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 ‘다운사이징’ 세금도 연비도 잡았다…성능은 ‘터보’로 UP

국내 소형 SUV 가운데 가장 큰 차체를 갖고 있는 트레일블레이저. [이창환 기자]
국내 소형 SUV 가운데 가장 큰 차체를 갖고 있는 트레일블레이저.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트레일블레이저 1.35 가솔린 E-터보 엔진은 오르막을 만나니 날 듯이 치고 나갔다. 불과 몇 해 전까지도 SUV하면 디젤의 강한 힘과 함께 거친 엔진음을 상징하는 대명사였으나,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저마다 가솔린 엔진을 올린 SUV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다만 동급의 세단에 비해 무거운 차체와 국내에서 비싼 휘발유를 사용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트레일블레이저는 엔진 다운사이징을 통해 연비를 잡고, 터보를 적용해 성능까지 일석이조로 얻어냈다. 

1.35 가솔린 터보, 시내 주행 200km & 고속도로 주행 200km
3종 저공해 차량, 환경부 인증 받아…공영주차장 50% 할인

지난해만 하더라도 한국GM은 위태로웠다. 부평2공장이 라인 스피드를 조정하면서 2교대를 1교대로 조절했다.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온갖 추측이 무성했다. 소형 SUV 개발 및 생산 계획이 있다고 했으나 말리부의 판매하락과 캡티바 단종에 이어 이쿼녹스와 임팔라의 부진까지 신차 생산이 힘들 것이라는 업계의 진단도 나왔다. 

이런 곤욕을 겪으며 분할된 연구개발 신설법인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TCK)가 2018년12월 탄생한지 1년 만에 그 결실을 맺었다. 지난 1월 출시를 알린 트레일블레이저는 GMTCK에서 연구개발을 거쳐 생산된 국산차다. 아울러 미국을 비롯해 해외로 수출되는 차량도 전량 국내 생산이다. 이미 경쟁력을 갖췄다는 의미다. 

연비 고려 없는 도심 주행, 리터당 평균 9.4km

시내 주행에서 특별히 차선 변경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어댑티드 크루즈 컨트롤을 백분 활용했다. 앞 차와의 간격 유지는 가장 가까운 1단계로 하고 속도는 각 도로 규정에 맞췄다. 처음 낮선 제동 타이밍과 출발에 조금 불편했지만 반복되면서 익숙해졌다. 신호등이나 정체 시의 완전 제동상태에서 재출발을 위해서는 크루즈 컨트롤을 올려만 주면 RPM을 2000까지 올리면서 출발했다. 

핸들을 잡고 전방 주시만 잘 하면 급가속을 하지 않는 한 주행에 여유를 얻을 수 있었다. 다만 신호등의 맨 앞에 정차하게 될 때는 브레이크를 밟아야 했다. 이 때는 차량이 완전히 멈춤과 동시에 오토 스탑&스타트(Auto Stop&Start) 기능이 엔진을 자동 정지시켰다. 연비를 줄이기 위한 기능으로 최근 신차들에 채택되는 추세지만, 재시동을 위한 연료 소모가 더 크다는 의견도 있어 편의에 따라 운전자가 고를 수 있다.

연비 효율성을 보여주고 있는 계기판. [이창환 기자]
연비 효율성을 보여주고 있는 계기판. [이창환 기자]

서울 시내 강남에서 동대문까지 출근 시간을 비롯해 을지로에서 서울대입구역까지 퇴근시간, 그리고 서울역과 남대문 인근 점심시간 이동 등 연비 효율성을 고려하지 않은 주행 방법으로 서울 도심을 3일간 총 200km 주행했으나, 평균 연비는 리터당 9.4km를 나타냈다. 공인 연비에 못 미치지만 이는 선방한 것으로 보였다. 

고속 주행은 춘천 의암호를 목적지로 왕복 200km를 주행했다. 공교롭게도 휴가철 차량정체에 편승하면서 편도 100km를 가는 데 3시간이 넘게 걸렸다. 반면 귀경길 초반에는 막힘없이 평균 시속 100km로 달렸으나, 역시 서울 인근에 다가오면서 차량이 밀리기 시작했고, 도심 진입 후 교통 체증에 시달려야 했다. 이런 여건 속에서도 평균 연비는 리터당 11.8km로 양호한 성적을 보였다. 

1000만 원대 최저 모델부터 최첨단 안전 사양 적용

차량 정체 시, 졸음운전으로 앞 차량 후미와 접촉사고 발생 경험이 있는 운전자라면 전방 충돌 방지 기능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 안전사양인지 알 수 있다. 트레일블레이저는 1.2 LS(최저)사양 모델부터 전방충돌 경고시스템, 헤드업 LED 경고등(RLAD), 저속 자동 긴급 제동시스템, 전방거리 감지시스템, 차선이탈 경고 및 차선유지 보조시스템, 전방 보행자 감지 및 제동시스템 등을 모두 적용했다.

여기에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EPB)와 전후 좌석 전체에 ‘원터치다운’ 파워 윈도우도 적용했다. 이런 최첨단 기능은 불과 3~4년 전까지 3000만 원 내외의 최고급 중·대형 SUV에만 적용되던 기능이다. 1000만 원대 소형 SUV 최저 사양부터 이를 적용한 것을 보면 기술개발을 거듭하면서 한국GM이 얼마나 트레일블레이저에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올 초 출시 때만 하더라도 르노삼성의 ‘XM3’ 기아의 ‘셀토스’ 쌍용의 ‘티볼리’ 등과 함께 국내 소형 SUV 4대 강자라고는 했으나,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경기는 침체되고 자동차 시장도 타격을 입어 트레일블레이저의 인기가 어느 정도 오를지 가늠할 수 없었다. 하지만 6월과 7월을 지나면서 뒷심을 발휘해 지난달 기준 2494대가 판매되며 기아 셀토스에 이어 2위 자리를 꿰찼다. 

아울러 미국 수출에도 숨통이 트였다. 한국GM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누적 수출량이 7만 대에 육박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지난13일 미국 자동차 평가 전문기관 ‘워즈오토’에 의해 ‘2020년 10대 사용자경험 우수 차량’에 선정되면서 그간의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워즈오토는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는 동급 최초로 스마트폰의 주요 기능을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연결할 수 있는 무선 스마트폰 연동 시스템을 탑재했다”며 “이를 통해 USB 케이블 없이도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트레일블레이저는 소형 SUV임에도 준중형급의 차체 크기와 내부 공간을 보유하고 있으며, 2열 좌석을 접으면 차박도 충분히 가능하다. 특히 1.2 및 1.35 가솔린 엔진으로 다운사이징을 시키고도 E-터보 엔진을 적용해 연비와 힘을 모두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환경부로부터 3종 저공해 차량으로 인증 받아 공영주차장 등 주차 시 50% 할인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차량의 전면에 속도를 포함한 정보를 보여주고 있는 HUD. [이창환 기자]
차량의 전면에 속도를 포함한 정보를 보여주고 있는 HUD. [이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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