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이기우 언론인]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되면서 정치권에서는 프레임 전쟁이 한창이다. 싸움의 구도 자체를 유리하게 만들려고 여야가 코로나 재확산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고 있다. 방역당국은 사랑제일교회를 포함한 수도권 교회들을 중심으로 집단감염 발생을 주목하며, 확진자가 급격히 늘었다고 밝혔다. 이에 여당은 전광훈 목사의 815 반정부 집회를 방조한 미래통합당이 확산의 책임을 져야 한다며 이른바 미래통합당=전광훈 극우로 함께 묶는 전술을 구사하면서 국면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이 덕에 지지율 상승 등 일정부분 효과를 거뒀다. 야당은 극우와 손절, 정부가 방역 조치를 느슨하게 함으로써 2차 대유행의 원인을 제공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프레임 전쟁에서 밀리고 있는 실정이다. 코로나19 재확산이 정국의 블랙홀로 떠오르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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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통합당=전광훈프레임 반등-통합당 역풍...지지율 하락
정치인들, 동선 파악 노출돼 공공의 적 될 수 있다일정 최소화

코로나19는 한국의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블랙홀이 되어버렸다. 특히 2차 확산 사태는 정치, 경제, 사회생활이 없을 정도의 위기를 몰고 왔다. 이로 인해 정치권이 코로나에 울고 웃고 있다. 각 정당 지지율 등이 이를 잘 대변해준다. 82주째까지는 야당인 미래통합당이 정부여당의 부동산 정책 실패 여파로 310개월만에 처음 더불어민주당 지지율보다 앞섰다. 그러나 일주일 만에 다시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앞섰고,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도 상승했다. 코로나19 재확산이 미친 영향이다.

통합당 집회 방조 주장, 민주당, 야당 책임론 부각

이에 대해 정치권 관계자 및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보수단체들이 주도한 815 광화문 집회가 지목되면서 통합당 지지율이 하락했다고 분석한다. 20대 국회 당시 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가 전 목사와 보수결집 목적으로 집회를 함께 열었던 이력이 있다. 더구나 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광복절 집회 전날인 지난 11당원 스스로가 집회에 참여하고 싶으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거다. 당이 공식적으로 참여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당원의 개별적 참여를 용인하기도 했다. 이는 집회를 방조했다는 공격의 빌미를 여당인 민주당에 제공한 단초가 됐다.

특히 광화문 집회에 통합당 김진태, 차명진, 민경욱 전 의원이 참석했고, 본인은 참석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일각에서 꾸준히 참석 주장이 돌고 있는 홍문표 의원도 있었다. 이에 여권은 미래통합당=전광훈프레임을 가동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이번 감염 폭발은 사랑제일교회 등 일부 극우단체에서 시작돼 8·15 광화문 집회를 계기로 전국으로 확산한 것이라며 책임을 부인하는 통합당과 보수 언론, 일부 교회의 행동은 참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박광온 최고위원도 코로나 2차 파동은 통합당과 한 몸으로 활동해온 극우 선동 세력이 저지른 일이라며 통합당의 방치로 대재앙과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통합당 책임론을 부각시켰다. 그러면서 그는 통합당이 직접 수사당국에 수사를 의뢰해 집회에 참석한 모든 당원을 찾아내고 검사받도록 조치해야 한다검사를 거부하고 난동을 부린 정치인과 당원은 영구 제명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더해 민주당 홍익표 의원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참여하지 말아달라는 한마디조차 안 했고, 황교안 전 대표와 나경원 전 원내대표 등 통합당 관계자들이 전광훈 목사를 보수의 아이콘으로 만든 것 아니냐고 몰아세웠다. 결국 통합당은 뒤늦게 전 목사 등과 선긋기에 나서고 있으나 민주당의 공세와 통합당의 안일한 대응이 지지율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무감사 통해 극우와 결별? , 정부 공세 명분쥐기 돌입

