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적폐(積弊) 기관’ 취급 논란 이어 전면개정안 ‘강행’···대공수사권 어디로?

[일요서울ㅣ조주형 기자] “북한은···적화통일노선을 고수하면서 우리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고자 획책하는 반(反)국가단체의 성격도 아울러 가지고 있다(대법원 2008.4.17.,선고,2003도758,전원합의체 판결)”, “북한에 동조하여 대한민국의 존립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한 것은···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구체적 위험성을 배가한 것(헌법재판소 2013헌다1,2014.12.19.)”. 앞서 법원이 판시한 ‘민주적 기본질서’는 ‘인권존중·국민주권·권력분립·사법독립·복수정당제’ 등 자유민주주의적 가치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를 파괴하는 행위까지 용인하지 않는 제도가 바로 ‘방어적 민주주의’인데, 모두 ‘대공수사권(對共搜査權)’을 통해 밝혀진 사실이다. 그런데, 그 대공수사권이 ‘존폐(存廢)’ 위기에 처했다는 우려가 터져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과거 민주당 의원이던 시절인 지난 2013년 9월23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서울광장에서 봉헌되는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대표 나승구 신부) ‘국가정보원 해체와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전국시국미사’에 참석하고 있다. 2013.09.23. [페이스북]
문재인 대통령이 과거 민주당 의원이던 시절인 지난 2013년 9월23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서울광장에서 봉헌되는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대표 나승구 신부) ‘국가정보원 해체와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전국시국미사’에 참석하고 있다. 2013.09.23. [페이스북]

 

-‘南 상층부’ 겨냥한 北 대남공작 실체···정치권력 등 ‘외압(外壓)’ 우려 ‘가득’

더불어민주당은 ‘권력기관 분권(分權)’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권력기관의 ‘수사권 조정’을 강행 중이다. 앞서 ‘검찰 수사권 조정’이 대표적이다. 민주당은 이를 ‘검찰개혁’이라고 주장한다. ‘개혁’이라는 변화를 강행했을 경우, 미래에 있을 그 결과가 좋을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따라서 반대 의견의 논리 또한 들어볼 필요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더 나은 방향이 무엇인지 따져보기 위함이다. 그 중에서도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안보수사의 핵심 축인 국가정보원(國家情報院)의 ‘대공수사권(對共搜査權)’ 경찰 이관(移管) 문제 또한 그러하다.

대공수사권 경찰 이관 문제의 쟁점은 ‘안보수사의 실효성’이다. ‘안보수사의 실효성’은 ‘탐지·수사·기소·재판·선고’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 말고도 ‘수사의 중립성’ 또한 요구된다. 즉, ‘수사 전반’과 ‘수사 중립’이라는 조건이 모두 엇박자를 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왜 ‘국가정보원 개혁’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대공수사권’의 경찰 이관을 강행 추진하려고 할까.

현재 문재인 대통령의 숙원(宿願) 사업이면서 대통령 공약이기도 한 ‘대공수사권 경찰 이관’은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50인의 ‘국가정보원법 전부개정법률안(2102692)’을 통해 기어이 강행되는 모양새다. 명분은 ‘분권(分權)’이다.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정보화시대 국회와 정보기관 국가정보포럼에서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축사를 하고 있다. 2019.05.22. [뉴시스]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정보화시대 국회와 정보기관 국가정보포럼에서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축사를 하고 있다. 2019.05.22. [뉴시스]

 

문 대통령의 주요 ‘공약’ 사항이기도 했던 ‘대공수사권’의 조정 문제는 이미 한 차례 거론됐었다. 지난 2018년 1월14일, 문재인 청와대 첫 민정수석이었던 조국 전 법무부장관은 청와대 브리핑을 통해 “국정원이 국내정치·대공수사에서 손을 떼도록 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게다가 문 대통령은 지난 노무현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 추진됐던 ‘국가보안법 폐지’에 대해 “아쉬움으로 남는다”라고 밝힌 바 있다. 대공수사의 대상이 되는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려고 했던 당시 시대상을 고려하면, 대공수사권에 대한 현 집권여당의 시선이 어떠한지 알 수 있다.

