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 “곧 한국 가서 결혼하겠다”···알고 보니 유부녀?

결혼. [뉴시스]
결혼.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최근 일요서울에는 지난해 말 국제결혼을 하려 여성을 소개 받았다가 원정 성매매 사기를 당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실제로 중국에서 여성을 만나고 2박3일을 같이 보냈지만, 알고 보니 원정 성매매 루트였다는 것. 심지어 소개 받은 여성이 유부녀였다. 제보자 A씨가 찾은 피해자는 10명, 피해액은 총 1억2000만 원에 달한다. 피해자 모두 비슷한 수법으로 당했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이들은 어떤 꾐에 넘어갔을까.

피해자 A다 쓰러져 가는 오피스텔서 23일을 여성과 단둘이...”

피해자 10피해액 12000만 원, 더 많을 수도···가해자는 적반하장

지난 2017년 1월 일요서울은 국제결혼 과정에서 벌어지는 여러 사기 행위들을 집중 취재해 보도한 바 있다.

(2017년 1월7일 일요서울 ‘가출·성병·하반신 마비까지 국제결혼 사기 백태’ 기사 참조)

피해 남성들은 국제결혼 중개 업체의 사기 수법에 당해 경제적‧정신적 피해를 호소했다. 이들은 소개 받은 여성과 빠르게 결혼했으나, 아내가 도망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국제결혼 중개 업체, 업체를 소개해 준 사람, 아내까지 모두 한통속이었다는 게 피해자들의 중론이다.

그러나 최근 일요서울에 제보를 한 40대 A씨는 결혼의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 그는 소개 받은 여성을 만나기 위해 중국 심양을 방문했다. 결혼에 대한 약속을 받았지만 여성은 한국에 오지 않았고, 뒤늦게 유부녀라는 사실까지 알게 됐다.

A씨는 “화가 나서 피해자들을 다 찾아봤다. 내가 발견한 피해자만 10명에 달한다. 피해액은 약 1억2000만 원 정도다. 몇 사람이 더 있을지 모른다. 끙끙 앓고 있는 사람도 많을 것”이라며 “피해자 모두 전문 사기꾼에게 원정 매춘 사기를 당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 온다더니

핑계만 대더라”

당초 A씨는 지난해 동호회 격인 동네 모임에 참석했다. 이때 가해자 B씨를 알게 됐다. B씨는 친근감을 조성한 뒤 갑작스럽게 A씨에게 전화를 했다고 한다.

A씨는 “좋은 사람이 있는데 결혼할 의사가 있냐고 B씨에게 연락이 왔다. 나는 수락했고, 중국 심양에 가게 됐다. 중국에 가는 거니까 싸게 해준다더라. 중개비로 400만 원을 요구했다. 나는 200만 원을 먼저 주고, 나중에 결혼할 여성이 한국에 들어오면 나머지 200만 원을 주겠다고 했다”면서 “B씨와 같은 날짜에 가려고 했는데 나보다 이틀 먼저 가 있더라. 이상함을 느꼈지만 ‘우선 가 보자’라는 마음으로 한국을 떠났다. 중국 심양에서 B씨의 모집책 여성과 소개 받은 여성을 만나 식사를 했다. 이후 다 쓰러져 가는 옛날 오피스텔에 나와 여성을 단둘이 집어넣더라. B씨는 중국에서 만나지도 못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여성과 오피스텔에서 2박3일을 보냈다. 여성은 A씨에게 “한국에 곧 간다”며 약속했다고 한다.

A씨는 “북한 여성이라 해서 소개 받은 건데, 중국 여권을 가지고 있다더라. 또 모집책과 단둘이 있을 때는 중국어로만 얘기했다. 조선족 같았다. 어쨌든 여성과 이야기하다 보니 결혼에 대한 약속도 받았고, 내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성관계도 했다”면서 “한국에 돌아와서 여성이 언제 오나 싶어 통화를 했는데 계속 핑계를 대더라. 자꾸 미루고 하는 걸 보니 느낌이 이상했다. 결국 여성은 오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빚 탕감 소개’는 무엇?

A씨는 B씨에게 따졌으나 도리어 적반하장이었다고 한다. 400만 원에 싸게 해줬더니 사기로 의심한다며 화를 냈다는 것. A씨는 억울함을 느껴, 피해자들을 추적했고 B씨와 동업을 했다는 인물과도 접촉했다.

C씨는 “나는 저 일의 창단 멤버다. B씨와 일을 했다. 100% 사기다. 중국 심양에 가셨을 것이다. 80%를 심양으로 보낸다. 매춘 루트다. 현재는 죄책감을 느낀다”면서 “내가 할 때는 6000만 원, 그 사람은 파산했다. 파산한 걸 보고 그만뒀다. 아는 북한 여자들이 있는데, B씨의 이름만 들어도 이를 간다”고 A씨에게 설명했다.

또 이 과정에서 A씨는 자신이 소개 받았던 여성, 피해자들이 소개 받은 여성이 모두 유부녀임을 알게 됐다.

A씨는 “여러 내용을 알아보니 소개해 주는 여성들이 모두 유부녀더라. 중국에서 중국인 남편과 살고 있는 사람들. 여성은 돈벌이가 없어서 먹고살기 위해 소개 받은 남성과 2박3일을 잔다. 한국에 가려면 몇 개월 걸린다고 하니 남성들은 30~40만 원 정도의 용돈이라도 쥐여준다”면서 “여성들은 B씨 같은 중개업자한테 돈을 못 받는다고 하더라. 화대 격으로 남성들에게 받은 돈을 생활비로 쓴다고 한다. 피해자들에게 알아보니 한 명의 여성도 한국에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빚 탕감’ 사기 방식도 있다고 A씨는 설명했다. 그는 “빚 탕감 소개라는 게 있다. 예쁜 여성들의 빚을 탕감해 주면 데려올 수 있고, 결혼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도 다 사기 수법”이라고 지적했다.

B씨는 실제로 온라인에 “나이 24세. 미혼. 중국 길림 거주. 700(만 원) 빚 있음. 인삼 밭에서 일하며 힘든 하루하루를 살고 있음. 도움 주면서 살고 싶은 분 전화 문의 달라”, “나이 30세. 미혼. 거주지 중국 초양. 탈북 할 때 생긴 900만 원의 빚이 있음. 도움 주실 분. ‘한국 가고 싶어요’”, “나이 27세. 거주지 중국 무순. 650만 원 빚 있음. 도움 주실 분” 등의 글을 여성의 사진과 함께 올렸다.

A씨가 찾은 피해자는 10명. 개인당 적게는 300만 원부터 많게는 4500만 원까지 피해를 봤다.

A씨는 “다 작년에 당했다. B씨는 중국에 애인을 두고, 이 사람에게 월 80만 원 정도의 생활비를 주면서 여자들을 모집한다. 모집한 여성들에게 성매매를 시켜 사기를 치고 있다. 피해자 모두가 B씨의 먹잇감이 됐다”면서 “혼자서 경찰서에 신고하면 제대로 조사를 안 한다. 검찰에도 넘어갔었는데,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됐다. 현재는 항고장을 냈다”라고 밝혔다.

A씨는 지난달 항고장을 제출, 현재 대구고검에 넘어간 상태다. 재수사가 이뤄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검찰 관계자는 일요서울에 “사건을 검토 중에 있다”고 말을 아꼈다.

A씨는 “이것도 안 되면 피해자들과 접촉해 단체 행동을 할 것이다. 현재는 피해자 개인으로 고소를 진행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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