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윤사랑 기자] 한동안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1인 독주가 이어지면서 긴장감이 떨어지던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경쟁이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상승세로 2강 구도가 형성되면서 흥미를 더해 가고 있다. 명확히 다른 색깔을 가지고 있는 두 대선주자가 경쟁을 벌이면서 정책 경쟁도 가열된 분위기다. 이 지사는 지난달 대법원에서 친형 강제입원과 관련한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의 판결을 받은 이후 날개를 달았고 이 의원은 대세론에 힘이 빠지면서 위기를 맞은 모습이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대선주자 지지율 여론조사 결과만 놓고 보면 두 사람 모두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은 마찬가지다. 특정 주자의 1인 독주 대세론이 이제 의미가 없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누구도 최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점에서 본격적인 게임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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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이재명 서로의 약점이 곧 장점’, 양측 정책경쟁신경전
이낙연 호남·민주당 지지층한계탈피, 이재명 당심확보가 과제

차기 대권구도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 1인 독주 체제가 허물어지고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상승세로 이낙연 대 이재명양강 구도로 재편됐다. 특히 최근에는 이재명 지사가 이낙연 의원을 누르고 1위로 올라섰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라 발표되면서 정치권이 술렁거렸다.

엠브레인퍼블릭,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 한국리서치 등 4개사가 지난 2022일 진행한 공동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에서 이 지사가 차기 대통령감으로 가장 적절하다고 답한 응답자는 직전 조사보다 6%포인트 상승한 24%로 집계됐다. 반면 이 의원은 직전 조사보다 1%포인트 떨어진 22%를 획득해 2위를 기록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 14일에는 이 지사가 처음으로 차기 대통령 선호도 조사에서 이 의원을 앞섰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었다. 한국갤럽은 지난 11일부터 사흘간 다음 대통령감으로 누가 좋다고 생각하는지 물은 결과, 이 지사라고 답한 응답자가 전월보다 6%포인트 오른 19%로 나타나면서 1위로 올라섰다고 밝혔다. 반면 이 의원은 7%포인트 하락한 17%로 집계됐다. 이 의원은 지지율이 20%대로 붕괴되면서 7개월간 지키던 1위 자리를 이 지사에게 내줘야만 했다.

알앤써치가 데일리안 의뢰로 지난 23~25일 실시한 차기 대선주자 적합도 조사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포인트)에서는 이낙연 의원이 23.3%, 이재명 지사 23.1%를 기록, 두 주자 간 격차는 불과 0.2%포인트로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

그러나 여론조사 결과 이낙연 의원의 대세론은 힘이 빠진 모습이지만 이 지사는 여유 있게 웃을 수 없는 상황이다. 또 이낙연 의원도 마냥 위기 의식을 느끼며 울상 지을 필요도 없어 보인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여론조사 결과를 통해 나타난 지표들이 두 사람 중 어느 누구에게도 일방적으로 유리한 상황이 아니라는 점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낙연, ‘호남·민주당서 강세외연확장에 한계

이낙연 의원은 민주당 지지층에서 이 지사를 여유롭게 따돌리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 지사에게 1위 자리를 내줬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더라도 내심 안도할 수도 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이 의원은 민주당 지지층에서 37%를 얻어 이 지사(28%)9%포인트 앞섰고, 이 지사(10%)는 미래통합당 지지층에서 이낙연 의원(3%)을 앞질렀다.

