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규 대표
박동규 대표

“감옥은 내가 갈 테니, 후배 의사들은 소신을 굽히지 말고 끝까지 투쟁해 주십시오. 의료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의사들의 몸부림입니다.” 이 말은 지금 의료파업을 주도하고 있는 대한의사협회 최대집회장이 26일 의료파업을 촉구하는 호소문에서 언급한 내용이다.

코로나로 매일같이 수백 명의 확진자가 발표되고 있는 생지옥 같은 세상에서 믿기 어려운 말이지만 지금 의협회장은 병원과 의사들에게 휴진을 독려하며 ‘의료 현장을 떠나라’ 고 독려하고 있다. 이를 빌미로 의사협회를 일방적으로 비판할 생각은 없다.

아무리 의료진이 부족한 현실이라도 왜 하필이면 어려운 이 시기에 의대 증원 문제를 꺼내서 빌미를 주었는가 하는 정부를 탓하는 목소리도 꽤 있기 때문이다. 의사 배출이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도 아니고 최소한 십수년이 걸려야 하는데 말이다. 마찬가지로 의료계 파업 역시 왜 하필이면, 국민들이 코로나로 지칠 대로 지쳐 가고 있는 이 시기에 가장 크게 기댈 곳인 의사들이 파업인가 하는 비난 역시 거세다.

매일같이 모든 뉴스는 온통 코로나뿐이다. 나라 전체가 코로나와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이젠 정부가 코로나와의 싸움과 함께 그 병을 차단하고 치료해야 할 의사 단체인 ‘의협’과 싸움까지 해야 하는 기막힌 현실이 국민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지난 8월 7일 전공의 집단 휴진과 야외집회를 시발로 강행된 의료계 파업은 2차 파업으로 이어지면서 보건당국과 총리까지 나서서 전공의와 의협과 협상을 했지만 파업을 막지는 못했다. 이젠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하는 상황까지 왔다. 문 대통령은 법과 원칙에 따른 강력한 대응을 주문하면서 개신교와의 간담회에서는 의료계 파업 관련 “전시 상황에서 군인들이 전장에서 이탈한 것”, “소방관들이 화재 앞에서 파업하는 것”이라며 강한 불만과 경고를 보내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 불안은 고조될 대로 고조되고 있고, 확진자가 400명대를 넘어서면서 정부의 ‘3차 거리두기’ 결단도 임박했다는 소식들이 나오고 있다. 대학병원을 비롯한 대형병원 중심의 전공의들은 파업 참여율이 비교적 높지만, 일선 동네 의원급의 의사들과 병원들의 참여율은 10% 정도에 달한다고 한다.

최근 국민 여론조사에서도 국민 51%가 정부의 ‘업무개시 명령’을 지지하여 파업 중단을 요구하는 여론이 높은 것으로 나왔다(8.27. 리얼미터, TBS 여론조사 결과 발표 참조).

야당 역시 정부 ‘정책추진 시기’에 대해 비판은 하지만 한목소리로 파업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경기도 이재명 지사는 특유의 순발력과 발 빠른 재난대처 경험에서인지 의료자원 봉사 모집에 이미 159명이 흔쾌히 응했다는 반가운 소식도 있다. 지금 의협은 동네 일선 의료진의 참여율이 10%에 머물고 있는 ‘냉정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문을 닫지 않는 의료인이라고 의협의 주장에 왜 공감은 않겠는가. 아프면 같이 아픈 ‘동종 업계’ 인데 말이다. 그러나 의료계 내에서조차 ’우선 코로나부터’라는 직면한 현실적인 과제가 더 시급하다고 보는 것이다. 의협 최대집 회장은 일선 의원들의 참여 저조에 위기를 느낀 것인지 한발 더 나아가 27일엔 ’정부 압박에 굴하지 말고 13만 의사들의 동참과 연대를 통한 주장 관철‘ 을 또 독려하고 나섰다.

아무리 정당한 주장이라 해도 지금 의협이 주도하는 의료진 파업은 설득력이 없다. ’자신들에게 미운 정부‘ 와의 싸움 속에 죽어 가는 것은 국민뿐이다. 정부와 국민을 굴복시켜 의협이 얻고자 하는 것이 있다면 그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일까, 과연 국민들도 그 가치를 ’숭고‘하게 받아들일지 의문일 뿐이다. 의료 현장에서 ’의대 증원 결사반대‘ 라는 글이 새겨진 ‘리본’ 을 달고 ‘마스크’를 쓰며 조용히 헌신하는 의료진이라면 아마도 국민들은 감동할 것이란 생각이 드는 때이다.

정부와 국민을 이기는 ’이익단체‘는 없다. 또 그렇게 되어서도 안 될 일이다. 정부도 더욱더 ’물밑협상‘에 고삐를 죄어야 한다. 의협 역시 지금은 타협할 시기이지 파국을 독려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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