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직접수사' 축소...수사받는 재벌만 수혜?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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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대검찰청이 법무부가 내놓은 `직제개편 수정안`에도 반대의견을 내고 있다. 법무부는 일부의 수정은 있더라도 그대로 진행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검찰 일선의 반발이 지속하는 가운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직제개편을 단행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이번 마찰로 수사를 받는 기업들만 수혜(?)를 입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업과 변호인은 시간을 벌었고, 검찰은 수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며 법원은 시간 부족을 이유로 판단에 공정성이 희미해질 수도 있다는 우려다.

우선 추 장관이 추진 중인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령안`을 살펴보자. 이 개정령에는 검찰의 직접수사를 축소하고 반부패·공공수사부 대신 형사·공판부를 강화하려는 정부의 기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특히 수사정보정책관 축소 개편과 반부패·강력부 선임연구관과 공공수사정책관, 과학수사기획관 폐지 등 검찰총장을 보좌하는 일부 차장검사급 직위를 없애는 내용도 포함됐다.

서울중앙지검 1·2차장에게 집중된 형사부를 3차장 산하까지 확대해 분산하는 한편 방위사업수사부를 올해 말까지 유지한 뒤 수원지검으로 옮기는 방안도 추진된다.

`직제개편` 법무부 강행 vs 대검 반발

법무부는 이 개정령을 대검에 보내며 의견조회를 요청했다.
법무부는 지난 11일 직제개편 초안을 대검에 보내며 의견조회를 요청했다. 이후 대검은 지난 13일 `실제 업무 상황과 배치되는 부분이 있다.` 등 사실상 수용이 불가하다는 의견을 냈다.

다음날인 14일 법무부는 일부 수정된 직제개편안을 대검에 전달하며 이날까지 의견을 달라 요청했다. 법무부는 일선의 의견을 수용했다고 밝혔으나 검찰 안팎에선 초안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검찰총장을 보좌하는 차장검사급 일부 직위를 없애는 안이 유지되는 등 큰 틀에서의 의견 수렴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얘기가 나왔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은 또다시 이날 오후 일부 수정된 `개정령안`에 대한 의견을 법무부에 보냈다. 대검은 직제개편 초안 때와 마찬가지로 "수용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선 업무와 배치되는 부분이 있다.`,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등 의견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일선 검찰청에서는 갑작스러운 의견조회 요청인 데다 검찰과의 소통도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직제개편 작업을 마치는 대로 차장·부장검사급 중간간부 인사도 단행할 예정이다. 법무부는 법무부, 대검, 서울중앙지검 등 부장검사급 보직에 대한 내부 공모에 나선 상태다.

직제개편과 검찰 인사를 함께 진행하는 경우 인사의 폭이 넓어진다. 검찰인사 규정상 중간간부들은 필수보직 기간 1년을 보장받지만, 직제개편 시에는 예외를 둔다. 법무부는 지난 1월에도 반부패수사부(옛 특수부) 등 직접수사부서 13곳 폐지를 골자로 하는 직제개편과 중간간부 인사를 함께 단행했다.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 부임과 함께 대검과 서울중앙지검에 자리했던 검사들 대부분이 6개월 만에 교체됐다.

검찰 내부에서는 반발의 목소리가 거세지만 법무부는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지난 14일 이미 행안부와 관련 협의를 마친 것으로 알려진다. 법무부와 행안부는 같은 날 법제처에 "검찰 직제개편안은 국민 일상생활과 관련이 없다"며 40일간의 입법예고 절차를 생략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법무부의 촉박한 의견조회 일정을 두고서도 "애초에 법무부가 일선의 의견을 수렴할 생각이 없었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직제개편안은 오는 20일 차관회의를 거쳐 25일 국무회의에 상정·처리될 전망이다.

"재벌·경제권력 수사 축소되지 않길"

이번 개편으로 인권과 민생을 중심으로 한 조직으로 검찰이 거듭날 것이라는 원론적 평가가 우선 나오고 있지만, 검찰 수사역량이 약화 돼 결국 이번 직제개편안으로 그동안 수사를 받던 기업만 수혜를 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올해 초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검찰 제도 개편을 두고 "공정과 정의 확립하는 데 가장 중요한 대상인 재벌·경제 권력에 대한 수사가 축소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삼성 등 재벌과 진보정당이 오랜 세월 각을 세워 온 점을 고려하면, 반부패수사조직(옛날 말로 특수부)의 규모 전반이 줄어드는 자체를 우려하는 것으로 추추정된다.

또한 특수수사 특성상 수사 기간과 규모가 방대하므로 검토에만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직제개편에 따른 수사 차질이 불가피한 이유다. 특히 검찰 인사가 이어지면서 당사자들이 출석을 미루면서 이미 수사에 제동이 걸린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법조계에선 전담범죄 수사부서가 사라지면서 수사의 전문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 없어지는 것을 두고 “여의도 주가 조작꾼들만 가장 좋아지게 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증권범죄합수단이 맡은 라임 자산운용 사건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새로 생긴 서울중앙지검의 과학기술범죄수사부, 조세범죄수사부 등도 2년도 안 돼 문을 닫게 됐다. 포항 시민들은 ‘포항지진 의혹’ 수사 차질을 우려하며 전날 과학기술범죄수사부 폐지에 반대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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