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한 교수
신용한 교수

전국시대 위나라 때 충신 ‘방총’이 혜왕에게 말했던 “세 사람만 모이면 없던 호랑이도 만들어 낸다.”는 “삼인성호(三人成虎)”. 허위 사실이나 가짜가 판치는 세상을 비유할 때 흔히 등장하는 고사성어다. 그런데 전국시대로부터 수천 년이 지난 지금, 저잣거리에 진짜 호랑이가 나타나고 있다. 그것도 여러 마리가 동시에 여러 곳에. 

“코로나19” 사태가 실로 우려했던 재확산 상태로 치닫고 있다. 우려하던 ‘대창궐(pandemic)’ 수준을 향해 가는 것이다. 우려 와중에 무엇보다 시급한 건 더 이상의 전파를 막을 수 있는 의심환자 즉, 감염원의 검사와 격리다. 그런데 전광훈 목사의 “사랑제일교회” 측이 제출한 교인 명단이 사실과 달라 논란이 일고 있고, 명단 자체가 ‘허위’라는 의혹까지 제기된 상태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방역 방해행위에 대해 현행범 체포 등 엄정한 법 집행을 강조했고,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방역활동에 대한 악의적 저해행위에 대해서는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법정 최고형을 구형하겠다고 밝혔다.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을 비롯한 간부들은 “코로나19” 전염 초기에 감염병예방법에 따른 역학조사를 방해한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그들은 방역 당국에 교인 명단과 집회 장소를 축소해 제출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사랑제일교회 확진자 증가와 관련하여 각종 SNS상에 많은 가짜뉴스가 전파되고 있고, 방역활동 방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재명 경지도지사의 지시로 중고차 매물을 확인해 보니 95%가 ‘허위매물(false offerings)’이었다고 한다. 각종 사안에 단호한 입장을 표명해 온 이재명 지사는 급기야 허위 매물로 부당이익을 취하는 경우를 엄벌에 처하겠다고 선언했다.

한편, 중고차 인터넷 매매사이트에 ‘허위매물’이나 ‘미끼매물’을 올린 것을 보고 찾아온 고객에게 대상 차량에 심각한 결함이 발견됐다고 속인 뒤 다른 차량을 제시하여 시세보다 비싸게 판 일당에게 대법원이 ‘범죄집단죄’ 혐의로 다시 재판을 받게 했다. 대법원은 이들이 형법상 ‘범죄단체’에는 해당하지 않으나, ‘범죄집단’에는 해당한다고 봤다. 이 판결은 소위 ‘박사방’ 조주빈 일당에 적용한 범죄집단 혐의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받고 있기도 하다. 

정부가 온라인 허위·과장 광고에 대해 직접 모니터링하고 최대 5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부동산 허위 매물에 대해 일제 단속을 시작하자마자 온라인 포털사이트에서 서울 아파트 매물 1만여 건이 하루아침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순식간에 증발된 매물 상당수가 허위 매물이었다는 반증이다. 강남권은 90% 이상이 허위매물이라고 할 정도로 신고제도 자체도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다. 경쟁이 워낙 심하다 보니 너도나도 살아남기 위해 허위매물을 올린다는 것이다.

어쩌다 우리 사회 각 분야에 이토록 가짜 즉, ‘허위’가 판을 치고, 오히려 속은 사람만 바보로 취급하는 지경이 되었을까. 

경제학의 기본원칙은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는 전제하에 ‘합리적인 인간(reasonable person)’을 가정하고 출발한다. 즉, 생산과 소비에 있어 합리적인 사고를 기초로 의사결정을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각 분야에 만연해 있는 ‘허위’는 합리적인 의사결정은커녕 덜 배운 사람이건 똑똑한 사람이건 모두를 무력화시킬 뿐이다.

차라리 사슴을 말이라고 하는 “지록위마(指鹿爲馬)”는 그나마 실체라도 있기에 덜 사악할지도 모르겠다. 없는 호랑이를 있다고 만들어내는 ‘허위’는 대한민국을 뼛속까지 병들게 만든다. 신뢰의 근간을 송두리째 흔든다. 

코로나 초기에 가짜 뉴스나 허위 명단으로 인해 많은 혼란과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감수해야만 했던 악몽을 상기하자. 각 분야에 만연된 ‘허위’를 조기에 엄단하지 않으면 점점 사회적 고질병이 되어 코로나 바이러스처럼 번질지도 모르니. 오늘도 저잣거리에 어김없이 ‘허위’라는 호랑이가 나타나고 있다. 그것도 여러 마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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