수세에 몰린 통합당은 극우 세력 결별과 더불어 정부를 압박하려는 모양새다. 가장 먼저 꺼내든 카드는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이다. 선제적 3단계 격상 촉구가 정치적 이득이 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김 위원장은 지난 21일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과의 비공개 면담 모두 발언에서 “(정부가) 지금 2단계 거리두기 발표를 했는데 3단계 거리두기를 당겨서 해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정 본부장과의 면담에서도 김 위원장은 최근 확진자수 급증에 따라 3단계 거리두기를 빨리 해야 된다는 생각은 하지 않나라고 물었고 정 본부장은 “3단계가 필요한지 매일 중대본회의를 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27일에도 김 위원장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더 많이 늘기 전에 좌고우면 말고 3단계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국가 본연의 자세에 정부가 충실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통합당이 코로나 정국을 주도하는 듯한 이미지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다. 특히 경제적 파급을 우려해 정부가 2단계 거리두기를 연장한 가운데 뒤늦게 3단계 격상을 수용할 시 정부 책임론을 부각시킬 수도 있다.

통합당 한 의원은 당장 3단계로 격상하면 경제가 망가지고 그 책임을 다 져야 하는 부담이 있다며 정부가 3단계 격상을 최대한 늦출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당 핵심관계자는 코로나 방역엔 관해서 우리당은 정치를 배제하고 전문가들에 맡기자는 입장이라며 전문가들 사이에서 3단계 격상 목소리가 나와서 그걸 반영한 것이라고 강조했다.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해 방역 대책이 무너지고 3단계 격상으로 경제적 타격이 가중된 상황에서 통합당의 제안을 거부한 정부를 향한 공세 명분을 쥐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더구나 다음 달부터 돌입하는 당무감사를 통해 강경보수·극우진영과 선을 그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이른바 태극기 부대로 불리는 세력에 대해 심리 진단을 한번 해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하태경 의원은 썩은 피를 내보내고 새 피를 수혈해야 보수가 건강해진다고 강조했다. 그런 차원에서 광복절 집회에 나선 현직 당협위원장인 김진태·민경욱 전 의원과 유정복 전 인천시장 등이 당무감사에서 낙제점을 받아 직을 상실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당을 지킨 당협위원장들이 이번 당무감사에서 대거 축출될 경우 내분이 벌어지거나 대규모 당원 이탈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통합당 내에서는 지금이 결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보고, 강경보수·극우 진영과 선 긋기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야만 당 지지율 반등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동선 공개 되면 공공의 적”, 몸사리는 여야 정치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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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각 당의 얼굴이기도 한 정치인들로서는 코로나19 사태가 깊은 고민을 부르고 있는 상황이다. 요즘 의원들은 각종 행사는 물론 개인일정까지 모두 취소하고 있다. 사회적 2단계가 시행되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모임 등에 참석했다가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할 시 자칫 공공의 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의원은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코로나 확진자와 동선이 겹쳐 자칫 확진자로 판명날 시 동선이 공개될 우려가 있다. 또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시행 중인 가운데 이를 위반하는 행사 등에 참석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을 수 있다불필요한 모임은 취소하거나 잠정 연기하는 등 일정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A의원은 일부 지인들과의 만찬 약속을 잡았으나 혹시 상대진영에서 이를 문제 삼을 소지가 있을 것으로 예상돼 만찬 일정을 취소했다. 더욱이 당 의원들 간의 모임을 비롯해 지역 행사도 대폭 취소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국회 풍경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국회 내에서 기자회견, 회의 등이 비대면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2년간의 임기를 마무리하는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퇴임 기자회견을 비대면 방식으로 대체했다. 언론사들로부터 질문을 사전에 취합해 강훈식 수석대변인이 대표로 질문하고, 민주당 유튜브 채널 씀TV를 통해 중계되기도 했다. 통합당은 비상대책위원회의 등을 회상으로 열었다. 이 외에도 비대면 출석 및 논의, 표결 도입 필요성도 언급되고 있는 실정이다.

김영춘 국회 사무총장은 정기국회 막바지 11월에 대규모 감염으로 예산이나 민생법안 처리가 안 되는 상황이 발생하면 그야말로 국가적으로 큰일이라며 그런 상황을 대비하려면 원격 영상회의, 나아가서는 원격 표결도 가능해야 하는데 결국 국회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현재 국회법은 국회 본청의 회의실 안에서만 회의를 하게 돼 있다. 원격회의나 원격투표는 원칙적으로 법상 불가능하다결국 여야가 합의를 해서 국회법을 개정해 줘야 되는 문제라고 국회법 개정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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