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철 편집국장
홍준철 편집국장

검찰 개혁은 문재인 대통령의 숙원이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 개혁의 진정성을 아직도 의심하는 안팎의 시선들이 있다”고 우려한 뒤 “우공이산의 마음으로 뚜벅뚜벅 가고 있다”고 적었다.

그러나 집권여당 어느 인사도 검찰개혁이라고 말할 뿐 사법개혁이라는 말은 금기어다. 검찰이 기소를 하고 형을 요구해도 판사가 기각하거나 이재명 경기도지사처럼 대법원이 항고심을 번복하고 파기환송해 사실상 무죄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악이고 판사는 선일까? 당연히 사법개혁을 해야 한다. 역대 정권에서

우리나라 정부는 입법, 사법, 행정을 3권 분립이라고 했다. 사법개혁이라고 하면 현 정부의 부처가 개혁 대상이 돼 공무원들의 반발을 살 공산이 높다. 하지만 검찰은 법무부산하 청이다. 집권여당이 사법개혁보다는 검찰개혁이라고 외치는 첫 번째 이유다. 

두 번째는 집권여당 스스로 사법부를 장악하고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한마디로 판사와 대법관들은 적이 아닌 아군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최근 김명수 대법원장은 권순일 대법관 후임으로 이흥구 부산고법 부장판사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임명제청했다. 

김 대법원장이 회장을 지낸 진보 성향 법관 모임인 ‘우리법 연구회’에서도 활동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서울대 법대 동기다. 조 전 장관이 자신의 저서에 직접 언급할 정도로 막역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야권에서는 가뜩이나 진보 성향 대법관이 장악하다시피 한 대법원이 앞으로 더욱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전락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세 번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탄핵당한 결정적 계기가 선거법 개입 발언이었다. 국법질서 문란 행위로 언론사 등과 인터뷰 중 특정 정당을 지지한 행위가 포함돼 결국 탄핵을 당했지만 헌법재판소가 기각해 복권됐다. 

그런데 현재 그와 유사한 사건이 윤석열 검찰총장 하에서 벌어지고 있다. 바로 울산시장 선거 청와대 하명 사건이다. 만약 청와대 개입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대통령 탄핵 여론이 비등해질 공산이 높다. 작년 말부터 시작한 수사는 9개월을 맞고 있지만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올해 1월 임명된 이후 검찰개혁과 윤석열 ‘수족 자르기’로 유야무야될 공산이 높다는 게 서초동  시각이다. 

검찰개혁을 주창하는 또 다른 배경에는 ‘권력형 비리’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현재 신라젠, 라임, 옵티머스 등 서민을 울린 대형 금융사기사건에 집권여당 실세 이름이 거론되는 상황이다. 하나라도 터지면 바로 레임덕이다. 그러나 이 역시 검찰개혁(검찰=악)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유야무야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마지막으로 현 정권 핵심 세력과 주 지지층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살한 배경을 검찰의 무리한 수사로 인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개혁은 현 정권의 최대 과제이자 반드시 이뤄야 할 목표가 됐다. 결국 현 정권 입장에서 검찰개혁은 ‘반쪽짜리 개혁’으로 남을 공산이 높다. 정권 유지와 사감이 깔린 개혁은 추후에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 

문 정부는 이제라도 검찰개혁이 아닌 사법개혁을 외쳐야 하는 이유다. 앞서 언급했듯 ‘검찰은 악이고 판사는 선이다’라는 이분법적 시각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기 때문이다. 현 집권세력은 부동산 정책 실패에 따른 ‘일시적 지지율 추락’으로 보고 싶겠지만 국민들은 단순히 부동산  문제만 보고 판단하지 않는다. ‘말’은 안하고 있지만 국민들은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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