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윤사랑 기자] 여권이 지난 4·15 총선 압승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후반기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한 기반을 다졌지만 총선 4개월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정부여당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반발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계속해서 하락세를 보였고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 이후 처음으로 미래통합당에 역전을 허용하기까지 했다. 지금의 위기를 반전시키지 못하면 내년 4월 재보궐 선거는 물론이고 2022년 대선까지 줄줄이 참패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기를 맞은 여권이 정국 반전 카드로 또다시 대북 카드를 꺼내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남북 관계가 파국으로 치달은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대북 정책의 최선봉에 임종석-이인영쌍두마차를 세운 것은 정국 반전을 위한 치밀한 전략이라는 시각도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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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동산 정책 후폭풍으로 최대 위기 맞은 여권, ‘대북 카드로 국면 전환 시도
-‘임종석-이인영최선봉서 대북 문두드리기, 북한 호응 미지수

한반도에 훈풍이 불면서 한때 금방이라도 통일이 될 것처럼 평화 분위기가 조성됐던 남북 관계는 현재 완전히 얼어붙었다. 지난 6월 북한은 대북 전단지를 문제 삼으며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시키기까지 했다. 북한이 2018427일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의 산물이자, 문재인 정부 남북 화해 협력의 상징인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시키자 남북관계가 20006월 남북정상회담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이처럼 남북 관계가 완전히 얼어붙은 듯 보이지만 반전은 언제 이뤄질지 알 수 없다. 지금의 여권은 항상 정국 위기 국면에서 대북 카드로 반전을 모색해왔다. 실제로 역대 남북정상회담은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과 여당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김대중-노무현도 남북정상회담으로 위기타개

지난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전 김대중 전 대통령은 당시 옷로비 의혹과 측근 비리로 수세에 몰려 있었다. 남북정상회담 이전인 430%대를 기록했던 김 전 대통령의 지지율(한길리서치 기준)은 회담 직후인 6월에 50%대로 크게 올랐다.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기간 이뤄진 200710월 남북정상회담은 노 전 대통령 집권 5년차에 이뤄졌다. 당시 노 전 대통령도 임기 말 레임덕 기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상회담 이전인 9월 말 20%대였던 지지율(리얼미터 기준)30%대로 상승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임기 초기 판문점 및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대북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를 높이는 효과를 톡톡히 봤다. ‘대북 카드는 여권에게 한반도 평화 달성이라는 당위론적인 측면에서도 반드시 필요하지만 정국 반전을 위해서도 놓을 수 없는 매력적 카드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남북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꺼내든 임종석-이인영카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들이 남북 교착상태를 뚫는 평화 사도의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73일 대통령 외교안보 특별보좌관에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내정하고 통일부 장관 후보자로는 이인영 민주당 의원을 지명했다.

전국대학생 대표자협의회 1기 의장 출신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민주당 남북관계 발전 및 통일위원회 위원장, 국회 남북경협특별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낸 한반도 정책 전문가로 평가 받는 인물이다.

임종석 외교·안보특보는 문 대통령이 취임 초기 남북 관계에서 드라마틱한 성과를 내는 과정에서 초대 청와대 비서실장을 맡아 문 대통령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했다. 임 특보는 20184월 판문점에서 열린 첫 번째 남북정상회담에도 배석했다.

문 대통령 임종석-이인영쌍두마차 띄운 의도는

문 대통령이 임종석-이인영카드로 남북 관계 개선을 향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명확한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볼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의 뿌리에는 미국에게만 의존하고 맡겨서는 한반도 문제 해결이 되지 않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주도적으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지난 7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대북정책 어디로 가야 하나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타자에 의한 평화 분위기 조성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한반도 운명의 당사자로서 교착 상황 타개를 위한 창조적 상상력과 실천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임종석-이인영쌍두마차에 대북 전문가인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힘까지 더해 얼어붙은 남북 관계에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재선가능성에 빨간불이 들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내 3차 북미정상회담 개최보다는 재선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남북 직거래를 통한 극적인 남북정상회담 타결을 시도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동시에 북한과의 평화협정, 경제 협력 등 군사적 위기 완화를 위한 정치적 타협 카드 마련에도 골몰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과정에서 임종석 특보는 남북정상회담과 남북고위급회담을 비롯해 남북이 대화의 장으로 나올 수 있도록 하는 정치적 타개책 마련을 위한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금까지 3번의 정상회담을 가진 바 있다. 첫 남북정상회담은 지난 20184월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렸다. 이후 북미정상회담이 무산될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북측 판문각에서 깜짝’ 2차 남북정상회담이 진행됐다. 이후 2018918일부터 20일까지 평양에서 세 번째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됐다.

청와대는 4차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4이제 남북정상회담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추진할 시점이라며 4차 남북정상회담 추진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지난 6월에도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제안은 유효하다며 남북 정상회담 개최 의지를 재확인했다.

반전 카드 남북정상회담’ ‘평화협정’ ‘경제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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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석 특보는 지난 5월 계간 <창작과 비평> 여름호 대담에서 남북의 교착상태를 풀기 위해서는 미국 바라기만 하지 말고 우리 정부가 적극적으로 할 일을 찾아 실행에 옮겨야 한다고 주장하며 4차 남북정상회담 개최 필요성을 역설했다. 임 특보는 문 대통령이 5·26 2차 남북정상회담 다음날 이웃집 마실 가듯이라고 한 것처럼 정상회담이 필요하면 언제든 만나겠다고 했던 것을 지금 실천해야 한다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답방만 기다릴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경제 협력이나 평화협정 등 경제평화를 화두로 남북 교류·협력에서 성과를 내려고 할 것으로 보인다. 이 장관은 지난해 8‘2019 통일걷기해단식에 참가해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자며 평화협정을 강조한 바 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27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인영 장관에게 경색된 남북관계 해결과 한반도 평화협정에 주도적 역할 위해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 장관은 최근 남북 협력사업에 속도를 내기 위해 남북관계를 제약한다는 지적을 받아온 한·미 워킹그룹 재조정 필요성을 띄우기 시작했다. 한미 워킹그룹은 대북 제재와 남북 협력사업을 조율하기 위해 201811월 만들어졌다. 이 장관은 지난 18일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를 만난 자리에서 ·미 워킹그룹은 그 운영과 기능을 재조정, 재편하면서 남북 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정책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역할을 명확히 하고 지향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또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위반을 피할 수 있는 물물교환 방식의 작은 교역으로 남북 교류협력의 물꼬를 트겠다는 구상을 구체화하고 있다. 이 장관은 후보자 시절인 지난달 21일 기자회견에서 금강산과 백두산의 물, 대동강의 술을 우리의 쌀과 약품과 물건 대 물건으로 교역부터 시작해 상황과 조건이 개선되면 더 큰 교역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정원이 지난 20일 통일부가 남북 교류협력 승인 여부를 검토 중인 북한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에 대해 대북제재 리스트에 있는 기업이라고 확인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 장관의 작은 교역구상이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힌 모습이다.

여권이 대북 문제를 정국 반전 카드로 활용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북한이 응하지 않는 한 성과를 내기는 힘들다는 부정적 전망도 나온다.

김대중 정부에서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장성민 세계와동북아평화포럼 이사장은 지난 20일 페이스북을 통해 저는 최근 대북라인이 교체되면서 박지원-이인영-임종석 라인이 들어섰는데 이들이 아무리 발버둥을 친들 북한에서 빗장을 걸어 잠그고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제아무리 대북문을 두드려도 그 문은 열릴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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