그런데, 정작 국회 정보위원회에서는 지난 25일 대공수사권 경찰 이관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정보위원들은 국내치안 전담조직인 경찰의 ‘해외 정보망 부재’, ‘대공(對共) 인프라 부족’ 등의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이에 일요서울은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정치적 이해관계가 없는, 각계 전문가들을 통해 정부·여당에서 속전속결(速戰速決)로 강행처리하려는 ‘대공수사권 이관’의 실효성을 따져보고자 한다.
 

일요서울은 지난 2020년 8월12일 저녁 서울 동작구 일대 모처에서 국가정보원에서 안보수사단장을 역임한 황윤덕 전 안보기획관을 만나 그가 작성한 '민주당 국정원법 전부개정안의 부당성과 헌법불합치 제기' 문건을 직접 받았다. [조주형 기자]
일요서울은 지난 2020년 8월12일 저녁 서울 동작구 일대 모처에서 국가정보원에서 안보수사단장을 역임한 황윤덕 전 안보기획관을 만나 그가 작성한 '민주당 국정원법 전부개정안의 부당성과 헌법불합치 제기' 문건을 직접 받았다. [조주형 기자]

 

방어적 민주주의 최후 수단 ‘대공수사권’

‘대공수사권(對共搜査權)’이란, ‘불법적인 공산주의 활동에 대항하기 위한 수사권’을 통칭한다. 앞서 일요서울은 지난 12일 저녁 30년간 국정원 대공수사국에서 근무한 황윤덕 前 안보기획관을 서울 동작구 일대에서 만나 ‘더불어민주당 국정원법 전부개정안의 부당성과 헌법불(不)합치 제기’라는 제목의 직필(直筆) 문건을 입수, 전문 보도한 바 있다.

해당 문건에 따르면 대공수사권은 대한민국 헌법에 그 근간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의 전면개정안이 ‘위헌(違憲) 논란’을 일으키는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91조에 따르면 “국가안전보장에 관련되는 대외정책·군사정책과 국내정책의 수립에 관하여 국무회의의 심의에 앞서 대통령의 자문에 응하기 위하여 ‘국가안전보장회의’를 둔다”고 명시됐는데, “국가안전보장에 관련되는 대외정책, 군사정책 및 국내정책의 수립에 관하여 대통령의 자문에 응한다”라고 밝힌 ‘국가안전보장회의법 제3조’에서 구체화된다. 또한 “국가정보원장은 국가안전보장에 관련된 국내외 정보를 수집·평가하여 회의에 보고함으로써 심의에 협조하여야 한다”고 규정된 동법 제10조(국가정보원과의 관계)에서 확인된다.

국가정보원의 존재는 ‘정부조직법 제17조(국가정보원)’에 나타난다. 위헌 논란에 휩싸인 김 의원의 전면 개정안은 상위법과도 상충하는 모양새다. ‘국가안전보장에 관련되는 정보·보안 및 범죄수사에 관한 사무를 담당하기 위하여 대통령 소속으로 국가정보원을 둔다’고 명시됐는데, 국정원법 제3조에 따르면 국정원은 ‘국외정보 및 국내 보안정보[대공(對共)·대정부전복(對政府顚覆)·방첩(防諜)·대테러 및 국제범죄조직]의 수집·작성 및 배포’ 임무를 수행한다고 밝힌다.
 

국가정보원 페이스북 캡처.
국가정보원 페이스북 캡처.

