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김준석 언론인] 여야 지지율이 요동치고 있다. 21대 총선 이후 압도적인 여권 우위의 지형이 붕괴되면서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지지율은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고 있다. 광복절을 전후로 8월 한달 간 정당 지지율이 크게 출렁이면서 양당 역시 비상 체제에 접어들었다. 민주당은 부동산정책 실패를 둘러싼 성난 민심을 다독이면서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명분으로 지지율 방어에 나섰다. 한때 통합당에 더블스코어로 앞섰던 지지율은 옛말이 돼버렸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 역시 지난 대선 득표율 41% 미만으로 떨어지는 등 레임덕 직전의 위기상황까지 겪을 정도였다. 통합당의 사정은 더 절박하다. 여권의 실정에 따른 반사이익의 여파와 김종인 비대위 체제의 혁신경쟁으로 한때 민주당을 추월했지만 잠시뿐이었다. 특히 광복절집회에 따른 코로나 재확산 책임론의 여파로 상승세에 발목이 잡혔다.

뉴시스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한 '월간 정례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 결과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의 7월 국정 수행 지지도는 전월 조사 대비 8.7%포인트 하락한 46.8%로 올해 들어 최저치를 기록했다. 뉴시스
뉴시스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한 '월간 정례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 결과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의 7월 국정 수행 지지도는 전월 조사 대비 8.7%포인트 하락한 46.8%로 올해 들어 최저치를 기록했다. 뉴시스

 

광복절 전후로 여야 지지율 요동대통령 40% 미만 기록
- 민주당, ‘위기모드유지-통합당, 긴장모드속 극우세력과 선긋기

여야 모두 자충수 방지에 사활을 걸고 있다. 최근 여야의 지지율 변화는 상대 정당의 실책에 따른 반사이익의 성격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 4월에는 차기 대선의 전초전으로 일컬어지는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예정돼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지지율 관리를 위한 여야의 몸조심과 비상체제는 더욱 길어질 전망이다.

정당 지지율뿐만 아니다. 차기 대권 지지율 역시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오리무중의 상황으로 접어들었다. 이낙연 전 총리가 독주해온 차기구도에 이재명 경기지사가 급부상한 것이다. 이 전 총리와 이 지사는 오차범위 이내의 초접전 양상을 보이면서 차기 대권구도를 벌써부터 뜨겁게 달궜다. ‘소리없는 총성으로 불리는 여야의 지지율 전쟁 이면을 들여다봤다.

역전 또 재역전자고 나면 뒤바뀌는 지지율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86일 발표한 정당 지지율(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5%포인트)은 여의도 정가를 뒤흔들었다. 민주당은 2.7%포인트 하락한 35.6%, 통합당은 3.1%포인트 오른 34.8%를 각각 기록한 것이다. 양당 지지율 격차가 1% 미만의 초접전 양상으로 접어든 것은 통합당 창당 이래 처음있는 일이었다.

일주일 뒤인 13일에는 더 놀라운 결과가 발표됐다. 통합당의 정당 지지율이 마침내 민주당 지지율을 추월한 것이다. 민주당 지지율은 1.7%포인트 하락한 33.4%, 통합당은 1.9%포인트 상승한 36.5%를 각각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16년 하반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국면 이후 약 4년 만에 보수정당이 민주당 지지도를 앞선 것이다.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비슷한 추이가 나타났다. 14일 발표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에서 민주당은 4%포인트 하락한 33%, 통합당은 2%포인트 상승한 27%를 각각 기록했다. 양당 지지도 격차는 불과 6%포인트로 한국갤럽 조사에서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 최소 격차였다. 다만 통합당의 상승세는 오래가지 않았다.

광복절집회 이후 조사에서는 또다시 역전을 허용했다. 24일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에서 민주당은 2주 연속 내림세를 마감하며 지지율 40%대에 근접한 39.7%를 기록했다. 반면 상승세를 멈춘 통합당은 1.2%포인트 하락한 35.1%를 기록하며 민주당과의 격차가 커졌다. 다만 여야의 정당 지지율이 불과 한 달여 만에 역전에 재역전을 거듭한 것은 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다.

