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증권사 CEO '줄소환' 예고...고민 깊어지는 금융권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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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오는 10월 시작되는 21대 국회 첫 국정감사에서 사모펀드 사태가 핵심 이슈로 부각될 전망이다. 

여야 의원들은 모두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부실 판매책임이 있는 금융사 CEO(최고경영자)를 정조준할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금융당국 책임론이 도마에 오르며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집중 타깃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CEO의 국감참석을 저지하기 위한 대관팀의 물밑작업도 한창이라는 후문이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국감…금융사 보다 금융당국 타깃
 신한 하나 국민 등 타깃...은성수 윤석현 책임론 또 등장


사모펀드 사태에 휩싸인 금융사들은 초긴장 상태다. 정무위가 아직 증인명단을 확정하진 않았지만 은행권에선 신한은행, 기업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의 수장이 증인으로 거론된다.

또한 정치권에서도 사모펀드 사태가 정치이슈로 비화할 가능성에 더 주목하고 있다. 

실제 국회에 따르면 국회 입법조사처는 최근 발간한 '2020 국정감사 이슈 분석'에서 정무위원회 핵심 이슈로 사모펀드 감독에 대한 현황 및 문제점, 개선방안 등을 꼽았다.

특히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태의 경우 금융당국의 비호와 여권 실세인사 연루 의혹이 맞물려 있는 만큼 어물쩍 넘어갈 수 없는 사안이 됐다.

금융당국 책임론 부상

1조6000억원대의 피해를 가져온 라임펀드 사태도 비슷하다.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청와대 행정관으로부터 내부 정보를 받고, 여권 실세를 대상으로 광범위한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다.

따라서 이번 국감에서 금융권 CEO들이 증인 명단에 대거 이름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모펀드 사태가 올해 주요 이슈로 부각되면서 부실 판매 책임이 있는 은행과 증권사 CEO, 더 나아가 금융지주 회장들까지 증인 출석 요청이 불가피할 수 있어서다. 

신한은행의 경우 라임자산운용·아름드리자산운용 무역금융펀드 환매중단 사태가 주요 이슈다. 아름드리자산운용 무역금융펀드의 경우 470억원 전액 손실 위기에 처한 상태다.

하나은행의 경우 지난해 DLF 사태에 이어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 옵티머스 사모펀드 수탁업무 문제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 역시 DLF 사태와 라임자산운용 무역금융펀드 환매중단 사태가 이슈다. 우리은행의 라임자산운용 무역금융펀드 판매 규모는 650억원으로 금융사 중 가장 많다. 기업은행은 디스커버리 펀드 판매가 논란이다.

국감을 앞두고 코로나19 재확산 우려가 커진 터라 금융사 CEO들은 증인 출석 요구에 해외 출장 및 국제포럼 참석, 휴가 등의 핑계를 댈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일각에서는 금융사들이 사모펀드 사태의 책임이 전적으로 판매사의 부실 판매 때문은 아니라는 점을 적극 해명하는 사전 작업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한편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B국민ㆍ신한ㆍ하나ㆍ우리ㆍNH농협은행 등 국내 5대 시중은행이 지난 5년간 판매한 사모펀드 규모는 70조원 이상에 달한다. 사모펀드 판매수수료 수입도 매년 증가했다. 2015년에는 356억원, 2016년 489억원, 2017년 674억원, 2018년 836억원, 2019년 960억원을 기록했다. 5년간 받은 판매수수료는 하나은행(966억원)이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우리은행(682억원), 신한은행(640억원), 농협은행(643억원), 국민은행(384억원) 순이었다. 

지난해부터 사모펀드 사태가 곳곳에서 터지면서 올해 은행권은 사모펀드 판매규모를 크게 줄이고 있다. 실제로 올해 1분기 5대 은행의 사모펀드 판매액은 2조1758억원, 판매수수료는 18억원 규모로 축소됐다. 

 

[박스] 금감원, 사모펀드 운용사 전수조사 본격화

지난해 라임과 옵티머스 등의 환매연기로 피해를 본 투자자들의 원성이 커지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최근 사모펀드 전수조사에 나섰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 전문사모운용사 전담검사단은 24일부터 공식 조사에 들어간다. 검사단은 운용사 등이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 사전검사 진행 후 다음달부터 현장검사에 돌입할 계획이다. 

검사전담반은 제출 자료 등을 토대로 사전검사를 먼저 한 뒤 다음달부터 현장을 직접 방문하는 본검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팝펀딩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를 빚은 자비스자산운용 등에 다음달 3∼7일 현장조사를 알리는 검사통지서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 등 판매사와 운용사 등은 이미 펀드 교차점검에 나서는 등 전수조사에 들어갔다.

앞서 윤석헌 금감원장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금융사에 대한 종합검사는 8월말까지 연기하라고 지시한 바 있지만, 사모펀드 전수조사는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검사전담반은 금감원 뿐만 아니라 예금보험공사·예탁결제원·한국증권금융 등으로부터 지원받은 인력까지 더해 모두 4개팀 30여명으로 구성됐다. 김정태 한국거래소 파견실장이 단장이다. 전담반은 펀드 재무제표상 자산(사무관리회사 관리)과 실제 보관자산(수탁회사 관리)의 일치 여부, 운용 중인 자산과 투자제안서 내용과의 일치 여부, 운용재산의 실재 여부 등을 점검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문제가 확인되면 자본시장법에 따라 조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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