 

그 중 ‘방첩(防諜)’은 방첩업무규정 제2조에 따르면 ‘국가안보와 국익에 반하는 정보활동을 찾아내고 그것을 견제·차단하기 위한 대응활동’으로 명시되는데, 바로 ‘안보수사’의 정의라고 볼 수 있다. ‘정보 및 보안업무 기획·조정 규정’에 따라 정보수사기관이 안보수사를 담당하는데, 국정원의 대공수사국, 경찰의 보안수사대, 군사안보지원사령부의 방첩수사처, 검찰의 공안부가 관여한다. 각각 보안·방첩·공안수사로 불리는 이것을 실무상으로 ‘대공(對共)수사’라고도 한다. 대한민국의 국체(國體)·정통성을 부정하는, 일명 ‘반(反)국가단체’로부터 조국과 국민을 수호하겠다는 게 바로 그 취지다. 그렇다면 대공수사가 적용되는 죄는 무엇일까.

국정원법 제3조에 따르면 국정원은 형법 중 내란(內亂)·외환(外患)죄, 군형법 중 반란·암호부정사용죄·군사기밀보호법과 ‘국가보안법’에 규정된 죄를 수사하게 된다. 그 중에서도 ‘간첩’죄는 그 특이성이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간첩죄’는 우선 ‘형법 제98조(간첩)’에 등장한다. 해당 조항은 ‘적국(敵國)을 위하여 간첩 및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라고 명시되지만, 북한 간첩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해당 뉴스는 지난 1990년대 초반부터 중반까지 북한에 의해 자행됐던 대형 간첩공작 사건이었던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사건을 다루고 있다. [대한뉴스 1926호 캡처]
해당 뉴스는 지난 1990년대 초반부터 중반까지 북한에 의해 자행됐던 대형 간첩공작 사건이었던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사건을 다루고 있다. [대한뉴스 1926호 캡처]

 

앞서 “북한은···적화통일노선을 고수하면서 우리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고자 획책하는 반(反)국가단체의 성격도 아울러 가지고 있다(대법원 2008.4.17.,선고,2003도758,전원합의체 판결)”라는 판결처럼, 북한은 실정법상 ‘반(反)국가단체’에 해당된다. 국가보안법은 '반(反)국가단체'에 대한 범죄 수사의 근거가 되기 때문에 북한에 대한 범죄 수사가 가능하다. ‘대공수사’는 바로 이 같은 ‘반(反)국가단체’의 야욕으로부터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한 시대적 요구가 반영된 결과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정부·여당은 반(反)국가단체의 야욕으로부터 국체(國體)를 지키기 위해 기존에 국정원이 주가 돼 행사해 온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넘기게끔 추진 중이다. 대공수사권을 넘겨받게 될 김창룡 경찰청장을 비롯한 경찰 측은 지난 25일 국회 정보위에서 “열심히 잘할 수 있다. 대공 인프라를 잘 구축해서 열심히 할 것”이라는 대답을 내놓은 것으로 국회 정보위원들은 전했다고 했다. 경찰 측이 “열심히 하겠다”고 주장했다지만, 반면 국회 정보위원들을 포함해 수사권 조정의 주체가 될 국정원 측은 “쉽게 장담할 수 없는 문제”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바로 ‘해외 정보망 부재’와 ‘대공 인프라 미비(未備)’ 등의 이유 때문이다.

그런데 경찰 측에서 일했던 이들은 우려를 표명했다. ‘열심히 하겠다’라는 경찰 측 입장과 다른 양상이다. 이에 ‘대공수사권 경찰 이관’ 문제에 대해 지난 17일 일요서울에 그 심각함을 피력한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의 의견을 밝힌다. 25년간 경찰청 공안문제연구소, 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 대검찰청 자문위원을 역임한 유 원장은 현재 경찰을 떠났기에 ‘대공수사권 경찰 이관’에 대해 정치권 인사들과 달리 객관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일요서울은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그가 일요서울에 밝힌 의견서 일부를 인터뷰 형식으로 공개한다.

해당 뉴스는 지난 1990년대 초반부터 중반까지 북한에 의해 자행됐던 대형 간첩공작 사건이었던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사건을 다루고 있다. [대한뉴스 1926호 캡처]
해당 뉴스는 지난 1990년대 초반부터 중반까지 북한에 의해 자행됐던 대형 간첩공작 사건이었던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사건을 다루고 있다. [대한뉴스 1926호 캡처]

 

“큰일 났다” 보안경찰 마저 '우려' ?

