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쿠바‧이스라엘‧중국 등 시행 중···도입 시 직면할 과제는?

지난 2018년 9월6일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에서 열린 ‘국방여성 리더십 발전 워크숍’에 참석한 여군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2018년 9월6일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에서 열린 ‘국방여성 리더십 발전 워크숍’에 참석한 여군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저출산에 따른 병역 자원 부족 사태가 잇따르면서 여성 징병에 찬성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성도 징집돼 군대에 가야 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올라오는 추세다. 그러나 여성 징병제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이 때문에 여성 징병제를 둘러싼 찬반 논란이 거세지는 상황이다.

헌법재판소, 201020112014년 모두 남성만 징병 병역법합헌 결정

김신숙 국방부 부이사관 징병으로 받는 남자의 손실, 실효적 보상 방안 내놔야

최근 김신숙 국방부 부이사관이 낸 ‘역사와 쟁점으로 살펴보는 한국의 병역제도’라는 책에는 여성 징병제 관련 쟁점이 소개돼 있다.

김 부이사관에 따르면 여성 징병을 주장하는 쪽의 근거는 총 세 가지다.

헌법 제39조가 모든 국민은 국방의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병역 부담 형평성 차원에서 여성도 남성처럼 군대에 가야 한다는 것. 또 여성이 신체적으로 남성 못지않고, 전투 임무가 아니더라도 전투 지원 임무를 수행하면 된다는 주장이다. 현재 여성은 부사관과 장교부터 지원이 가능한데, 이는 불평등한 처사로 남자처럼 병사부터 복무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르웨이는 1년간 의무복무

외국의 경우는 어떠할까. 전 세계에서 여성 징병을 시행하는 국가는 북한, 쿠바, 이스라엘, 중국 등이다. 이스라엘은 주변국과 충돌이 잦아 모든 국민이 군대에 가야 한다.

최근에는 네덜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등 유럽 국가도 여성 징병제를 도입했다.

노르웨이는 지난 2016년 7월 도입했다. 노르웨이 여성은 남성과 마찬가지로 1년간 의무 복무를 한다. 그러나 매년 징집 대상자 6만 명 중 실제로 노르웨이 군에서 필요로 하는 병력은 1만 명 정도라 군 복무를 하는 여성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지난 2010년에 징병제를 폐지한 스웨덴은 지난 2018년 1월부터 징병제를 부활시키면서 여성을 징병 대상에 포함시켰다. 징집 대상은 18세가 되는 남녀다. 복무 기간은 9~12개월이다.

이러한 외국 사례 때문에 한국에서도 여성을 징병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남성에게만 병역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위헌심판 제청이 잇따랐다.

제청의 핵심은 상위법인 헌법 39조가 국방의 의무를 모든 국민에게 부과했는데 하위법인 병역법이 병역 부과 대상을 남성으로만 한정하는 점이 위헌이라는 것이다. 또 병역법 3조 1항은 ‘대한민국 국민인 남성은 대한민국 헌법과 이 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서 병역의무를 성실히 수행하여야 한다. 여성은 지원에 의하여 현역 및 예비역으로만 복무할 수 있다’고 규정하는 데 이 규정이 헌법 제11조 평등권을 침해하고 있는 지가 쟁점이다.

헌재 판단 살펴보니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는 이에 대해 지난 2010년, 2011년, 2014년 모두 해당 병역법 조항이 합헌이라고 결정한 바 있다.

헌재는 “국방의 의무는 병역법에 의해 군 복무에 임하는 등 직접적 병력 형성 의무만 가리키는 것은 아니며 간접적인 병력 형성 의무 및 병력 형성 이후 군 작전 명령에 복종하고 협력해야할 의무도 포함한다”고 판시했다.

또 “남성이 전투에 더 적합한 신체적 능력을 갖추고 있고, 신체적 능력이 뛰어난 여성도 생리적 특성이나 임신과 출산 등으로 훈련과 전투 관련 업무에 장애가 있을 수 있다”면서 “최적의 전투력 확보를 위해 남성만을 병역의무자로 정한 것이 자의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전했다.

헌재는 이 밖에도 ▲여성 징병제 도입 시 발생하는 막대한 경제적 비용 ▲전시에 여성이 포로가 되는 경우 남자에 비해 성적 학대를 비롯한 여러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 커서 군사 작전 투입에 부담이 크다는 점 ▲징병제를 채택하는 다른 국가들의 일반적인 상황 ▲도입 시 남녀 간 성적 긴장 관계에서 발생하는 군 기강 해이 문제 등을 여성 징병제 도입 시 문제점으로 제시했다.

헌재의 결정에도 병역 부담의 형평성 차원에서 남자만 의무를 지는 것은 부당해 여성도 부담을 나눠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랐다.

그러나 반대 측에서는 남성의 부담이 과하다면 부담 자체를 완화하는 데에 초점을 맞춰야 하며, 그 부담을 퍼뜨리는 것은 올바른 방향으로 보기 어렵다고 반박한다.

김 부이사관은 “국가는 남성들의 병역 부담과 여기에서 비롯되는 상대적 박탈감을 회복시키는 데 정책의 주안점을 둘 필요가 있다”면서 “징병으로 남자들이 받는 손실에 대해 더 실효적인 보상 방안을 강구하는 등 정부가 노력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군이 징병이 아닌 모병을 통해 여성 인력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군 확대는

책임‧문화 받아들이는 도전”

여군 확대는 저출산에 따른 병역 자원 부족 문제 등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도, 사회적으로는 새로운 일자리 창출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군에서 여성 인력 활용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군에서 새롭게 받아들여야 할 과제가 한둘이 아니기 때문. 현재 여군 1만 명 시대를 맞이했으나 이는 군 간부의 6.2%에 그치는 수준이다. 현역 군인 전체를 기준으로 본다면 여군은 2%에도 못 미친다. 심지어 여성으로 성별을 바꾼 변희수 전 육군 하사가 전역 통보를 받은 후 여군 편입을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하는 등 성소수자를 둘러싼 새로운 과제까지 떠오르고 있다.

김 부이사관은 “남성이 절대 다수이다 보니 여군의 열악한 근무 환경이 쉽게 개선되기 어려웠고, 계급과 연계된 성폭력 문제가 끊이지 않았다”면서 “따라서 여군을 확대하면 할수록 군에서는 익숙하지 않았던 책임과 문화를 받아들여야 하는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병역시설 개선, 육아 여건 보장 등 과제도 제기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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