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일을 이틀 앞둔 지난 4일 오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묘역 뒤로 대형 태극기가 보이고 있다. [뉴시스]
현충일을 이틀 앞둔 지난 4일 오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묘역 뒤로 대형 태극기가 보이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ㅣ정재호 기자] 김원웅 광복회장이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식에서 국립현충원에 안장된 이승만 전 대통령과 애국가 작곡가 안익태 선생 등을 거론하며 파묘(破墓)를 주장하는 취지의 기념사를 한 것을 두고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김 회장은 이날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광복절 경축식 기념사에서 “이승만은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를 폭력적으로 해체하고 친일파와 결탁했다”며 “대한민국은 민족 반역자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유일한 나라가 되었고, 청산하지 못한 역사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애국가를 작곡한 안익태 선생에 대해 ‘민족 반역자’라고 지칭하며 “안익태가 베를린에서 만주국 건국 10주년 축하 연주회를 지휘하는 영상이 있다. 민족 반역자가 작곡한 노래를 국가로 정한 나라는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 한 나라 뿐”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서울현충원에서 가장 명당이라는 곳에, 독립군 토벌에 앞장섰던 자가 묻혀 있다”며 “해방 후 군 장성과 장관을 지낸 자다. 이런 친일반민족인사 69명이 지금 국립 현충원에 안장돼 있다”고 언급했다. 

김 회장은 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지난 3월 국회의원 후보 1109명에게 설문한 결과 지역구 당선자 3분의 2가 넘는 190명이 '국립 묘지법 개정'에 찬성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역사와 보훈의 문제를 처리하는 데서 국가주의와 민족주의 편향을 모두 경계해야 한다”며 “김원웅씨는 전두환이 만든 민정당 출신이죠. 광주학살의 원흉들에게 부역한 전력이 있는 분이 어떻게 ‘광복회장’을 할 수 가 있나요”라고 지적하며 “이러니 대한민국 역사가 왜곡이 되는 겁니다”라고 말했다. 

진 전 교수는 “김 회장의 도발적 발언은 다분히 정치적”이라며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니 다시 ‘토착왜구’ 프레임을 깔겠다는 의도가 엿보이는데, 역사와 보훈의 문제에 정략적으로 접근하는 그 경박함이야말로 역사 바로 세우기를 위해 제일 먼저 척결해야 할 구태”라고 했다. 

한편, 권칠승 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11명은 친일반민족행위장의 국립묘지 안장을 금지하고, 유골이나 시신을 다른 장소로 이장하는 내용의 ‘국립묘지 설치 및 운영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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