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승석 전 애경개발 대표 실형… 100여 차례 상습 투약 사실 드러나

[뉴시스]

 

[일요서울 | 신유진 기자]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로 최근 검찰로부터 실형을 구형 받은 채승석 전 애경개발 대표이사로 인해 재계가 시끄럽다. 채 전 대표는 프로포폴을 무려 100여 차례 불법 투약한 것이 드러나면서 “이미 끊을 수 없이 심각하게 중독됐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프로포폴 추문은 연예계에서도 이미 유명하다. 뿌리 깊게 자리 잡혔다는 얘기까지 들려온다. 유명인들의 프로포폴 투약 의혹이 매년 끊이지 않는 가운데 프로포폴에 대한 경각심이 필요할 때다.

프로포폴이 뭐길래?… 연예계 ‘단골손님’, 재계에도 퍼져

삼성가(家)도 피하지 못한 프로포폴 투약 의혹… 제보자 고발

향정신성 수면마취제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장영신 애경그룹 셋째 아들 채승석 전 애경개발 대표이사에 대해 검찰이 실형을 구형했다. 지난 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정종건 판사 심리로 진행된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채 전 대표에게 징역 1년6월과 4532만 원의 추징금 명령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검찰은 “동종 범행 전력이 있지만 범행을 다시 저지르고 죄질이 좋지 않다”면서 “다만 수사 초기부터 혐의를 자백하고 수사에 성실하게 응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채 전 대표는 지난 2017년 9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 원장과 해당 병원 직원들로부터 약 100여 차례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한 것이 드러나면서 마약류관리법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채 전 대표는 불법 투약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병원을 방문한 적 없는 지인들의 인적사항을 병원장 김모씨 등에게 건네고 투약 내용을 나눠 기재하게 하는 등 진료기록부를 90차례 거짓 작성하게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채 전 대표의 구형 소식과 함께 일각에서는 프로포폴 수가가 재계 전반으로 확산돼 제3의 인물이 적발 될 수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기업들이 긴장하고 있다.

연예계 강타한 프로포폴
유명 배우 연루

프로포폴 불법 투약 스캔들은 사회면에 끊임없이 나오는 단골손님이다. 이미 연예계에서 프로포폴은 익숙하다. 지난 2013년에는 프로폴로 인해 연예계가 발칵 뒤집히기도 했다. 당시 장미인애, 이승연, 박시연, 현영 등 유명 여자 배우들이 프로포폴을 상습 투약해 물의를 빚었다. 올해는 배우 하정우가 프로포폴 불법 투약 의혹으로 곤욕을 치렀다. 지난 2월 하정우 측은 2019년 1월부터 같은 해 9월까지 약 10회가량 피부 흉터 치료를 위해 강도 높은 레이저시술을 받았고 이 과정에서 프로포폴을 투약한 것이라고 즉각 해명했다. 지난 7월 검찰은 하정우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를 했다고 전했다.

연예계를 강타한 프로포폴 스캔들은 재벌가에도 옮겨졌다. 지난해 3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를 받아 재계가 떠들썩했다. 올해 4월 이 사장의 프로포폴 투약 의혹에 대해 1년 여간 내사한 경찰은 이 사장에게 불법 투약 혐의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 사장의 내사를 담당했던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이 사장의 불법 투약을 입증할 만한 증거가 발견되지 않아 내사 종결했다”고 밝혔다. 광역수사대 측에 따르면 이 사장이 2016년 병원에 방문해 시술을 받았고 그 과정에서 프로포폴이 사용된 사실은 확인했지만 전문기관 감정을 의뢰한 결과 투약량이 오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회신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앞서 서울 강남에 위치한 H성형외과 일했던 간호조무사는 한 언론을 통해 이 사장이 프로포폴을 상습 투약했다고 제보하면서 경찰은 여러 차례 H성형외과를 압수수색 및 수사를 벌여 관계자들을 조사했다.

이재용 투약 폭로 ‘공갈’
금전 요구 혐의, 새 국면

올해 2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역시 프로포폴 상습 투약 혐의를 받아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고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이 같은 사실은 ‘뉴스타파’ 측이 “이 부회장이 2017년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프로포폴을 상습 투약을 했다는 신고가 권익위(국민권익위원회)에 접수됐고, 권익위가 대검에 수사 의뢰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해당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지난 19일 권익위에 이 부회장의 불법 투약 의혹을 제보했던 공익제보자 김씨가 이 부회장 측에 돈을 요구했고, 응하지 않을 경우 추가 폭로를 하겠다며 금전 요구를 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혐의로 김씨는 구속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제보자 김씨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공갈)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이 부회장 측은 “해당 병원에서 치료받은 적은 있지만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한 건 아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프로포폴은 하얀색 액체 형태로 우유의 모습과 비슷해 일명 ‘우유주사’라고 불리기도 한다. 프로포폴은 정맥에 직접 투약되는 전신만취제로 다른 마취제에 비해 작용 시간이 빠르고 빠르게 회복되는 것은 물론 마취 중 호흡 마비 위험성이 적다는 이유로 의사들이 많이 선호한다.

프로포폴이 중독되는 이유는 도파민(dopamine) 때문으로 보고 있다. 프폴포폴은 뇌의 측좌핵 부위에서 도파민 농도를 증가시키는데, 이 부위는 보상체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통증이 덜한 시술의 경우 프로포폴을 투약한 후 깨어나면 환자가 통증은 느끼지 않으면서 개운하게 잘 잤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또한 도파민은 일에 대한 의욕과 흥미 등의 감정을 증폭시켜 주는 신경전달물질이므로 분비될수록 쾌락을 느끼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연예인들과 재벌가 인사 등 유명인들이 프로포폴 추문에 휩싸이는 것이 이 같은 이유로 프로포폴에 중독된다고 말했다. 중독성에 따른 프로포폴 오남용 사례가 매년 증가하면서 프로포폴은 2011년부터 국내에서 마약류 일종인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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