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국정원 강제수사권 경찰 이관, 결국 ‘전면 철폐(撤廢)’···속내는?

[일요서울ㅣ조주형 기자] ‘대공수사권(對共搜査權)’이 기어이 경찰로 ‘이관(移管)’된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한 이번 숙원(宿願) 사업은, 국가정보원 출신의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 등 50인이 대표발의한 ‘국정원법 전면개정안(의안번호 2692)’에 고스란히 담겼다. 하지만 국정원 고위 간부들은 위헌(違憲) 소지가 있음을 지적한다. 일요서울은 지난 12일 서울 동작구 일대에서 30년간 안보 수사에 몸담아 온 국정원 前 대공수사총괄기획관을 직접 만나 그의 직필(直筆) 의견서를 입수, 전문 단독 공개한 바 있다. 일요서울은 ‘경찰로의 대공수사권 이관’이 왜 위헌 소지가 있는지, 그리고 종국에는 왜 ‘철폐(撤廢)’될 것이라고 하는지 전모를 밝히고자 한다.
 

일요서울은 지난 2020년 8월12일 저녁 서울 동작구 일대 모처에서 국가정보원에서 안보수사단장을 역임한 황윤덕 전 안보기획관을 만나 그가 작성한 '민주당 국정원법 전부개정안의 부당성과 헌법불합치 제기' 문건을 직접 받았다. [조주형 기자]
일요서울은 지난 2020년 8월12일 저녁 서울 동작구 일대 모처에서 국가정보원에서 안보수사단장을 역임한 황윤덕 전 안보기획관을 만나 그가 작성한 '민주당 국정원법 전부개정안의 부당성과 헌법불합치 제기' 문건을 직접 받았다. [조주형 기자]

 

-분권(分權) 논리 앞세웠지만···행정 권력에 취약한 경찰권 비대화 ‘우려’

일요서울은 지난 12일 서울 동작구 일대에서 ‘더불어민주당 국가정보원법 전부개정안의 부당성과 헌법 불(不)합치 제기’라는 직필(直筆) 문건을 직접 입수했다. 이를 작성한 인물은 무려 30년 동안 국정원에서 ‘수사단장’을 비롯해 ‘안보수사’를 기획·지휘·총괄했던 황윤덕 국정원 前 안보기획관이다. 문재인 대통령 등 정부·여당에서 강력 추진 중인 사안에 대해 최상위 비밀 조직이기도 한 국가중앙정보기관의 핵심 관계자가 직접 반론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사권 조정에 대한 정치권의 ‘탁상공론(卓上空論)’식 발표가 아니라, 실제 대공전선(對共前線)에서 평생을 바친 인물의 의견서인 만큼 그 의미와 가치가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

우선, ‘대공수사권(對共搜査權)’이란 실무용어로 ‘불법적인 공산주의 활동에 대항하기 위한 수사권’을 뜻한다. 대공수사권의 근거는 ‘국외 정보 및 국내 보안정보[대공(對共)·대정부전복(對政府顚覆)·방첩(防諜)·대테러 및 국제범죄조직]의 수집·작성 및 배포’라고 명시된 국가정보원(國家情報院·National Intelligence Service·NIS)법 제3조다. 그 중에서도 ‘방첩’은, ‘국가안보와 국익에 반하는 정보활동을 찾아내고 그것을 견제·차단하기 위해 하는 대응활동’이라고 명시된 ‘방첩업무규정 제2조’를 통해 확인된다. 대한민국의 국체(國體)·정통성을 부정하는, 일명 ‘반(反)국가단체’로부터 조국과 국민을 수호하겠다는 취지의 방첩활동이 바로 ‘안보수사’다. ‘안보수사’는 ‘정보 및 보안업무 기획·조정 규정’에 따라 국정원 대공수사국·경찰 보안수사대·군사안보지원사령부 방첩수사처가 담당하는데, 그 실무용어가 바로 ‘대공수사’다. 그런데, 황 기획관이 굳이 “위헌(違憲)”이라고 목소리를 높인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50인이 지난 4일 발의한 ‘국가정보원법 전부개정법률안’ 때문이다. 해당 개정안에 따르면 ▲ 국내보안정보 개념 폐지 및 필요시 사전 국회 승인 필요 ▲ 대공수사권 폐지 및 강제수사권한 없는 일반 범죄조사권(행정행위)으로 제한 ▲ 국외정보 개념의 중심축 전환 등이다. 일요서울은 해당 개정안에 대해 ‘위헌(違憲)’이라고 밝힌 황 기획관의 의견을 풀어 밝힌다.
 