- 앞서 국회 정보위에서 김창룡 경찰청장 등이 대공수사 관련해 ‘열심히 잘할 수 있다’라고 했다고 전했다는데?
▲ 경찰이 국정원으로부터 대공수사권을 받게 될 경우 이것이 제대로 발휘할 수 있겠느냐가 관건이다. 그런데, 저는 25년 동안 경찰청에서 이 문제를 연구하면서 직접 봐 왔기 때문에 말할 수 있다. 경찰 일각에서는 ‘유동열, 당신이 왜 앞장서서 반대하느냐’라고 하는데, 그것 또한 이해된다. 이것은 기관 이기주의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국가안보를 놓고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에 대한 의문이 가시지 않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다.

- 그렇다면, 대체 왜 경찰로 대공수사권이 넘어가는 것에 반대하는가?
▲ 경찰의 대공수사 역량 자체가 미약하다. 현재 경찰을 이끌고 있는 수뇌부 측에서 듣기에는 기분이 나쁠 수도 있다. 하지만 경찰에서도 대공수사를 오랫동안 해 오신 분들은 “큰일 났다”라고 말씀하신다. 이분들조차 “경찰에서 대공수사가 제대로 행사가 안 될 것”이라고 걱정을 하신다. 1970년대까지 경찰의 대공수사 역량은 뛰어났다. 그런데 그 이후로 역량이 축소됐다. 지금은 외사경찰이 해외에서 교민과 유학생 등 자국민들을 보호하고 있지만, 대공망을 구축하고 탐지하는 역할까지 맡고 있지는 않다. 북한의 ‘우회 침투’를 막을 수가 없다.

- 북한의 ‘우회 침투’라는 것이 무엇인가?
▲ 북한은 육상·해상·수중 침투 등 직접 침투방식을 자행해 왔다. 그러다 1980년대 이후 제3국을 경유한 우회 침투방식을 배합해 침투공작을 벌였다. 1996년 국적세탁(무하마드 깐수·정수일), 대만인 화교 정수평, 2006년 국적세탁 정경학 사건, 지난해 네팔 국적세탁 간첩 등이 그것을 보여준다. 최근에는 탈북민 위장 간첩이 대거 침투하는 형식이다. 올해 6월 기준으로 국내 탈북민 숫자는 3만4천명이 넘는다. 이른바 ‘역(逆) 합법침투공작’이다. 국내 합법적으로 침투시키는 공작선(工作線)를 확보한 것이다.

- 북한이 공작원을 침투시키려는 근거는 어디에서 확인할 수 있는가?
▲ 전 한반도를 北 김정은(김일성·김정일)의 수령유일 통치 하에 두겠다는 최종 목표를 위한 수단 중 하나다. 북한의 ‘우회 침투’를 거론하기에 앞서 北 조선노동당 규약 전문에는 ‘조선로동당의 당면목적은 공화국 북반부에서 사회주의 강성대국을 건설,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해방(인민)민주주의 혁명의 과업을 수행하는데 있으며, 최종목적은 온 사회를 주체사상화해 인민대중의 자주성을 완전히 실현하는데 있다’고 밝힌다. 6·25 남침전쟁 이후 지난해까지 무려 70년 동안 간첩 침투 등은 2000회가 넘는다. 당국에 적발되지 않고 암약 중인 간첩까지 고려하면 그 수는 셀 수조차 없다. 
 