민주, ‘일희일비 않는다면서 위기감 심각

민주당은 지지율 하락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표면적으로는 내년초 부동산정책 효과가 나타나면서 시장 혼선이 줄어들 경우 여론 반등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다만 내부적 위기감은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 8월 중순 지지율 역전 현상은 분명한 국민적 경고 메시지라는 데 당 안팎의 이견은 없다. 이낙연 전 총리마저 저를 포함해 정부 여당이 겸손했는지, 유능했는지, 신뢰를 얻었는지 되돌아볼 때라면서 당 대표에 나선 후보로서 특별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고개를 숙일 정도였다.

그동안 21대 총선 이후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우위 구도에 변함이 없었다. 민주당은 한때 50% 안팎의 지지율로 통합당을 더블스코어 이상의 격차로 앞섰다. 다만 리얼미터 기준으로 민주당 지지율이 30%선마저 위태로워진 것은 약 4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국면 이후 처음이다. 특히 176석의 거대 의석을 기반으로 한 민주당의 부동산 입법독주가 지속되면서 지지율은 속절없이 추락했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조금씩 하락하는 지지율은 50% 고점 대비 20% 포인트 가까이 하락한 것이다. 지난 총선에서의 압승을 고려할 때 불과 4개월만에 사상누각으로 허물어졌다.

물론 광복절집회 이후 통합당 지지율을 다시 넘어섰지만 내부적 위기감은 여전하다. 특히 8.29 전당대회로 엄청난 컨벤션 효과가 기대했지만 지지율 상승은커녕 오히려 통합당에 역전을 허용할 정도의 당의 체질이 허약해졌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경기침체와 고용불안도 원인이지만 본질적인 건 민주당의 자충수다. 부동산정책 실패는 물론 인천국제공항 정규직 사태, 윤미향 의원을 둘러싼 논란,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의혹, 추미애 법무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둘러싼 잡음 등이 대표적이다. 자고나면 터져나오는 돌발악재로 민심이 완전히 뒤돌아선 것이다. 총선 이후 악재관리에 실패하면서 스스로 지지율을 까먹은 셈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마저 위험수준으로 추락하는 아찔한 상황이 연출됐다. 심리적 마지노선인 40%선이 붕괴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 조국사태를 거치면서 시작된 지지층 이탈 현상이 총선국면에서 멈췄지만 부동산 민심이반과 다주택 청와대 참모진들의 처신을 둘러싼 실망 여론으로 지지층 이탈이 가속화된 것이다. 814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는 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세를 극명하게 보여줬다.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가 39%를 기록하면서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핵심 지지기반인 서울과 30대에서 두자릿수 이상 폭락한 게 결정적이었다.

상승세 발목잡힌 통합당, 전광훈·차명진 선긋기

8월27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TBS 의뢰로 실시한 8월 4주차 주중 잠정집계 결과, 더불어민주당 지지도는 전주 대비 1.6%포인트 오른 41.3%로, 미래통합당은 5.0%포인트 내린 30.1%를 기록했다. 양당 간 격차는 11.2%포인트였다. 뉴시스
8월27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TBS 의뢰로 실시한 8월 4주차 주중 잠정집계 결과, 더불어민주당 지지도는 전주 대비 1.6%포인트 오른 41.3%로, 미래통합당은 5.0%포인트 내린 30.1%를 기록했다. 양당 간 격차는 11.2%포인트였다. 뉴시스