국가정보원 페이스북 캡처.
국가정보원 페이스북 캡처.

 

‘대공수사권 이관’, 자유민주주의 정면 도전

일요서울은 지난 16일 서울 송파구 일대에서 만난 국가정보원 황윤덕 前 안보기획관을 통해 “정부·여당은 ‘권력 분립’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수사권을 조정하고 있으나, ‘대공수사권 조정’은 자유민주주의의 기본 토대인 ‘권력 분립 원칙’에 정면 도전하는 것”, “‘국가안전보장’이라는 대통령 책임을 온전히 수행할 수 없게 된다”라는 우려를 확인했다. 왜 그럴까.

우선 ‘정부조직법 제17조(국가정보원)’에는 ‘국가안전보장에 관련되는 정보·보안 및 범죄수사에 관한 사무를 담당하기 위하여 대통령 소속으로 국가정보원을 둔다’고 명시돼 있다. 이 근거는 헌법에서 확인된다.

대한민국 헌법 제91조에 따르면 “국가안전보장에 관련되는 대외정책·군사정책과 국내정책의 수립에 관하여 국무회의의 심의에 앞서 대통령의 자문에 응하기 위하여 ‘국가안전보장회의’를 둔다”고 명시됐다. 이는 “국가안전보장에 관련되는 대외정책, 군사정책 및 국내정책의 수립에 관하여 대통령의 자문에 응한다”라고 밝힌 ‘국가안전보장회의법 제3조’에서 구체화되고, 동법 제10조(국가정보원과의 관계)에서 “국가정보원장은 국가안전보장에 관련된 국내외 정보를 수집·평가하여 회의에 보고함으로써 심의에 협조하여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즉,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의 뿌리는 김병기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보다 상위법인 ‘헌법’과 ‘국가안전보장회의법’, ‘정부조직법’에 있는 것이다. 결국 황 기획관에 따르면 김 의원 등 50명은 ‘위헌(違憲)성 법안’을 제출한 셈이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질의하고 있다. 2020.07.27.[뉴시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질의하고 있다. 2020.07.27.[뉴시스]

 

“이적(利敵)행위 탐지조차 ‘불능’”

더 큰 문제는 바로 이번 개정안으로 인해 “삼권 분립 실패”의 단초가 된다는 것이다. 우선 김 의원의 안건에 따르면 ‘원장은 제1항의 직무와 관련하여 직무수행의 구체적인 원칙·범위·절차 등이 규정된 정보활동기본지침을 정하고 국회 정보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지정한다.

그가 언급한 ‘정보활동기본지침’은 현행 ‘정보 및 보안업무 기획·조정 규정 제4조’에 명시된 ‘국가정보목표 우선순위(Priority of National Intelligence Objectives·PNIO)’로 해석 가능하다. ‘PNIO’는 군사안보지원사령부·경찰정보국 등으로 하달돼 방첩 계획의 기초 지침으로 활용된다. 즉, 국정원장 고유 업무에 대해 ‘입법부가 우위에서 통제하겠다’라는 발상이다.

