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이후 22년 만에 GDP ‘역성장’ 끌어낸 코로나19 재확산

한국은행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3%로 하향 했다. 이후 올해 말까지 대응 상황에 따라 -2.2%까지도 하락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평일 점심 시간 명동의 모습. 사람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식당을 찾고 있다. [이창환 기자]
한국은행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3%로 하향 했다. 이후 올해 말까지 대응 상황에 따라 -2.2%까지도 하락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평일 점심 시간 명동의 모습. 사람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식당을 찾고 있다.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우려했던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의 재확산이 시작됐다. 이와 함께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사상 최저를 기록했던 1998년의 IMF(국제통화기금) 상황 이후 22년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수출과 내수는 감당하기 힘들만큼 추락하고 있다. 정부 각 부처에서는 올해 예고됐던 사업을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대비책으로 전환하고 기업들은 내부적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는 평도 나오고 있다. 

OECD, “한국경제는 코로나19에도 경제 위축이 매우 낮은 수준”
코로나19 올 겨울까지 이어지면 경제성장률 전망 –2.2%로 하락

한국은행은 지난 27일 경제전망보고서를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0.2%(지난 5월)에서 1.1%포인트 추가로 내린 –1.3%로 발표했다. 경제성장률 전망과 함께 민간소비 증가율도 지난 5월 –1.4%에서 2.5% 포인트 내려 -3.9%로 예측했다. 이 역시 IMF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27일 “글로벌 경기 위축이 완화되는 모습이 이어졌으나 그 속도는 코로나19의 확산세 지속 등으로 다소 둔화됐다”며 “성장세 회복을 지원하고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금융안정에 유의해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OECD는 지난 11일 한국경제보고서에서 “최근 한국경제는 코로나19로 심각한 침체를 경험했으나, 신속·효과적인 정책 대응으로 다른 회원국 대비 경제 위축이 매우 낮은 수준”이라며 “올해 한국 경제는 역성장하겠으나, 다른 OECD 회원국에 비해 하락폭이 상당히 작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예측한 바 있다.

코로나19 2차 확산 오면 경제전망 빗나간다 

다만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OECD의 한국경제 전망은 코로나19의 2차 확산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현재 상황처럼 코로나19 감염 확산세가 줄어들지 않고 세 자릿수를 유지하며 지속 확대된다면 이 예측은 빗나갈 수 있다는 의미다.

지난 15일 광화문광장의 불법 집회를 주도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코로나19 감염증 양성 판정을 비롯해 사랑제일교회발 코로나19 확진 판정이 1000여 건이나 증가했다. 방역당국은 아직 해당 집회 참석자들이 참가 여부를 숨기거나 코로나19 검사를 피하고 있어, 파악되지 않은 감염자들까지 확인된다면 확산세가 심상치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 2월부터 3월까지 국내에 코로나19 공포를 안겨 준 신천지발 사태와 맞먹거나 이를 뛰어넘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확진자의 증가가 감염병 만의 문제 또는 단순한 수치상의 문제가 아니라 경기 위축 등 국민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지난 26일 ‘사회적 거리두기’를 현행 2단계에서 3단계로 격상시키기 위한 정부 정책 논의에서도 이를 쉽게 시행하지 못하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대응 단계별 조치내용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가 시행되면 실제 정상적인 사회생활은 불가능하게 된다. 10인 이상의 집합과 모임, 행사 등은 금지되고 모든 스포츠행사와 공공·다중시설은 중지 또는 운영이 중단된다. 민간시설도 그 위험도에 따라 운영 중단 및 방역수칙 준수 강제화에 돌입하게 된다.

아울러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는 원격 수업 및 휴업 등에 들어가게 되고 공공기관 및 기업들은 특정 필수 인력 외 전원 재택근무를 시행하게 된다. 민간기관과 기업들도 동일한 수준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다만 이런 조치는 우리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기 때문에 정부도 관계 기관과 민간 기업들도 코로나19 재확산의 확대 여부를 예의 주시 하며 신중하게 대응하고 있다. 

코로나19 언제까지? 내년 말까지 간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7일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로 가는 것은 경기회복에 가장 부담되는 요인”이라며 “경제적 피해가 극심할 수 있어 깊이 있게 검토해서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이어 “경제와 방역은 동전의 양면”이라며 “3단계 격상을 무조건 반대할 수는 없으나 방역 중앙대책본부에서 거리두기 격상이 논의될 때 그 필요성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균형 있게 고려해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로 침체된 경기가 회복되기 위해서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아닌 경기부양책을 써야한다. 국민들의 소비를 진작시키고 상가를 활성화시켜야 한다. 소상공인과 기업들이 살아날 수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다시 코로나19가 확산세를 더 확대하는 역효과를 초래하게 될 수도 있다. 

반면 코로나19를 단기간에 잡고 방역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를 시행하고 감염의 확산경로를 차단하면 된다. 다만 이는 국민들의 경제 활동을 막는 결과를 초래하므로 이미 22년 만에 최악의 상황을 달리고 있는 경제성장의 빠른 하락을 불러올 수 있다. 정부도 관계 기관도 기업들도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행은 지난 27일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올해와 내년까지 만 2년을 가득 채운 뒤 내년 말 이후 진정 시점이 올 수도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국내에서도 코로나19 재확산 상태가 올겨울까지 이어지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1.3%가 아닌 –2.2%까지도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코로나19 재확산 정도가 더욱 확대되더라도 금리인하 대응 여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며 “다만 기준금리가 이미 상당히 낮은 수준이어서 더 인하해야 할지 그 여부는 효과와 부작용을 따져 신중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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