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진 대표
김대진 대표

지난 3월 30일, 4.15총선을 15일 앞두고 미래통합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는 김종인 신임 총괄선거대책위원장 측에서 준비한 20여 명의 인사를 선대본에 합류시켰다. 그리고 최측근 최명길 전 국회의원을 선대위원장 비서실장에 임명했다. 당시 미래통합당 내부에선 총선 때까지 운영되는 선대본에 측근 20여 명을 대거 합류시킨 점에 대해서 많은 의구심을 가졌었다. 

이후 4.15총선은 미래통합당의 참패로 끝났다. 1987년 3당 합당 이후 처음으로 선거에 의한 180석 거대 정당, 거대 여당이 등장했고, 미래통합당은 당을 수습할 인물이 절실했다. 결국 또 다시 김종인 선대위원장에게 SOS를 요청했고, 우여곡절 끝에 그는 5월 27일 미래통합당의 제안을 수락했다.

취임 일성부터 남다른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빵을 굽는 걸 보고, 먹고 싶은데 돈이 없기 때문에 먹을 수가 없어요. 그럼 그 사람한테 무슨 자유가 있겠어?”라는 물음과 함께 보수당에선 처음으로 ‘기본소득’을 아젠다로 꺼내들었다. 여당에서도 몇몇 인사만 거론하는 급진적 아젠다로서 다수의 동의를 얻기에는 쉽지 않은 주제였다.

실현 가능성이 낮은 이슈란 판단 때문이었는지 여당도 야당도 이에 대해 큰 논쟁을 이어가진 않았다. 하지만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4차 산업이 불러올 실업이라는 불의 고리를 타개하고, 미래 한국을 위해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주제라고 하며 김종인 발로 시작해 김종인 발로 끝냈다. 지리멸렬하게 끌면서 어느 순간 이슈 자체가 사라졌던 과거와는 다른 방식이었다. 

뿐만 아니라 5월 이후 미래통합당 지도부에서 보수와 좌파라는 단어는 매우 보기 힘든 단어가 되었고, 당색인 핑크색도 자주 볼 수 없게 되었다. 최고위원회 백드롭은 거의 하얀색에 미래가치 중심의 슬로건이 자리매김했고, 때론 파란색과 민주당 이름이 들어가는 파격도 이어졌다. 

그리고 지난 13일에 공개한 33개의 새로운 정강정책 초안에서는 기존에 볼 수 없었던 구체적인 정책이 나열됐다는 점과 진보 측에서 추진하는 정책도 과감히 수용했다는 점에서 과거와는 다른 변화를 볼 수 있었다. 때문에 33개의 정강정책이 김종인표 대선공약집이라는 분석도 나타났다.

이처럼 90여 일간의 김종인표 정치여정은 민주당의 계속된 헛발질과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난맥이 어우러져 최근 정당지지도에서 미래통합당이 4년 만에 민주당을 앞서는 쾌거까지 거두었다. 급기야 지난 12일 광주에 찾아가 과거에 대한 반성까지 시도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허튼짓을 하지 않는 인사로 유명하다. 적재적소의 워딩과 함께 꼭 필요한 아젠다는 반드시 제시하는 유형으로서 어쩌면 정치인보다는 정치가라 할 수 있는 인물이다. 보수에서는 결코 볼 수 없었던 유형인 셈이다.

그동안,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여러 야권 대선 후보에 대해 촌철살인으로 대통령이 되어야 할 자질에 대해서 던지고, 국민의 판단에 맡긴다며 부정적인 이미지를 덧씌워 왔다. 이에 원희룡 지사와 홍준표 전 대표가 바로 반박했지만, 반박에 대해서는 특유의 노코멘트로 이들의 이야기를 사그라뜨렸다. 이들에 대한 무시가 바로 본인의 득이 됨을 가장 잘 알기 때문이다. 

더욱이 팔순이라는 나이를 묻기에는 오세훈, 원희룡, 안철수, 황교안, 홍준표 등과 같은 경쟁자들의 이미지가 전혀 신선하지 못하고, 도리어 지겹기 때문에 이들이 추후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밀어내기에는 꽤 힘이 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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