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란’ 속 거리로 내몰린 전문가들, 대체 왜

[일요서울ㅣ정재호 기자] 의료계는 코로나19를 잠재우기 위한 피나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부와의 마찰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바로 정부의 ‘문재인 케어 강행 추진’이 대한의사협회(의협)와 입장 차이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문재인 정부의 ‘4대악(惡) 의료정책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총파업 궐기대회’가 열렸다. 정부가 ‘의료 행위의 세부성’을 무시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요서울이 정부와 의료계의 첨예한 갈등과 그 내막이 무엇인지 추적했다.

총파업[뉴시스]
총파업[뉴시스]

 

-정부 “文 케어 추진할 것” vs 의사협회 “포퓰리즘 정책”

여의도 한복판에서 문재인 정부의 ‘4대악(惡) 의료정책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총파업 궐기대회’가 지난 14일 열렸다. ‘대한의사협회(의협)’에 따르면 ‘밥그릇 지키기’ 때문이 아니라 ‘비현실적 정책 강행 처사’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19일 의협에서 지정한 ‘4대악 의료정책’을 논의하기 위한 긴급 간담회를 가졌으나 소득 없이 끝났다. 이로써 26~28일까지 의협이 주도하는 제2차 전국의사총파업은 예정대로 강행할 방침이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과 최대집 의협 회장이 참석한 이 회의는 2시간가량 진행됐다. 회의 직후 박 장관은 “정부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자 했지만, 의료계에서는 모든 정책을 철회하자고 해서 의견 차가 있었다”며 “(정부는) 지역 간 의료 격차를 해소하는 방법의 하나가 의대 정원 확대로 이보다 좋은 방법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논의할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지금부터 의료계와 논의하면서 정부가 제안했던 내용을 수정·보완할 생각”이라며 “(의협과) 협의체를 구체적으로 만들자는 합의는 못 봤지만, 제안은 했다”고 설명했다. 회의 직후 김대하 의협 대변인은 “대한의사협회의 대화 제안에 대하여 (복지부가) 환영한다면서도 정책의 철회가 불가능하다는 전제를 가지고 왔다”며 유감의 뜻을 밝혔다. 이어 “26일부터 예정된 ‘제2차 전국의사총파업’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9일 서울성모병원을 방문해 “정부는 건강보험 하나로 큰 걱정 없이 치료 받을 수 있도록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겠다”며 “미용, 성형과 같이 명백하게 보험 대상에서 제외해야 할 것 외에는 모두 건강보험을 적용하겠다고”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이날 밝힌 건강보험 보장 강화 정책의 핵심은 비급여의 급여화다. 의학적 치료에 필요한 모든 의료비용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미용·성형·건강검진을 제외한 치료에 관계된 비급여 항목들은 건강보험 적용 대상이다.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에 의료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의협은 2017년 12월 ‘문재인 케어 반대 및 한의사의료기기 사용 반대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를 시작으로 2018년~2020년에도 투쟁을 계속했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2017년 12월 열린 전국의사 총궐기대회에서 “적정한 의료수가 보장 없이 급여 항목을 늘리는 건 의료계의 생존을 위협한다”며 “비급여를 전부 급여화한다면 대부분의 중소병원과 동네 의원의 수익 구조가 악화돼 단기간 내 파산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케어에 대한 전문가들의 반발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의협은 정부의 의료정책을 규탄하며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한방첩약 급여화 ▲비대면 진료를 4대악 의료정책으로 규정했다. 특히 의대 정원 확대는 의협의 강한 반반을 불렀다. 전문가들이 반발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대한의사협회[뉴시스]
대한의사협회[뉴시스]

 

“4대악(惡) 의료정책” 근거는...

의협은 지난 4월 이슈브리핑을 통해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에 관해 의사의 숫자 부족 근거로 정부가 내세우는 ‘OECD 국가 간 의사 수 비교’는 산술에 불과하다”며 “의사 근무시간·의사 밀도·인구감소·활동 의사 증가율 등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 의사 숫자 부족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의협은 그 근거로 “2017년 기준 우리나라의 최근 5년간 인구 1000명당 활동 의사 수의 연평균 증가율은 3.0%에 달한다”며 “이는 OECD 회원국 평균 2.5%보다 높은 수준이다”라고 주장했다. 

정부의 한방첩약 급여화도 문제다. 의협은 지난달 24일 “과학적 검증이 없는, 급여화 원칙이 무시된 첩약 급여화는 국민의 건강에 대한 중대 위협일 뿐만 아니라 건강보험 재정 지속 가능성을 저해하게 될 것”이라며 사업 추진 중단을 요구했다. 의협은 정부의 비대면 의료정책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직접 대면’을 통해서만 할 수 있는 보다 면밀한 의료행위가 ‘결여’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의협은 비대면 진료가 “문진, 청진, 시진, 촉진, 타진 등 진료의 기본을 제대로 못하게 해, 결국 의학의 근본을 흔들 수 있다”며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위험성이 크다는 게 의료계의 지적이다. 실제 의료인들은 환자를 진료하면서 비대면 진료, 원격 의료 상황에서는 놓칠 수 있는 질환들이 상당하다고” 경고했다.

보건복지부[뉴시스]
보건복지부[뉴시스]

 

최대 쟁점은 결국 ‘의대 증원’, 왜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를 약속했지만, 정작 문제는 ‘일회성 정책’에 그친다는 지적도 따끔하게 들린다. 의협에 따르면 ‘의사 양성 과정이 포퓰리즘성 정책으로 변질됐다’는 것이다. 국가 위기가 있고 난 후 ‘땜질용’이라는 지적이다. 앞서 복지부는 코로나19 사태로 지역 간 의료 격차가 드러났기 때문에 의대 정원 확대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23일 2022학년도부터 의대 입학정원을 늘려 10년간 4000명의 의사를 추가로 양성하겠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3000명은 지역의사 특별전형을 통해 선발해 10년간 특정 지역에서 의무 복무하는 지역의사로 키운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정부안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 의사들이 부족한 만큼 지역에서 10년 정도 의무적으로 근무하도록 하는 의사들을 1년에 300명씩 매년 배출하여 이렇게 10년 동안 3000명을 육성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역 의사는 지역 의료기관 분야에서 10년간 의무적으로 근무해야 하며 이를 어기면 장학금 환수와 면허 취소를 하겠다고했다. 

나머지 1000명 중 500명은 역학조사관·중증외상·소아외과 등 특수 분야 인력으로, 다른 500명은 기초과학 및 제약·바이오 분야 연구인력으로 진출시켜 늘리겠다고 했다. 그래서 이 두 가지 정책을 합쳐 의대 정원을 4000명 증원하고 10년간 한시적으로 운영하다 다시 현재 정원인 3058명으로 전환시키겠다는 것이다. 한편 의사들은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입장이다. 의협은 “근무 지역과 전공과목을 제한하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면허를 박탈·취소하겠다는 것은 개인의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고 평등의 원칙을 어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취약지역과 비인기 필수 분야의 의사 인력이 부족한 까닭은 국가적인 의사양성 과정이 오직 의사를 도구처럼 활용하는 데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사회 유지를 위해 필수적인 분야에 그에 걸맞은 지원과 대우를 하기보다, 그저 일회용 건전지로 잠시 활용하기 위한, 얄팍한 미봉책에 불과해 반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길 거부한 한 의료계 관계자는 지난 20일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보건·의료정책은 국가의 백년대계를 두고 추진해야 한다”며 “지금 같은 정부의 포퓰리즘적 의료정책은 우리나라의 의료 생태계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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