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서훈 국가안보실장과 회담, 오찬 협의 진행
시진핑 방한, 코로나19 협력, 한반도 현안 논의
싱가포르 이어 韓 방문…미중 갈등 속 우군 확보?

중국 양제츠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뉴시스]
중국 양제츠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뉴시스]

 

[일요서울] 양제츠(楊潔篪)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이 21일 한국을 공식 방문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중국 고위급 인사의 방한은 처음이다.

양 위원은 지난 19일부터 이틀간 싱가포르를 방문한 데 이어 이날 부산을 찾아 1박2일간 머물 예정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외교 책사'로 통하는 양 위원의 방한은 지난 2018년 7월 이후 2년 만이다. 당시 양 위원은 비공개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만나 사드 배치에 따른 경제 보복 해제 논의, 남·북·미·중 4자 종전선언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방한은 서훈 국가안보실장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양 위원은 오는 22일 오전 서 실장과 회담을 진행한 후 오찬 협의를 갖고, 한·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협력을 위한 고위급 교역 등 양자 관계 현안, 국제 정세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 한중 고위급 인사의 만남이 이뤄지는 만큼 양국 관계 발전에 상당한 의미를 가질 것으로 풀이된다. 한중은 지난 2월, 5월 정상통화 등을 진행한 데 이어 최근에는 대면 외교를 재개하며 활발한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앞서 이성호 외교부 경제외교조정관은 이달 초 제24차 한·중 경제공동위 참석을 위해 중국 칭다오를 방문했다.

특히 한중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문제를 긴밀히 조율할 것으로 관측되면서 지난 2016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로 악화됐던 한중 관계 개선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시 주석의 방한이 성사되면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7월 이후 6년 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시 주석 방한 문제도 주요 의제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며 "그간 양국은 시진핑 방한이 코로나 안정돼 여건 갖춰지는대로 적절한 시기에 성사되는 것으로 협의해왔다"고 밝혔다.

밝은표정의 양제츠 중국 정치국위원[뉴시스]
밝은표정의 양제츠 중국 정치국위원[뉴시스]

 

다만 미중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양 위원의 방한이 이뤄지는 것은 부담이다.

양 위원이 비공개적으로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배제, 반중(反中) 경제블록 구상인 경제협력네트워크(EPN) 참여에 대한 우려를 전할지 주목된다. 한미가 우주발사체 고체연료 사용 제한을 완전히 해제하는 내용의 '2020년 개정 미사일지침' 채택한 것과 관련해 우려의 목소리를 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양 위원의 해외 방문 일정이 싱가포르와 한국에 제한됐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미중 갈등이 첨예한 상황에서 양국 모두 분명한 입장을 드러내지 않았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중국이 한국을 우군(友軍)으로 포섭하기 위한 의도라는 해석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양 위원의 방한에 대해 "미국과의 지정학적 경쟁 심화 속에 중국이 아시아 이웃국가들과의 관계 강화를 모색하고 있는 가운데 이뤄지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무역, 기술, 홍콩, 대만, 남중국해 등 문제에서 미중 갈등이 고조된 상황에서 진행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북미 비핵화 협상 재개와 남북 관계 개선 등 한반도 현안도 주요 의제다. 북한이 지난 6월 대북 전단을 문제 삼아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등 남북 관계 단절을 선언했지만 정부는 남북 교류·협력사업을 통한 관계 복원 의지가 뚜렷하다. 북미 협상 역시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장기 교착 상태에 빠져 있어 새로운 접근법이 제시될지도 주목된다.

한편 일각에서는 양 위원이 서울이 아닌 부산을 방문하는 것을 놓고 서울지역의 심각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를 감안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장소는 중국 측이 일정 및 희망사항 등을 고려해 양국 협의를 통해 부산 개최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양 위원은 지난 2018년 7월 비공개 방한 당시에도 부산에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만났다. 이로 인해 취재진의 관심을 피해 긴밀한 대화를 나누기에는 부산이 적절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부산에 중국 총영사관이 있어 양 위원의 의전은 물론 본국과 소통에도 수월한 것으로 전해졌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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