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도 SNS해요" 오너일가가 직접 올린 일상 사진 '화제'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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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유튜브를 통해 기존의 틀을 깨는 기업 총수들이 늘어나고 있다. 요리, 맛집, 쇼핑, 자녀, 애완견 등의 일상 생활 사진을 수시로 올리며 시민·임직원과 소통하려는 시도다. 

무심하게 올라오는 듯한 이들의 게시물에 누리꾼들이 호응하며 기업 이미지에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

언론 노출조차 꺼리던 과거 회장들과는 그 차이가 상당하다. 젊은 총수들의 사생활이나 캐릭터까지 드러내는 일련의 행보는 기업의 브랜드 가치와 직결됨은 물론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적극적 대토라는 평가가 이어진다.  

인스타·먹방, 벽 허문 소통…엄근진 회장님은 없다 
이재용 부회장 '사칭 SNS' 해프닝…삼성 "삭제 신고"

가장 활발하게 SNS활동을 하는 건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다. 정 부회장의 SNS 팔로워는 7월31일 기준 38만 9000명에 달한다. 요리를 하거나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일상을 공유하며 소통의 벽을 허물었다는 평가다. 

정 부회장은 최근 최초의 빵 굽는 카페로 알려진 스타벅스 더양평DTR점에 방문해 관련 사진을 올렸다. 국내 최대 규모인 이 매장은 업계 1위 스타벅스가 포화 상태에 가까워지는 커피 시장에서 빵으로 대표되는 푸드 제품으로 매출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시도로 주목을 받았다.
     
앞서 정 부회장은 이마트 월계점에서 카트를 끌고 장을 보는 사진도 올렸다. 이틀 뒤엔 강릉점에 방문했다. 판교에 사는 정 부회장이 이들 매장까지 찾아 각종 식료품을 구매한 건 월계점과 강릉점이 요즘 이마트가 펼치는 오프라인 매장 강화 전략을 대표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온라인 쇼핑에 밀려 위기를 맞은 국내 대형마트들이 매장을 폐점하고 있지만, 이마트는 반대로 기존 매장을 리뉴얼하고 신규 출점하는 등 오프라인에 힘을 주고 있다

최근에는 한 누리꾼이 SNS를 통해 정 부회장이 입은 청바지를 궁금해하자 브랜드와 공식사이트 주소를 댓글로 답했다. 한 인스타그램 이용자가 "청바지 브랜드 좀 알 수 있을까요? 너무 예뻐요."라고 하자 정 부회장이 "'페이지 진'(Paige jeans)입니다."라고 한 것. 

이 댓글은 곧바로 화제가 됐다. 좀처럼 직접 댓글을 남기지 않는 정 부회장이 직접 청바지 브랜드 정보와 홈페이지 주소까지 공유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옷이 수백만 원짜리가 아닌 서민도 접근 가능한 가격대의 청바지라는 점까지 알려지면서 정 부회장을 향한 대중의 호감도도 높아졌다

SNS활용... 틀 깬 오너들

최태원 SK 회장도 최근 유튜브 형식의 사내 방송에 출연했다. 최근 방송된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와 최 회장의 이름을 딴 ‘최태원 클라쓰’라는 제목의 영상으로, 최 회장은 SK이천포럼 홍보를 위한 라면 먹방을 선보였다.

한참 라면을 맛있게 먹던 최 회장은 남은 국물을 '원샷' 한다. 그 순간 '환경을 생각한다면, 음식물을 남기지 맙시다'란 자막이 흐른다. SK 측은 B급 감성으로 가득한 해당 영상에 임직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라고 전했다.

오뚜기 오너일가인 함연지 씨도 인기 유튜버다. '햄연지'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그는 팔로워만 23만명이 넘는다. 최근 아버지 함영준 오뚜기 회장이 직접 출연해 자사 브랜드를 홍보해 화제에 올랐다 '오뚜기의 진짜 홍보대사는 햄연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기가 상당하다. 
  
함 씨는 유튜브를 통해 개인 일상도 많이 전하는 편이다. 지난 5월에는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가방들을 공개해 관심을 받았다. 샤넬이나 구찌, 불가리 등 명품이 적지 않았으나 상당수는 할머니나 어머니, 시어머니가 오랜 시간 써온 가방을 물려받은 것들이었다. 수십 년 세월을 거치며 손때가 묻었지만, 새로운 명품 대신 옛 가방을 애지중지하는 함 씨의 에피소드 밑에는 1000건이 넘는 댓글이 달렸다. 

댓글엔 '재벌이 아니라 소탈한 보통사람 같다'는 댓글이 수백개의 추천을 받는 등 긍정적인 반응이 주류였다

재벌 총수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들을 사칭하는 SNS 계정도 늘었다. 

지난 7월말 인스타그램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칭 계정이 등장했다. 이 계정에는 이 부회장의 이름과 사진을 내걸렸다. 프로필에는 삼성 공식 홈페이지 링크가 달려있고, 계정 운영자는 삼성전자의 제품이나 이 부회장의 경영 행보에 대한 글을 50여 개 작성했다. 삼성전자 구내식당 사진을 올리며 '특식 없이 직원들과 똑같은 밥을 먹는다'며 이 부회장의 입장에서 글을 쓰기도 했다.

이 부회장 계정의 팔로워 수는 이날 오전 1000명대에서 오후 4시 기준 3000명대로 급증했다. 대부분의 팔로워들은 해당 계정이 가짜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지만, 일부는 "진짜 이 부회장인가" "응원한다"등의 댓글을 다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또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만약 이재용이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된다면...'이라는 제목으로 가상의 썸네일이 공유되기도 했다. 예컨대 '직원들 몰래 아이폰XS 구매한 후기', '동생 몰래 신라호텔 계산 안 하고 튀기', '천만구독 감사 이벤트! 20명 추첨 페라리 드려요' 등이다.

현재 해당 계정은 이 부회장 사칭 논란이 일자 '가상 팬 페이지'라는 설명을 프로필에 추가한 상태다. 삼성은 곧바로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페이스북 측에 해당 계정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이 부회장의 동생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도 이 사장의 사진만 게시하는 계정이 따로 있을 정도로 SNS에 일종의 '팬덤'이 형성돼 있다. 이들 SNS에는 "언니 얼굴 사랑해요", "예쁘고 멋있고 우아하고 아우라 있고 말로 표현이 안 된다, 이부진" 등 아이돌 팬 계정에서 볼 법한 댓글이 달린다.

친밀도 높아진 측면도 많아    

과거에 '재벌'이라고 하면 부정한 방법으로 부를 축적해 개혁의 대상으로 언급되는 등 부정적인 인식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이들을 추종하거나 친밀하게 느끼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기류를 두고 대상과 자신을 일치시키려는 '동일시' 현상으로 해석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한 매체를 통해 "예전에 '이부진은 재벌인데 검소하고 성격도 좋다'는 얘기까지 있었다"며 "경쟁이 치열한 사회에서 상대적 박탈감과 상실감을 부와 권력이 있는 재벌에 감정이입하는 등 반대급부적으로 해소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재벌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의 2030세대는 어쨌든 사회적 성취를 이룬 사람에게 장점이 있을 거라며 존중해준다"며 "여기에 인터넷 발달로 정보를 얻기 쉬워지면서 친밀도가 높아진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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