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말 이유가 뭐지…." 실적·갑질 논란 때문?

사진설명 : '40년 롯데맨', 황각규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왼쪽)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이동우 롯데하이마트 대표이사 사장이 후임자다.(뉴시스)
사진설명 : '40년 롯데맨', 황각규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왼쪽)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이동우 롯데하이마트 대표이사 사장이 후임자다.(뉴시스)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40년 롯데맨`이자 그룹 2인자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이 갑작스럽게 물러났다. 인사철도 아닌 8월 깜짝 인사로 대표이사직을 내려놔 화제를 모았다.

재계는 이례적이라는 반응과 함께 당혹스러운 모습이다. 후임은 이동우 롯데하이마트 대표이사(사장)가 맡는다. 그러나 이 신임 대표는 과거 불미스러운 일로 질타를 받은 만큼 이미지 개선 작업도 병행해야 할 숙제를 안고 있다. 

실적 악화에 이례적 8월 인사...롯데서 40년 지낸 핵심인사 물러나
후임엔 롯데하이마트 이동우 사장 선임...과거 갑질 발언 `재조명`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최측근으로 경영을 총괄해 온 황각규 부회장이 롯데지주 대표이사에서 물러난다. 황 부회장의 빈자리는 이동우 롯데하이마트 대표이사(사장)가 맡는다. 

지난 13일 롯데그룹은 황 부회장의 퇴진과 일부 계열사 사장 교체 등의 인사를 단행했다.

깜짝 인사는 당일 오전까지 롯데 내부에서도 극비에 부쳐졌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 때문에 오후 1시 30분쯤 `오후 4시 예정된 이사회를 거쳐 황각규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이후에도 헛소문일 것이라는 반응이 주를 이었다. 

이날 인사로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 아래 `황각규-송용덕` 쌍두마차가 이끌던 리더십에서 `신동빈-송용덕-이동우` 직급 수직 체계로 전환하게 됐다. 

`갑질 논란` 딛고 `뉴롯데` 중책 맡아

이 신임대표 선임 소식이 알려진 직후 과거 그의 발언이 재조명됐다. 그는 롯데월드 대표를 맡았던 2012년 당시 직원에게 폭언한 음성이 2017년 뒤늦게 공개되면서 홍역을 치렀다. 당시 공개된 녹취록에는 이 신임 대표가 직원의 흰머리를 문제 삼아 염색을 강요하며 고성을 지르는 목소리가 고스란히 담겨있어 공분을 샀다.

여론이 악화하면서 대표직 사의를 그룹에 표명했으나 롯데하이마트 이사회가 해임안을 부결하면서 자리를 지켜냈다. 

송용덕 부회장은 지난해 정기 인사로 롯데지주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이후 롯데그룹은 신 회장을 정점으로 경영 전략 등 대외 활동은 황 부회장이, 인사 등 내부 살림은 송 부회장이 맡는 투톱 체제로 운영됐다. 

롯데그룹이 비정기 인사로 고위급 인사를 단행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일각에서는 사상 초유의 실적 부진을 맞게 된 롯데그룹의 문책성 인사로 풀이하고 있다.

우선 올 상반기 롯데그룹의 누적 적자는 1조 원에 달한다. 실적을 보면 주력 계열사인 롯데쇼핑의 매출이 4조 450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9% 넘게 줄었고, 영업이익은 98%나 줄었는데 간신히 흑자를 낸 상황이다. 마트와 슈퍼는 각각 3분기, 12분기 연속 적자고 백화점도 40% 넘게 이익이 줄었다.

뒤늦게 "온라인을 강화하겠다"며 통합쇼핑몰도 내놨는데 이미 다른 경쟁자들도 많고 또 가격이 싼 것도 아니다 보니 소비자 외면을 받았다.

롯데케미칼 역시 지난 3월 발생한 대산공장 폭발사고와 코로나19 겹악재를 맞아 흔들리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1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보다 9.6% 감소한 3조2656억 원에 머물렀고, 영업손실이 860억 원 발생해 적자 전환했다. 2분기에도 연결 기준 329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0.5% 감소했고, 매출액은 2조6822억 원으로 32.1% 줄었다.

롯데 전반적 실적 부진 책임 차원

게다가 올해는 유통업뿐만 아니라 화학업까지 흔들리며 최근 그룹 양대 축인 모두 위기를 맞았다. 일부에서는 황 부회장의 퇴진이 이미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황 부회장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명실상부한 롯데 2인자로 신동빈 회장을 가까이서 보필했으나, 지난해 말 인사를 통해 2인자의 역할을 송용덕 부회장과 나눠야만 했다. 

당시 재계에서는 신 회장이 국정농단 최종 판결을 받은 후부터 2인자의 조언을 신뢰하기보다는 자신이 직접 그룹 사안을 하나하나 꼼꼼히 챙기기 시작한 것으로 해석했다. 황 부회장의 입지가 좁아진 만큼, 조만간 황 부회장이 완전히 물러날 가능성도 조금씩 제기돼왔다.

롯데 관계자는 이번 인사와 관련해 “사실상 ‘뉴 롯데’ 수준의 경영 쇄신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연말까지 기다리지 않고 대규모 인사를 단행하면서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황 부회장은 1990년 신 회장이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에 상무로 입사해 본격적인 경영활동을 하던 때부터 30년간 직속으로 보좌해 왔다. 이후 하이마트, 삼성SDI 화학 부문 등 굵직한 인수합병(M&A)을 성사시키며 롯데그룹을 재계 5위에 올려놨다.

신 회장은 그룹 회장직에 오른 후 롯데그룹 원톱으로 회사를 지휘했으나 2015년부터 시작된 경영권 분쟁과 검찰 수사로 황각규 부회장과 소진세 전 롯데그룹 사장(현 교촌치킨 회장) 등 두 명의 2인자를 둬왔다. 이후 소 전 사장이 2018년 말 롯데에서 퇴임한 후 황 부회장 홀로 신 회장을 보필해왔다. 그만큼 신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아온 인물이기 때문에 이번 퇴진이 더 갑작스럽다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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