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전쟁 100주년 특별기획전 ‘나는 독립군입니다’

[편집=김정아 기자/사진=트래블에브리띵스 제공]
[편집=김정아 기자/사진=트래블에브리띵스 제공]

[일요서울 |  프리랜서 김관수  기자] 장마가 50일 이상 계속되더니 어느새 9월이 코앞이다. 코로나19로 성난 마음에 불을 지르기라도 하듯 전례 없는 기나 긴 폭우는 흔한 우리네 여름풍경마저 앗아 갔다. 마치 일제가 대한제국을 역사 속에서 삭제 시켰던 통한의 기억처럼 그렇게.

비가 슬쩍 잦아든 오후, 천안의 독립기념관으로 달려간다. 얼음 가득 든 사이다 한잔의 위로를 찾아가는 길이다. 대한독립사의 가장 험난한 페이지, 그 최전선을 누비던 독립군들의 처절한 기억이 말없이 놓여 있는 현장으로. 2020년 독립전쟁 100주년을 맞아 기획된 <나는 독립군 입니다> 특별기획전이 열리고 있다.

장마로 인한 피해가 막심해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된 천안으로 들어서는 마음이 무겁다. 조금씩 본래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는 창밖 풍경에 안도하며 마주한 독립기념관. 멀찍이 51미터 높이의 겨레의 탑은 묵묵히 이 땅을 지키며 찾아온 이들의 희망을 북돋아준다. 뿌옇던 하늘은 조금씩 파랗게 물들고 있다.  

귀염둥이 옆집 꼬마
씩씩한 내 딸
유쾌한 내 친구
보고 싶은 아버지
당신은 독립군입니다.

 

[사진=트래블에브리띵스 제공]
[사진=트래블에브리띵스 제공]

전시홀 입구에서 마주친 글귀와 사진이 말해주는 독립군. 어쩌면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그들 본래의 이름과 모습이다. 나는 과연 ‘독립’, ‘독립군’, ‘독립전쟁’, 이 단어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 걸까. 그 물음에 대해 전시장을 채운 독립군들의 회고와 기록은 하나씩 답을 내놓기 시작한다.

독립운동의 역사는 이미 더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독립전쟁은 1920년 선포됐다. 한 해 전인 1919년 3.1운동으로 독립에 대한 우리의 강인한 의지를 전 세계에 알렸다면, 1920년부터 시작된 독립전쟁은 그 강인한 의지의 결행이자 가장 극한 고통으로 스스로를 몰아넣은 희생이었다. 전시는 이런 독립전쟁의 역사를 다섯 개의 섹션으로 구분한다. ‘독립군, 독립전쟁을 쓰다’로 시작하여 ‘독립군으로 가는 길’, ‘목숨을 건 독립전쟁’, ‘독립군의 힘’, ‘2020년, 독립군을 기억하다’로 마무리된다.      

섹션1> 독립군, 독립전쟁을 쓰다

‘독립군’이란, 일제에 맞서 군대를 조직하고 직접 총과 칼을 들고 전투에 나선 이들을 말한다. 대부분 우리 땅도 아닌 만주와 연해주 등의 산과 계곡을 넘나들며 혹독한 전투를 치러야 했던 그들이 어떻게 전쟁의 기록을 남겼을까. 틈틈이 남긴 메모와 마음속 깊은 곳에 새겨 넣은 기억들은 광복 후, 기록이 되었다. 자신의 기록을 남기지 못하고 세상을 등져야 했던 수많은 열사들의 안타까움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적극적으로 자신의 일생을 남겼다. 그 기록들이 있기에 우리는 독립전쟁의 가치와 독립군의 헌신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사진=트래블에브리띵스 제공]
[사진=트래블에브리띵스 제공]

섹션2> 독립군으로 가는 길

독립군이 되는 것은 스스로의 뜻이었다. 농사를 짓다가 학교를 다니다가 불쑥 망명길에 올랐다. 중국, 러시아 등에 설립된 독립군단으로, 사관양성소로 떠났다. 군사적 지식과 경험이 없는 그들에게는 교육이 필요했다. 일본 육군사관학교 등에서 탈출한 한인들이 모여들었고, 군인을 양성했다. 그렇게 군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했고, 국내를 비롯 해외에 이주한 뜻있는 한인들은 군자금을 아낌없이 보냈다. 단 하나, 그날을 위해서.