해당 뉴스는 지난 1990년대 초반부터 중반까지 북한에 의해 자행됐던 대형 간첩공작 사건이었던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사건을 다루고 있다. [대한뉴스 1926호 캡처]
해당 뉴스는 지난 1990년대 초반부터 중반까지 북한에 의해 자행됐던 대형 간첩공작 사건이었던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사건을 다루고 있다. [대한뉴스 1926호 캡처]

 

- 김창룡 경찰청장이 “대공 인프라를 잘 구축해서 열심히 할 것”라고 말했다는데, 문제가 무엇인가?
▲ 국정원처럼 자체적인 대북정보 수집 및 분석역량을 갖추어야 하는데, 북한방송 청취, 탈북민 첩보, 북한운용 웹사이트 검색 등 이마저도 국한된 수준이다. 특히 경찰은 북한의 대남간첩공작 부서인 정찰총국·통일전선부·문화교류국 등에 대한 정보수집 및 분석력이 전무하다. 그래서 국정원과 국방부에 의존하고 있는 상태다. 간첩통신 감청·해독·교신 분석 등 ‘대공(對共) 과학정보력’ 또한 미약하다. 국정원은 간첩통신문을 전문 감청 및 해석 부서와 사이버 공작 대응부터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북한 대남공작부서에서는 ‘사이버 드보크(Cyber Dvoke)’라는 신종 연락수단을 개발해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지난 2010년 적발된 한춘길 간첩사건에서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게다가 북한의 간첩교신 수단인 첨단 ‘스테가노그라피(Staganography)’를 활용하고 있다. 스테가노그라피란 비밀메시지를 이미지·오디오·비디오·텍스트 등 커버(Cover)라는 다른 미디어에 숨겨 전송하는 첨단 과학 기법이다. 2012년 왕재산간첩단 사건에서 발견됐고, 2013년 전식렬 간첩사건에서도 드러났다.

- 합법 조직인 경찰의 특성을 비롯해 수사 보안성 등에서도 문제가 되는가? 
▲ 그렇다. 국정원의 대공수사 활동은 비밀로 분류된다. 보안유출 가능성이 제도적으로 차단된다. 특히 ‘차단의 원칙’이 철저히 적용되는데, 수사 업무는 팀 단위에서부터 인접 팀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를 정도다. 그런데 경찰은 그에 비해 보안성이 낮다. 경찰서 단위에서는 정보보안과로 통합 운영되면 앞서 언급한 국정원의 형태보다 보안 유지가 어려워진다. 게다가 합법적인 국내 치안 전담 조직이라는 조직 특성도 한 몫 한다. 대공수사는 대공정보 탐지·수집, 간첩 검거·신문·조사, 사법처리 등 3단계로 구성되는데, 그 중에서도 대공정보의 탐지·수집 단계에서는 매수·기만·해킹·절취 등 합법과 비합법 영역을 넘나들게 된다. 북한은 잡히지 않기 위해 비합법 영역을 넘나들며 대남공작을 하는데, 합법적인 방법으로만 북한의 꼬리를 잡으라고 하면 그게 잡히겠는가? 그리고 합법조직인 경찰이 비합법 활동을 할 수가 있겠는가? 예를 들어 팀원이 해킹을 승인해 달라고 하면, 해당 과장이 승인을 할 수가 있겠는가.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한 법원의 최종 선고가 내려지는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 이 전 의원이 출석, 동료들을 쳐다보고 있다. 2015.01.22.[뉴시스]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한 법원의 최종 선고가 내려지는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 이 전 의원이 출석, 동료들을 쳐다보고 있다. 2015.01.22.[뉴시스]

 

대공수사권 3축 무너지면 어떻게 될까?

현재 대공수사로 통칭되는 안보수사는 ‘정보 및 보안업무 기획·조정 규정’에 따라 정보수사기관이 맡고 있다. ‘탐지·수사·기소·재판·선고’ 과정 중 사법 전문성에 따라 ‘기소·재판’을 대검 공안부가 수사 지휘하게 한다. ‘재판·선고’ 과정은 철저히 법원의 영역이다. 두 과정에 앞서 ‘탐지와 수사’ 과정은 국정원 대공수사국·경찰 보안수사대·군사안보지원사령부 방첩수사처가 맡게 된다. 앞서 언급한 첩보의 다양성과 합법·비합법 영역의 구분, 정보력 등 전문성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정원의 대공(對共) 인프라(Infra)가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는데, 이를 운용해 온 국정원에 대해 ‘개혁’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대공 인프라가 부족하다고 평가받는 ‘경찰’로 수사권을 이관하겠다는 게 김병의 더불어민주당 의원 안의 골자가 되는 셈이다.

