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경 “김여정 부부장이 사실상 2인자”
김정은, 내년 1월 36년 만에 노동당 대회 개최 예정

전원회의 주재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뉴시스]
전원회의 주재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뉴시스]

 

[일요서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자신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에게 전반적인 권한을 이양해 ‘위임통치’를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국가정보원이 지난 20일 국회에 보고했다.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김정은 위독설’ 찌라시가 돌았고 안보 관련 주식이 들썩였다. 일각에선 현 국정원이 정부의 지지율 반등을 위해 국면 전환용으로 정보를 흘렸다는 소리도 나왔다.

국정원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여정 부부장이 국정 전반에 위임통치를 하고 있지만, 김 위원장의 건강에 이상은 전혀 없으며 후계자도 결정 안 됐다”고 보고했다고 정보위 여야 간사인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이 전했다.

하 의원은 “김정은 위원장이 여전히 절대권력이지만 과거에 비해서 권한을 이양하고 있다”며 “예를 들어 대남 정책 대미 전략 이런 부분을 김여정 부부장이 보고 받고, 김정은 위원장한테 (보고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위임통치는 김여정 부부장 한 사람에게만 집중된 게 아니라 경제, 군사 등 각 분야별로 권한이 분산됐다.

하 의원은 “김여정 부부장이 전반적으로 가장 이양 받은 게 많지만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과 김덕훈 내각 총리가 경제 분야 권한을 위임 받았고, 군사분야에서는 신설된 당 군정지도부 최부일 부장, 전략무기 개발을 전담하는 당 중앙군사위원회 이병철 부위원장, 이런 식으로 경제·군사 분야에서 부분적으로 권한이 이양됐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위임통치의 배경은 통치 스트레스 때문으로 “김정은 위원장이 9년간 통치하면서 ‘통치 스트레스’가 높아져서 줄이는 차원”이며 “정책 실패 시 김정은 위원장에게 실패 책임의 총알이 날아오면 리스크가 크다는 차원에서 책임을 회피하고, 그 밑에 위임 받은 쪽에 책임을 돌릴 수 있어서 그 두가지가 가장 큰 이유”라고 하 의원은 전했다.

하 의원은 국정원 보고를 바탕으로 “김여정 부부장이 사실상 2인자”라고 못 박았다. 군정지도부는 지난해 말 신설된 것으로 군에 대한 노동당의 통제력 강화를 위한 목적이라고 김 의원이 전했다. 의전 서열상 군정지도부장이 총정치국장보다 상위에 있으며 군정지도부 때문에 일선 부대에 직보체제도 갖췄다고 한다.


‘국정원장 비판’ 김근식

“관종병 버리지 못해”


통합당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박지원 국정원장을 향해 “국정원장의 정치적인 언론 플레이”이라며 “음지에서 일하는 대한민국 정보기관 수장이 아직도 정치인 습성과 관종병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고 힐난했다.

김 교수는 “첫 데뷔부터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북한 정보를 임의로 가공해 버렸다. 김정은 체제의 당정군 시스템을 김여정 위임통치라는 자극적 용어로 둔갑시켰다”며 “부동산 실패와 거여(巨與)의 폭주로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도가 급락하고, 코로나 대유행과 경제 침체로 민심이 흉흉한 작금에, 국정원장이 아닌 밤중에 홍두깨식으로 북한 정보를 이용해 언론의 관심과 민심을 돌려보려고 한 것이라면, 이는 국정원장의 정치적 개입”이라고 비판했다.

국정원의 정보 분석에 의구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국립외교원 교수를 지낸 신범철 충남 천안갑 당협위원장은 “권한 분담과 책임 이양이 핵심 내용이지 전반적인 위임통치는 아니다”라며 “국정원의 설명도 재미있다. 통치 스트레스는 정치적으로 무능하단 소리다. 책임 분산 역시 결국은 책임 회피다. 사실일지라도 남북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텐데 너무 경솔한 표현을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장성민 세계와동북아평화포럼 이사장은 “북한과 같은 신정(神政)체제에서 1인 영도자의 지도력을 대신해서 위임통치한다는 말은 모순이고 있을 수 없는 말”이라며 “북한에서 김정은은 태양이다. 절대신과 같은 존재인데 이런 신성한 절대권력을 누가 대신 위임통치한다는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국정원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건강악화설도 다시 불거졌다.

장 이사장은 “최근에도 쉬지 않고 김정은의 건강 상황을 추적해 왔고 관심 있게 살펴봐 왔다”며 “그는 현재 코마상태에 빠져 있고 일어나지 못한 상태이나 완전히 생명이 멈춘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20일 북한 주민들이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김일성 김정일 부자의 대형 초상화 등을 든 채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을 비난하는 구호를 외치며 행진하고 있다. 북한 사람들은 지난 주 이 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라디오 논평을 문제삼았다.<평양=AP/뉴시스>
김일성 김정일 부자의 대형 초상화 <평양=AP/뉴시스>

 

‘노동당 대회’ 김정은 유훈

“쌀밥에 고깃국 먹게 될 때까지 열지 말라”


이런 가운데 북한이 내년 초 노동당 대회를 열겠다고 밝혀 그 배경이 주목을 받고 있다.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등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1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로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내년 1월 8차 당 대회 소집을 결정했다.

직전 7차 노동당 대회는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인 2016년 5월 열렸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 한 번도 열리지 않다가 36년 만에 열린 당 대회였다.

김일성 주석 시대에는 비교적 정기적으로 개최됐던 당 대회가 김정일 위원장 시대에 전혀 열리지 않았던 것은 김 주석이 남긴 유훈 때문이다.

김정일 위원장은 후계자 시절인 1980년 6차 당 대회에 참석하기도 했지만, 김 주석이 1985년 “인민들이 흰 쌀밥에 고깃국을 먹게 될 때까지 당 대회를 열지 말라”고 말하면서 집권 시기 당 대회를 열지 않았다.

따라서 1~6차 당 대회는 모두 김 주석 집권 시기에 열렸다. 북한 체제 수립 초기에 열린 1차 당 대회(1945년 10월)와 2차 당 대회(1948년 3월)의 간격은 3년이 채 안 되지만, 3차 당 대회(1956년 4월)는 6·25 전쟁 이후에야 열렸다.

4차 당 대회(1961년 9월)에서는 인민경제발전 6개년 계획이 제시됐으며, 5차 당 대회(1970년 11월)에서는 주체사상을 당의 지도이념으로 표방하는 결정이 이뤄졌다. 6차 당 대회(1980년 10월)에서는 김정일 위원장이 당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선출되기도 했다.

김 주석은 당 대회를 통해 당의 지도 이념과 중장기 전략을 대내외에 공표해 왔다. 이는 사회주의 국가들의 전통적인 국가 운영 방식을 따른 것이었다.

김정은 위원장은 부친 김정일 위원장 시절 유명무실했던 당 중심의 국가 운영을 부활시키고 있다. 노동당 전원회의, 정치국 회의 등을 열어 의사결정이 이뤄지고 있어서다. 당 대회 개최도 그중 하나다.

김 위원장은 이번 전원회의 연설에서 “당 대회를 정기적으로 소집”할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과거 노동당 규약처럼 일정한 주기(5년)를 갖고 당 대회를 소집한다는 조항이 다시 포함될 수도 있어 보인다.

김 위원장은 내년 당 대회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제시하겠다고도 밝혔다. 7차 당 대회에서 발표한 경제발전 5개년 ‘전략’보다 구체화되고 개량화 된 경제 목표가 제시될 것으로 관측된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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