 그 의미가 짙어지는 대목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앞서 '위인맞이환영단(단장 김수근)'은 北 김정은에 대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위인'이라면서 여론의 비판에 직면했는데, 전달인 지난 2018년 11월26일에는 단체 결성식에서 "北 김정은이 좋다, 공산당이 좋다"고 발언했다. 국가보안법 제7조1항(찬양 및 고무)에 저촉될 소지가 있다고 할 수 있는 발언이다.
 

위인맞이환영단의 김수근 단장이라는 인물. 사진은 유투브 캡처 사진을 보낸 제보 사진.
위인맞이환영단의 김수근 단장이라는 인물. 사진은 유투브 캡처 사진을 보낸 제보 사진.

 

당시 조선의열단기념사업회 회장을 맡고 있던 김 회장은 이날 "단재 신채호도 일제 때 치안유지법 때문에 투옥돼 옥사했는데 치안유지법에서 이름만 바꾼 게 국가보안법"이라며 "국가보안법은 친일파가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만든 법이고 유엔 인권이사회에서도 반인권적인 법이라며 폐지를 권고했다"고 말한다.

국가보안법은 현재 대한민국 헌법에서 명시된 반(反)국가단체를 비롯한 국내외 테러세력이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국체(國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장치다.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위헌정당심판 판례와 대법원 판례 등에 명시된 반(反)국가단체는 북한, 그리고 국내외 이적(利敵)단체 등을 의미한다. "국가보안법은 친일파가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만든 법"이라는 그의 발언에서 그의 국가관과 역사관이 엿보인다.

게다가 그가 회장직을 맡고 있던 단체인 조선의열단기념사업회는, 조선의열단을 기리는 사업을 하는 단체다. 조선의열단의 단장이었던 인물은 김원봉인데, 김원봉은 후일 北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내각 국가검열상(北 지도부 내 서열 7위)이 됐고, 그 지위를 이용해 '6.25 전쟁 중 남파 간첩 양성 및 남파 지도'를 주도 했고 심지어 '군사위원회 평안북도 전권 대표'가 돼 북한군의 군량미를 총괄했다. 바로 '6·25전쟁의 北 군수사령관'이었던 셈이다.
 

김원봉(左)과 김일성(右). [한국학중앙연구회]
가장 오른쪽이 北 김일성이고,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세번째 위치한 인물이 바로 김원봉이다. [한국학중앙연구회]

 

그렇다면 '위인맞이환영단'은 무슨 단체일까. 이날 이 단체의 단장이라고 밝힌 김수근 대표는 세미나에서 "北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한반도에서 전쟁을 멈춘 위대한 인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북한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개발해 미국도 어쩔 수 없이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만들었다"고 말한다.

또한 "한반도에 평화가 오고 있고 번영이 눈앞에 펼쳐지고 통일이 꿈이 아닌 현실이 되는 데 있어, 北김정은 국무위원장 힘에서도 비롯됐다는 걸 무시하는 것 같아 얘기하는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벨 평화상을 반드시 받을 거라 생각한다"고 강조한다.

김수근 단장의 발언에서 그의 대북관이 엿보이는데, 이같은 성향을 갖고 있는 단체의 세미나에 다선 국회의원 출신이 참석해 '전직 대통령 좋다는 사람보다 北 김정은 좋다는 사람이 낫다'는 발언을 한 것이다.

한편 75주년 광복절 경축사 논란을 일으킨 김원웅 광복회장은 지난해 10월18일RO(혁명조직)를 통한 내란음모죄로 교도소에 수감된 통합진보당 이석기를 찬양하고 미래통합당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을 폄훼하는 등 정치적 중립을 상실해 가고 있다는 이유로 광복회 내부 상벌위원회에 제소된 것으로 알려진 상태다.
 

김원웅 의열단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 위원장이 2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의열단 100주년 기념 한·중·일국제학술대회 - 무장투쟁과 한중연대에 참석해 환영사를 하고 있다. 2019.10.22. (사진=의열단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 제공)
김원웅 의열단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 위원장이 2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의열단 100주년 기념 한·중·일국제학술대회 - 무장투쟁과 한중연대에 참석해 환영사를 하고 있다. 2019.10.22. (사진=의열단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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