“나라의 흥하고 망함은 국민 모두의 책임이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국민 된 자 모두 힘을 모아 우리의 생존을 침해하는 적과 맞서 싸워야 한다. 독립은 남이 주는 것이 아니고, 스스로 싸워 찾아야 하는 것이다. 힘을 모으자 살길은 하나다.”

- 한국광복군 총사령관 지청천 -

[사진=트래블에브리띵스 제공]
[사진=트래블에브리띵스 제공]

섹션3> 목숨을 건 독립전쟁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1920년 1월 ‘독립전쟁 제1년’을 선포했고, 같은 해 봉오동전투와 청산리전투의 격전에서 대승리를 거둔다. 극심한 굶주림, 살을 에는 추위는 또 다른 전쟁이었고, 변변찮은 무기, 항상 부족한 식량과 물자, 의료장비와 인력이 없는 상황 등은 변함없이 지속됐다. 오로지 독립에 대한 열망, 목숨을 내건 희생정신만이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유일한 이유였다.

식량이 떨어져 며칠간 굶다가 자신이 차고 있는 가죽 허리띠를 삶아 허기를 면하기도 하고, 행군 도중 발가락이 떨어져 나가거나 혹은 그러한 고통을 잊기 위해 아편을 먹었다는 기록도 있다. - 전시물 내용 중 -

섹션4> 독립군의 힘

독립군의 뒤에 있었던 재외 한인들의 지원 역시 희생이었다. 일제의 감시와 고문을 묵묵히 참아낸 남겨진 가족, 타지에서 죽음의 고통을 이겨낸 함께 망명한 가족들이 있었다. 멀리서 군자금을 보내준 동포들, 독립군에게 잠자리와 식량을 내준 한인들, 독립군과 공동투쟁을 전개하며 우리의 독립을 약속했던 연합군까지. 그들 모두가 독립군의 힘이었다.

섹션5> 2020년 독립군을 기억하다

100년 전 지펴진 독립전쟁의 불꽃은 여전히 꺼지지 않았다. 독립군들 그리고 그들을 위해 아낌없이 내어준 지지자들. 그들의 기억과 기록으로 100년이 지난 2020년을 맞은 우리는 독립전쟁 안에 담겨 있던 독립정신을 확인하고 그 정신을 더욱 단단히 할 것이다. 그것이 독립군을 기억해야 하는, 오늘 이곳을 찾은 이유다.

작은 전시관에서 긴 시간을 보냈다. 독립기념관 내 모든 전시의 축소판을 본 것 같다. 어느 순간 눈물 없이는 텍스트를 읽을 수 없고, 그 자리에 멈춰 서서 텍스트 뒤에 숨어 있는 당시의 장면을 떠올려 보려고 한다. 나의 경험 속에는 들어 있지 않은 그 장면들은 그래서 떠오르지 않지만, 기록을 남기려고 했던 그 마음은 보이는 것 같다. 독립에 대한 지금까지의 단편적 기억과 정의들. 지난(至難)했던 우리 독립의 역사를 이제라도 새롭게 알아가고 싶은 마음. 2020년 지독하게 어지러운 세상을 헤쳐 나가기 위해 필요한 지혜가 그곳에 살아 숨쉬고 있다.  

■전시 기간 : 2020년 10월 25일까지 (월요일 휴관)
■전시 장소 : 독립기념관 특별전시실II (7전시관)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