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립편집위원
이경립편집위원

전광훈 목사의 사랑제일교회 발 코로나19의 제2차 대유행이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중앙정부는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적용하여 방역에 만전을 기하고 있고, 지방정부도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피로감의 축적과 익숙함으로 인한 두려움의 약화 때문인지 국민들의 경계심은 2, 3월의 제1차 대유행 당시와 비교하면 한참 느슨해져 있다.

돌이켜보면 우리나라의 코로나19 양상은 다른 나라와는 조금 다르게 전개됐다. 다른 나라와는 차원이 다른 방역당국의 철저한 노력도 있었지만, 소위 사회적 지도층 들이 앞장서서 마스크 착용 등의 개인 위생을 철저히 함으로써 한 사람도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았다. 다른 나라는 대통령이 총리가 유명 연예인이 감염되는 사례가 비일비재했지만, 우리나라는 그러한 충격이 일어나지 않았다. 사회적 지도층의 솔선수범 덕분에 전 세계의 모범이 되는 K방역 시스템을 구축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지난 8월 15일 극우보수 세력이 광화문 일대에서 주도한 광복절 집회에서는 이미 확진자가 다수 발생하여 자가격리를 해야 했던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 등이 참석하여 일본제국주의가 아닌 대한민국 정부를 강력히 성토하였다. 세차게 내린 막바지 장맛비를 무색하게 하는 열기를 뿜어 낸 것이다.

어느 정치인의 말처럼 그날 정부를 성토하는 목소리에 대하여 정부가 귀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은 너무나도 당연한 지적이다. 그와 더불어 그 날 집회로 인해 코로나19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는 현 상황에 대하여도 그들은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

전광훈 목사는 그 집회 이후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판정을 받고 공공의료의 수혜를 입고 있다. 그의 부인과 비서도 확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광훈 목사의 말이라면 지옥에도 가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이는 그의 일부 신도들은 방역당국의 활동을 방해하는 행위도 서슴지 않는다. 전광훈 목사가 서울의료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감금당한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전광훈 쇼크 이후 광화문 집회 참석자들 중에 유명인 확진자가 다수 발생했다. 아내에게 괴물이 된 지 한참 오래라는 우스갯소리를 듣는다는 국민밉상을 지향하는 차명진 전 국회의원이 확진되어 극진한 아내 사랑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보수 성향 유튜브 채널 ‘신의 한수’의 신혜식 대표도 실시간 스트리밍 방송을 통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사실을 스스로 알렸다. 극우단체인 ‘엄마부대’의 주옥순 대표도 20일 확진판정을 받음으로써 극우보수세력은 광화문집회 강행의 대가로 유력 정치인들을 줄줄이 잃는 손실을 감내하고 있다. 다행히 ‘나3선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차명진 전 비서와의 변함없는 우정을 과시했음에도 음성판정을 받아 보수 세력의 명맥을 유지할 수는 있게 됐다.

사실 전광훈 목사는 ‘공중부양 허경영’과 더불어 다가오는 20대 대통령선거에 후보로 나설 수 있는 0순위 후보였다. 그런데 광복절 집회 주도와 코로나19 확진으로 본인이 직접 대선에 나서기는 어려운 모양새가 됐다. 다행이 18대 대선 새누리당 당내 경선에서 박근혜 후보에게 압도적으로 패함으로써 극우정치인으로 변신을 시도한 김문수가 이번 코로나19 제2차 대유행 국면에서 살아남음으로써 전광훈 목사의 축복을 한 몸에 받을 수 있게 됐다.

코로나로 인해 대선지형은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여당에서는 이낙연 의원이 코로나로 자가격리를 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이재명 경기지사는 역으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김문수가 전광훈 목사의 축복을 전폭적으로 받고 있다면, 그의 저주가 향하고 있는 곳은 어딜까? 더불어민주당의 두 명의 유력 후보가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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