‘대공(對共)범죄수사 권한의 대대적 폐지’도 예고됐다. 현행 국가정보원법 제3조(직무)에는 ‘국외 정보 및 국내 보안정보[대공(對共)·대정부전복(對政府顚覆)·방첩(防諜)·대테러 및 국제범죄조직]의 수집·작성 및 배포’라고 규정돼 있는데, 김병기 의원 개정안은 ‘국내보안정보 개념과 대공·대정부전복 개념’이 삭제된다. 게다가 동법 3조의 ‘형법 중 내란(內亂)·외환(外患)죄, 군형법 중 반란·암호부정사용죄·군사기밀보호법과 국가보안법에 규정된 죄’ 가운데 ‘국가보안법’으로 축소시킨다. 그마저도 최다 범법 행위가 나타나는 제7조 찬양·고무 등 이적행위 및 제10조 불고지죄는 제외되는데, 황 기획관은 “최초부터 북한과 연계된 단서가 없으면 이적(利敵)행위·단체에 대한 정보수집조차 불허(不許)”라고 지적한다.

이를 두고 황 기획관은 이날 일요서울에 “자유민주주의의 대원칙인 ‘권력분립’에 어긋나고, 국회가 법치주의 기본 이념인 ‘법의 지배(rule of the law)’를 벗어나 ‘법에 의한 지배(rule by the law)’를 시도함으로써 위헌 및 헌법 불합치 소지가 다분하다”고 꼬집은 것이다.
 

해당 뉴스는 지난 1990년대 초반부터 중반까지 북한에 의해 자행됐던 대형 간첩공작 사건이었던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사건을 다루고 있다. [대한뉴스 1926호 캡처]
해당 뉴스는 지난 1990년대 초반부터 중반까지 북한에 의해 자행됐던 대형 간첩공작 사건이었던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사건을 다루고 있다. [대한뉴스 1926호 캡처]

 

“국정원, 경찰 심부름꾼 전락하게 될 것”

‘대공(對共)범죄수사 권한의 대대적 폐지’에 따른 국가정보원의 전문성 훼손 또한 예상된다. 앞서 언급한 ‘강제수사권’이 폐지되면 국정원은 ‘행정조사기관’으로 전락한다. 반면 ‘강제수사권’을 받게 될 경찰이 국정원을 선도·지휘하게 된다. 해외방첩조직이 거의 전무(全無)하다시피 한 ‘부문정보기관’인 경찰이 오히려 ‘중앙정보기관’인 국정원을 지휘하게 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다. 이는 마치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과 다를 바 없는 셈이다.

황 기획관은 이 같은 문제점에 대해 일요서울에 “국정원 조사관은 경찰의 수사실에 입회할 수 없으며 보조조사관, 즉 심부름꾼으로 전락하게 되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행정 권력에 대한 조직적 취약성 또한 노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황 기획관에 따르면 국정원의 대공수사 보고체계는 ‘국장-차장-원장-청와대 안보실-대통령’ 및 국회 정보위원회로 총 4단계를 거치게 된다. 반면 경찰은 ‘수사본부장-차장-청장-행자부·법무부-총리실-청와대 안보실·민정수석·정무수석·사회시민수석-대통령’으로 종횡으로 총 6단계 보고 체계를 갖게 된다. 그 결과 “정무적 판단에 의한 수사 착수 지체, 수사 진행 속도 간섭 등으로 극히 곤란할 수 있다”는 황 기획관의 수사 실무 경험까지 거론됐다. 한 마디로, 층층시하(層層侍下)로 인해 대공수사의 ‘차단의 원칙’이 적용되지 힘들뿐만 아니라 ‘보안 유지’도 기대할 수 없다는 결론이다.

