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립편집위원
이경립편집위원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21대 총선 종로선거구에서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를 제압하고 21대 국회 입성을 앞두고 있을 즈음, 리얼미터의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그는 40.2%의 지지를 얻어 19대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얻었던 실제 득표율 41.1%에 상당히 근접해 있었다.

섣부른 이들은 이낙연 대통령을 연호하였지만, 소위 여의도 전문가들은 때 이른 이낙연 대세론의 형성으로 그가 페이스메이커(Pace Maker) 역할에 그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하고 있었다. 그러한 우려는 근거 없는 이야기가 아니라 87년 이후의 대통령 선거에서 그러한 대세론이 선거 결과로까지 이어진 경우가 별로 없었다는 경험에 의한 것이었다.

그리고 약 4개월이 지났다. 오는 8월29일, 그는 그날을 지금까지 걸어온 정치역정(歷程)에서 가장 화려한 스포트라이트(spotlight)를 받는 날로 기억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코로나19로 인해 자가격리 중이다. 176석의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이끄는 당대표에 취임하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 되겠지만, 4개월 전에 상상했던 날개를 다는 전당대회가 아니라 무거운 짐을 지는 전당대회로 귀결될 전망이다.

자신의 입장에서는 20대 대선 당내 경선에서 자신의 페이스메이커로만 생각했던 이재명 경기지사가 이미 여러 조사에서 자신보다 더 높은 지지율을 보여주고 있어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 데다가, 코로나19의 제2차 대유행으로 말미암아 8.29전당대회는 전임 당대표도 신임 당대표도 부재인 상태에서 치러지는 초유의 상황을 예고하고 있다.

이낙연 의원의 지금까지의 정치이력은 리더형 정치인이 아니라 참모형 정치인에 가까웠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인의 대변인이 그랬고, 손학규 대표의 사무총장이 그랬고, 문재인 대통령의 국무총리가 그랬다. 그는 맡겨진 역할에서 자신의 능력을 십이분 발휘했다.

그러나 그가 전남지사로서 어떠한 일을 했는지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래서 이번 전당대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당대표로 선출되는 것이 그에게는 리더형 정치인으로 탈바꿈하는 기회인 것이다. 때문에 7개월 당대표라고 비난받으면서도 당대표 선거에 나선 이유이다.

그런데 그에게 놓인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코로나19의 제2차 대유행으로 ‘재난기본소득’이라는 복병을 만났다. ‘재난기본소득’ 이슈의 저편에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자리하고 있다. 당대표가 당 소속 자치단체장과 정책을 가지고 일합(一合)을 겨뤄야 하는 입장이다. 안정적인 그의 이미지, 선명하지 못한 그의 이미지로 승리하기는 쉽지 않다.

그 뿐만이 아니다. 대선후보로서의 지지율이 떨어진 당대표가 자신의 리더십을 강화하면서 당을 좌지우지하기는 쉽지 않다. 더군다나 더불어민주당은 민주적 절차를 매우 중요시하는 전통을 가진 정당이다. 여당으로서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후반기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도록 서포트해야 하는 역할도 있다. 자신의 색깔이 강해질수록 문재인 대통령의 팬덤(fandom)과의 거리는 멀어질 것이다.

이 틈에 정세균 국무총리는 코로나19 대응을 진두지휘하면서 특유의 친화력을 발휘하고 있다. 자신의 대체재로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정세균 국무총리는 대화와 타협, 협치,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정치인으로서의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있다. 앞서가는 이재명 경기지사, 쫓아오는 정세균 국무총리, 진퇴양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게는 더불어민주당의 당대표라는 완장이 채워진다. 위기임에는 틀림없지만, 그것을 극복할 무기도 부여된 것이다. 그가 위의 위기상황을 7개월 만에 극복할 수 있다면 여당의 독보적인 대권후보가 되겠지만, 그러하지 못하면 책임감이 강한 그의 성격으로 봐서 무모하게 대권 도전을 하기보다는 선당후사의 자세로 임기 2년을 모두 채우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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