대공수사는 3개 부처가 경쟁·견제 관계에서 운용돼 왔는데, 수사권을 경찰이 ‘독점’하게 될 경우 ‘권한 남용’, ‘보신주의’, ‘무사안일주의’ 등으로 빠질 공산이 있다는 게 유 원장의 우려이기도 하다. 실제로 군사안보지원사령부의 경우 군(軍) 내부에 대해 대공수사를 하는데, 국정원 또한 군 형법상 군사반란·암호부정사용죄·군사기밀보호죄 등을 수사할 수 있어 군사안보지원사령부에 대한 견제가 가능하다. 

그동안 3개 기관이 서로 견제가 가능했지만, 김 의원의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경찰 독점 시 균형이 깨어지게 된다. 여권에서 ‘견제와 균형’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수사권 조정을 강행했는데, 오히려 대공수사권 경찰 이관 시 기존에 유지돼 오던 견제와 균형은 기대할 수 없게 되는 딜레마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에 따른 예상되는 결과는 바로 ‘권력 남용’이다. 국내 치안 전담 조직이라 민생과 밀접한 위치에 있는 경찰이 ‘권력을 남용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상이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추미애(왼쪽부터) 법무부 장관, 박지원 국정원장, 김창룡 경찰청장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을 위한 권력기관 개혁 당정청 협의 비공개 회의를 하기 위해 자리에 앉아 있다. 2020.07.30.[뉴시스]
추미애(왼쪽부터) 법무부 장관, 박지원 국정원장, 김창룡 경찰청장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을 위한 권력기관 개혁 당정청 협의 비공개 회의를 하기 위해 자리에 앉아 있다. 2020.07.30.[뉴시스]

 

“北, 상층부 대남공작 중···정치적 외압 견딜 수 있겠나”

‘안보수사의 실효성’은 ‘탐지·수사·기소·재판·선고’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 말고도 ‘수사의 중립성’ 또한 요구된다. ‘수사 중립성’은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보호’, 즉 ‘정치권 외압’을 막아내는 데서 유지할 수 있다. 대공수사권의 경찰 이관 시 경찰이 정치권 외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지난 25일 국회 정보위에서 김창룡 경찰청장은 “열심히 잘할 수 있다”라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행정안전부의 차관급에 불과한 경찰청장을 비롯해 경찰 수뇌부가 대통령 직속기구인 국정원의 장관급인 국정원장보다 정치권 외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답을 듣기 위해 일요서울은 지난 26일 저녁 서초구 일대에서 유성옥 前 국정원 심리전단 단장의 이야기를 직접 들었다. 30여년 가까이 국정원에서 대북 업무를 담당했던 유 前 단장은, 남북장관급회담, 북핵(北核) 회담 등에서 막후 실무를 맡았고 북한도 수차례 오간 인물이다. 일요서울이 그와의 인터뷰 일부를 공개한다.

-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국정원법 전면개정안이 논란이 되고 있는데, 어떻게 보는가.
▲ 국정원에서 근무했다는 김 의원은 인사과장 등으로 일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국정원은 철저히 ‘차단의 원칙’이 적용되기 때문에 국정원에서 근무하더라도 북한 파트가 아니면 대북 업무 자체에 대해 원(院) 밖의 인원보다 모를 수도 있다. 한 번도 대북 업무를 경험해보지 않으면 절대 알 수가 없다. 그런데 김 의원은 국회 정보위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고 해서 그가 북한의 전문가라고 볼 수는 없다. 더구나 대공수사의 경우 국정원 직원이라 하더라도 대공수사국 직원이 아니면 알 길이 없다. 그만큼 철저히 ‘보안성’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공수사 직원도 아닌 김 의원은 대공수사 경험은커녕 수사 보고서도 모를 텐데···