그러나 이 의원은 이 지사에 비해 외연 확장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어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이 의원은 호남에서는 이 지사에 비해 큰 지지율 격차로 우위에 서 있지만 그 이외 지역에서는 근소한 차이로 앞서거나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앤써치조사 결과에서 서울 이낙연 23.4% 이재명 20.0%, 경기인천 이낙연 23.4% 이재명 30.6%, 전남광주전북 이낙연 39.1% 이재명 20.1%, 대구경북 이낙연 13.0% 이재명 11.3%, 부산울산경남 이낙연 20.8% 이재명 21.0%, 강원제주 이낙연 23.6% 이재명 19.0%, 대전충청세종 이낙연 20.8% 이재명 25.8%로 집계됐다.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이낙연 의원은 호남과 민주당 지지층에서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지만 중도로의 외연 확장은 힘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의 지지율이 하락한 원인을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 의원의 지나친 신중 행보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었다. 이 지사는 기본소득, 부동산 정책 등 핵심 현안에 대해 선제적으로 자신의 명확한 소신을 밝히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반면 이 의원은 주요 현안을 묻는 질문에 엄중하게 보고 있다등의 반응을 보여왔다. 이 때문에 이 지사에 대해서는 사이다라는 반응이 나왔고 이 의원에 대해서는 고구마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낙연 의원은 지난 17CBS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이 지사에게 지지율 추월을 허용한 것과 관련 정부 여당의 지지도 하락에서 제가 예외일 수 없는 존재라며 함께 움직인다라는 것이 조사에서 드러나고 있지 않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쪽에 핑계를 댄다는 건 아니고 저라도 더 잘했더라면 제가 정부 여당의 지지도 하락을 막을 수 있었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그런 면도 있고, 저의 답답함도 있었을 것이라고 자신의 답답함을 지적했다.

이 의원이 사이다라는 평가를 받는 이 지사와의 경쟁에서 이기고 외연 확장을 하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차별화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이 같은 자기 목소리내기가 문재인 대통령과의 차별화로 보여질 경우 친문이 장악하고 있는 당심(黨心)’에서 멀어지는 딜레마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배종호 세한대 교수는 집권 후반기로 갈수록 문재인 대통령의 레임덕이 올 수밖에 없다이 지사보다 민주당 지지층에서 앞서기 때문에 이 의원은 당심을 보고 가야 하는데 문 대통령과 차별화를 시도하다보면 당심에서 멀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재명, ‘민주당 지지층서 약세통합당·보수층선 강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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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사는 상승세를 타면서 1위로 올라섰지만 민주당 지지층에서 여전히 이 의원에게 큰 격차로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돼야 본선에 진출할 수 있기 때문에 민주당 대선 경선을 무난히 통과하려면 무엇보다 당심(黨心)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지사는 아직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알앤써치조사 결과 기준으로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이낙연 의원이 46.4%의 지지를 얻어 이재명 지사(35.0%)11.4%포인트 격차로 앞섰다.

또 이 지사는 한국리서치 등 4개사 공동조사를 기준으로 미래통합당과 중도·보수층에서 이낙연 의원을 앞질렀다. 통합당 지지층에서 이재명 13% 이낙연 0%, 중도층 이재명 25% 이낙연 19%, 보수층 이재명 16% 이낙연 10%였다. 이 지사가 민주당에서는 약세를 보이면서도 통합당 지지층과 보수층에서 우위를 보이는 것은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부정적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이와 관련 이 지사의 약점이 이 의원의 강점이고, 이 지사의 강점이 이 의원의 약점인 상황인데 이 지사는 민주당 지지층에서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는 반면 중도보수층에서는 이낙연 의원보다 더 지지를 많이 받고 있다이는 민주당 지지자들, 친문이 이 지사가 우리 편일까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낙연 대세란 없다”, 이재명 지지율 왔다 사라지는 것

이낙연 의원과 이재명 지사가 1·2위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하게 되면서 정책 경쟁에도 불이 붙은 모습이다. 두 사람은 최근 코로나19 재확산 사태로 인해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2차 재난지원금 지급 문제를 놓고 명확한 입장차를 드러냈다. 이 의원은 선별 지급을 주장했고, 이 지사는 선별지급은 국민 분열과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전국민 지급을 내세우고 있다.

두 사람은 최근 대선주자 지지율 흐름에 대해서는 모두 신중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낙연 의원은 28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일부 여론조사에서 이 지사가 이 의원을 앞지르면서 대세론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고 묻자 대세라는 것은 없다대세가 (대선) 몇 년 전부터 형성된 전례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 일은 늘 있는 것이라며 엎치락뒤치락하게 돼 있는 것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지사는 같은 방송에서 일부 여론조사에서 자신이 이 의원을 앞선 것과 관련 나쁠리야 있겠느냐면서도 그런데 자꾸 그런 질문을 받는데 제가 전에도 경험을 해 봤다. 지지율, 이건 정말 순식간에 왔다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이더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두 달 또는 1주일, 며칠 사이에도 뒤집힐 수 있는 게 지지율이라며 거기에 의미를 두고 연연하면 문제가 생긴다. 오히려 신경 안 쓰는 게 정답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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