통합당은 지지율 역전국면에서 모처럼 활기를 찾았다. 특히 민주당 핵심 지지층이었던 30, 여성, 중도층에서 통합당이 반사이익을 누리면서 내년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 승리는 물론 내친김에 차기 대선을 위한 부활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까지 내리고 있다. 통합당 지지율은 그동안 2030% 사이의 박스권에 갇혀 있었다. 특히 중도층의 지지를 이끌어내지 못하면서 마의 30% 고지를 넘어서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지지율 상승세에 만족하지 않고 내부체질 개선에 더욱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민주당을 넘어섰던 지지율이 광복절 이후 또다시 하락하는 삼일천하로 막을 내리면서 통합당의 움직임은 더욱 바빠졌다. 이는 최근 당 지지율 상승세는 통합당이 잘했다기보다는 부동산 민심이반과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등 여권의 실정에 따른 반사이익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보다 긍정적인 점은 김종인 비대위 체제의 혁신 노력이 여론의 호응을 얻고 있다는 점이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아스팔트 우파 또는 태극기세력으로 상징되는 강경 보수세력과의 선긋기에 나섰다. 당 지지율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는 극우세력과의 관계단절을 통해 중도층 공략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의 혁신노력은 기본소득 의제화,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 호남지역 수해 자원봉사 활동에서 잘 드러난다. 성난 부동산 민심에 따른 반사이익에 도취하기보다는 최대한 몸을 낮추면서 대안 정책정당으로서의 면모를 부각시킨 것이다.

특히 통합당이 극우세력과의 선긋기에 나선 건 향후 중도층 외연확대의 본격적인 신호탄이다. 총선국면에서 보수통합을 명분으로 극단적 우파세력과 손을 잡았다가 참패했던 학습효과 때문이다. 통합당은 광복절 이후 코로나 재확산 국면에서 국민적 공분을 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는 물론 차명진·김진태·민경욱·김문수 등 통합당과 인연을 맺었던 주요 정치인들과도 사실상의 관계단절을 선언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광화문집회와 관련, “소위 사회에서 극우라고 하는 분들이나 당은 우리와 다르다우리가 집회를 주최한 것도 아니고 참여를 독려한 것도 아니고 연설한 것도 아니다고 밝혔다. 하태경 의원도 당 내부에서 강력하게 단절을 얘기해야 한다. 우리 내부의 잘못된 과거는 다 폐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부동산 가격 추이 변수

정당 지지율 경쟁만큼 치열한 게 차기대선 지지도 경쟁이다. 이낙연 전 총리가 독주하던 구도에 강력한 라이벌이 등장한 것이다. 이 전 총리는 지난 총선에서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에 압승을 거둔 이후 차기 대세론을 누려왔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코로나 정국에서 사이다 발언으로 상승세를 보이기는 했지만 현 정권의 핵심인 친문진영과는 거리가 소원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 전 총리의 대세론을 의심하는 시각은 거의 없었다. 실제 이 전 총리는 총선 이후 40%대 초반의 정점을 찍은 이후에도 20%대 중후반의 안정적인 지지율을 기록하면서 경쟁자 없이 안정적인 지지율을 유지해왔다.

다만 최근 차기 지지도도 오리무중의 형국이다. 이 전 총리와 이 지사가 오차범위 이내의 초접전 양상을 벌이면서 예측불허의 승부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전 총리의 완만한 하락세와 이 지사의 거센 추격전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반면 보수야권에서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제외하면 지지율 두자릿수를 기록하는 정치인이 없을 정도도 차기 경쟁은 여권의 독무대가 됐다.

특히 814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차기 지지도 조사에서 이례적인 결과가 나왔다. 이 지사는 처음으로 1위에 올라섰다. 이 지사는 19%를 얻으며 17%에 그친 이 전 총리를 눌렀다. 이 지사는 한 달 전 조사와 비교할 때 무려 6%포인트 상승했지만 이 전 총리는 7%포인트 하락했다. 한국리서치가 24일 발표한 차기 지지도 조사에서도 이 지사는 24%를 얻으며 22%에 그친 이 전 총리를 눌렀다.

여의도 정치권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광복절을 전후로 여야 정당 지지율은 물론 대통령 지지율과 차기 지지도마저 큰 폭으로 오르내린 것은 코로나19 재확산과 부동산가격 폭등 등 국민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휘발성 짙은 정치이슈의 영향 때문이라면서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시행 여부와 향후 부동산 가격의 추이 여부 등에 따라 여야의 지지율이 다시 한 번 요동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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