- 지금 북한의 대남공작 여건이 얼마나 우리에게 불리하길래?
▲ 최근 있었던 ‘통합진보당’ 기억나는가? ‘위헌정당 해산심판’ 사건인데, 당시 헌법재판소는 “피청구인 주도세력의 강령상 목표는 1차적으로 폭력에 의하여···최종적으로는 사회주의를 실현하는 것으로 북한을 추종하고 있다”면서 “피청구인이 추구하는 북한식 사회주의 체제는 조선노동당이 제시하는 정치 노선을 절대적인 선으로 받아들이고 그 정당의 특정한 계급노선과 결부된 인민민주주의 독재방식과 수령론에 기초한 1인 독재를 통치의 본질로 추구하는 점에서 민주적 기본질서와 근본적으로 충돌한다(헌법재판소.2013헌다1.2014.12.19.)”고 밝힌다. 이를 통해 북한의 대남전략은 과거 ‘하층부 공작’에서 ‘상층부 공작’으로 넘어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상층부’란, 국회의원 등 사회 지도층을 뜻한다.

- ‘정치적 외압’을 수사기관이 방어할 수 있겠느냐가 핵심이었다. ‘상층부 공작’에 따르면 간첩의 국회 진출과 수사기관 무력화 의도가 가능할 수도 있지 않는가.
▲ 1987년 이후 북한 대남공작 부서에서는 합법공간을 통한 전취(戰取) 공작을 전개하게 된다. 바로 국회의원이 돼 합법적인 권한을 활용해 법률 및 제도를 허물기 위해서다. 대표적으로 암약하던 北 대남총책 이선실에 의한 ‘민중당 창당’ 아닌가. 기자가 최근 거론했던 2006년 일심회 사건에 대한 기사에서 봤듯이, 장마이클(장민호)에 의한 민주노동당 장악 사건이다. 당시 법원은 “장민호(장 마이클)는 지난 1998년 1월 중국 북경에서 ‘北 공작원으로부터 南 내에서 통일사업 조직을 꾸리라’는 지령을 받고서 20002년 손정목·이진강·이정훈 등과 함께 ‘일심회’를 구성(이적단체 구성)”라고 밝혔다고 했지 않은가.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으로 2014년 12월 헌법재판을 통해 해산된 통합진보당 사건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고 보면 된다. 그런데, 지금 어떻게 됐는가. 이번 총선에서 북한에 유화적인 여당이 180석 가까이 차지하게 됐다. 대북 유화론자로 보이는 인물들이 대북 정책의 요직에 배치됐다. 북한이 그토록 바라는 남조선 혁명 여건 중 ‘상층부 통일전선 구축’에 유리한 위치를 선점한 것이다.
 

北 김정은.(사진=조선중앙TV 캡처) [뉴시스]
北 김정은.(사진=조선중앙TV 캡처) [뉴시스]

 

김병기 국정원 개정안, 발의 참여 50인 누구?

한편 국회 의석수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헌법 개정을 제외한 모든 안건에 대해 단독 처리가 가능한 과반 이상인 상태다. 일요서울은 김 의원을 포함해 50인의 여권 의원들이 발의한 '국정원법 전면개정안'에 동참한 의원 50인의 이름을 밝힌다.

김병기·강병원·강선우·강준현·고영인·고용진·기동민·김경협·김민기·김영배·김용민·김원이·김진표·김홍걸·노웅래·도종환·박성준·박영순·박완주·박홍근·백혜련·변재일·서동용·서영교·설훈·소병철·송갑석·송영길·송옥주·양향자·오영환·윤재갑·이개호·이낙연·이상직·이수진·이용우·이장섭·이정문·전해철·전혜숙·정필모·조정식·진성준·최종윤·한병도·홍영표·황운하·황희 등 더불어민주당 49인, 강민정 열린민주당 1인.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6.15 공동선언 20주년 더불어민주당 기념행사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0.06.15.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6.15 공동선언 20주년 더불어민주당 기념행사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0.06.15.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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