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운동장’ 지적 vs “순기능 무시해선 안돼”...금지 만기일 앞두고 찬‧반 ‘핫 이슈’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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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양호연 기자]공매도 금지 만기일을 보름여 앞둔 상황에서 정부가 기간을 연장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공매도 거래 재개 여부에 대해 금지 조치 연장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을 보였다. 금지 만기일을 앞두고 금융위원회를 포함해 관련 기관 간의 조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지만, 증권가에서는 금지된 공매도 금지 기간이 연장되는 데 가닥이 잡힌 것이 아니냐는 반응이다. 이를 두고 일부 개인 투자자, 이른바 개미 투자자들은 반기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지만, 또 다른 일각에서는 이 같은 결정이 불러올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 언급하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 홍남기 “연장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공매도 금지 법안 발의까지
- “국내 증시 떠나려는 외국계 투자회사들”...실증적 규명 없어 효과 의구심



홍남기 부총리가 지난 2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공매도 금지 조치 연장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코로나19 여파로 한시 금지됐던 공매도 거래 재개 여부에 대한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대해 답변한 것이다. 홍 부총리는 우선 공매도 거래와 관련해 금융위를 포함해 관련기관이 조만간 조율 작업을 할 계획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아직 부처 간의 조율이 안 됐지만 현재 경제상황에 따라 공매도 금지 조치를 조금 연장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홍 부총리는 “(공매도 금지 시효가) 9월15일까지라 정부도 방침을 정해야 할 시한이 한 달 밖에 안 남아 부처 내 조율을 하겠다”고 말했다. 

금지 만료, 보름 앞으로
시장상황 따라 연장 검토


금융위는 지난 3월부터 오는 9월15일까지 6개월간 유가증권시장 및 코스닥‧코넥스시장 전체 상장종목에 대한 공매도를 금지 조치를 취해왔다. 코로나19 촉발에 이어 WHO의 팬데믹 선언 등이 이어지자 국내 증시가 폭락했다 이유에서다. 상장주식 전 종목에 대한 일시적 공매도 금지조치가 이뤄진 것은 2008년 10월과 2011년 8월에 이어 세 번째 사례가 된 셈이다.

정부의 조치 발표 직전 코스피 시장은 2011년 10월 이후 최초 장중 1700선을 내주며, 국내 증시 개장 이래 최초로 코스피‧코스닥 양 시장에 가격안정화 장치가 모두 발동되기도 했다. 물론 정부는 지난 3월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도를 대폭 강화하는 등 시장 조치에 나서기는 했지만, 당시 주요국의 주가가 하루 10%씩 하락했던 만큼 보다 강화된 시장안정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당시 금융위는 공매도 금지 기간을 6개월로 설정한 점을 밝히며, 금지 기간 만료 이후에는 시장상황에 따라 연장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찬‧반 입장차 뚜렷해
연장 가능성에 무게


금지 조치 기간 내내 증권가 내부에서는 공매도 연장 여부 문제를 두고 촉각을 곤두세워 왔다. 증권가에 발을 들인 개인투자자들의 비율이 증가하고,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증대된 만큼 이번 공매도 금지 조치가 화두로 떠오른 것이다. 공매도가 세계적으로는 일반적인 투자 기법이지만, 국내 개인 투자자의 공매도 참여 비중이 1%도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개인투자자 등 증권가에서는 기간 연장에 대한 요구가 지속적으로 제기된 것이다.

이렇다 보니 지난 6월 이뤄진 하반기 금융정책 방향 관련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도 공매도 금지 기간 연장 여부는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당시 기간 연장에 대한 질문에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공매도 금지에 대한 냉철한 분석이 필요해 보인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은 위원장은 “(시행) 세 달이 된 상황에서 주식은 많이 올랐다”면서도 “그런데 이 주식이 오른 게 공매도 금지에 의한 건지 아니면 전 세계가 같이 오르면서 같이 오른 건지에 대한 냉철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나라도 다 같이 지난해 말 수준으로 올랐는데, 그 중에는 공매도를 금지한 나라도 있고 그렇지 않은 나라도 있기 때문에 자연과학과 같이 완전히 분리해서 판단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매도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지적이 이어지자 최근 홍 부총리는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금지 기간이 연장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일부 전문가들은 공매도가 지니는 증시 유동성 증가 및 가격 발견 기능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도 나왔다. 특히 공매도 금지 이후 국내 증시를 떠나려는 외국계 투자회사들도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 외에도 앞서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발언대로 공매도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실증적 규명이 없다는 점에서, 공매도 금지 효과에 대해 의구심을 품기도 했다. 

한편 국회 정무위 및 예결특위 소속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지난 21일 공매도 금지와 공시 요건을 강화하는 법안을 발의할 계획을 밝혔다. 공매도를 금지해야 한다는 입장과 공매도의 순기능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차가 뚜렷해진 만큼 공매도를 둘러싼 찬반 논란이 과열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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