이 같은 우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정원 대공수사권의 경찰 이관을 강행 추진하고 있는 정부·여당의 의도는 무엇일까.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가 27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서울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2020.05.27.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 [뉴시스]

 

與, 보안경찰·정보경찰 축소·폐지 ‘논의 중’

경찰로의 대공수사권 이관에 대한 각종 위헌(違憲)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부·여당에서는 이를 강행 추진 중이다. 하지만 정작 대공수사권을 행사할 보안경찰마저 축소될 조짐이다.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보안경찰 축소’ 논의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달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황운하 민주당 의원과 이은주 정의당 의원 주최로 ‘정보경찰 폐지와 보안경찰 축소’ 토론회가 열렸는데, 이날 “대공수사 개념의 모호성, 국가보안법의 존재 등으로 사회 전영역의 사상통제를 가능케 하는 게 문제”, “보안 관련 정보 수집·분석을 맡고 있는 경찰청 보안국은···정보 수집 및 사찰(査察) 근거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발언에 이어 종국에는 “보안경찰의 축소” 등이 거론됐다. 게다가 황 의원은 이날 “경찰·국가정보원 개혁 등 권력기관 개혁 추진이 지지부진하다”라고 밝혔는데, 지금까지의 취재를 종합하면 결국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더라도 그마저도 ‘축소·폐지’하겠다는 뜻으로 모아진다.

한편, 일요서울이 입수해 전면 공개한 황 기획관의 직필(直筆) 의견서 전문은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국가정보원법 전부개정법률안(2102692)’에 대한 반대 의견서다. 일요서울은 김 의원을 포함해 50인의 여권 의원들이 발의한 '국정원법 전면개정안'에 동참한 의원들의 이름을 밝힌다.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검찰개혁, 현 주소와 향후 과제'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0.07.03. [뉴시스]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검찰개혁, 현 주소와 향후 과제'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0.07.03. [뉴시스]


김병기(더불어민주당/金炳基)·강민정(열린민주당/姜旼姃)·강병원(더불어민주당/姜炳遠)·강선우(더불어민주당/姜仙祐)·강준현(더불어민주당/康準鉉)·고영인(더불어민주당/高永寅)·고용진(더불어민주당/高榕禛)·기동민(더불어민주당/奇東旻)·김경협(더불어민주당/金炅俠)·김민기(더불어민주당/金敏基)·김영배(더불어민주당/金永培)·김용민(더불어민주당/金容民)·김원이(더불어민주당/金元二)·김진표(더불어민주당/金振杓)·김홍걸(더불어민주당/金弘傑)·노웅래(더불어민주당/盧雄來)·도종환(더불어민주당/都鍾煥)·박성준(더불어민주당/朴省俊)·박영순(더불어민주당/朴英淳)·박완주(더불어민주당/朴完柱)·박홍근(더불어민주당/朴洪根)·백혜련(더불어민주당/白惠蓮)·변재일(더불어민주당/卞在一)·서동용(더불어민주당/徐東榕)·서영교(더불어민주당/徐瑛敎)·설훈(더불어민주당/薛勳)·소병철(더불어민주당/蘇秉哲)·송갑석(더불어민주당/宋甲錫)·송영길(더불어민주당/宋永吉)·송옥주(더불어민주당/宋玉珠)·양향자(더불어민주당/梁香子)·오영환(더불어민주당/吳永煥)·윤재갑(더불어민주당/尹才鉀)·이개호(더불어민주당/李介昊)·이낙연(더불어민주당/李洛淵)·이상직(더불어민주당/李相稷)·이수진(더불어민주당/李秀眞)·이용우(더불어민주당/李龍雨)·이장섭(더불어민주당/李將燮)·이정문(더불어민주당/李楨文)·전해철(더불어민주당/全海澈)·전혜숙(더불어민주당/全惠淑)·정필모(더불어민주당/鄭必模)·조정식(더불어민주당/趙正湜)·진성준(더불어민주당/陳聲準)·최종윤(더불어민주당/崔鍾允)·한병도(더불어민주당/韓秉道)·홍영표(더불어민주당/洪永杓)·황운하(더불어민주당/黃雲夏)·황희(더불어민주당/黃熙) 등 50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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