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철 편집국장
홍준철 편집국장

더불어민주당 8.29 전당대회 결과 이낙연 당대표 후보가 압도적으로 승리했다. 2위는 김부겸 전 의원이, 3위는 박주민 의원순이다. 결과적으로 김 전 의원이 2등을 했지만 내용으로 보면 사실상 3위로 체면을 구기게 됐다. 

김 전 의원은 전체 득표율중 45%를 차지한 대의원 투표에서 29.29%를 얻어 13.51%를 얻은 박 의원에게 이겨 2등을 하게 됐다. 하지만 나머지 권리당원(김 14.76%, 박 21.51%), 일반당원(김 18.05%, 박 19.15%), 일반국민(김 13.85%, 박 22.14%)에서 뒤졌다. 

특히 김 전 의원이 아픈 대목은 일반국민 여론조사 결과다. 즉 대중 인지도 조사에서 박 의원에게 두 자릿수 가깝게 졌다는 것은 ‘김부겸 흑서’를 발간해서라도 20여 년 정치생활을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73년생인 박 의원은 최고위원을 지냈지만 재선 의원이다. 물론 박근혜 정권을 무너뜨리는 데 단초를 제공한 세월호 참사의 변호사로 명성을 얻었다고 해도 김 전 의원의 이력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다. 

4선 의원에 그중 한 번은 민주당의 험지 중 험지로 불리는 대구에서 국회의원을 지냈다. 고위 당직은 원내수석부대표가 다지만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을 지냈고 문재인 정부에서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낸 그다. 게다가 여야를 막론하고 인맥이 두터워 여의도 마당발로 유명하다. 언론에 노출된 숫자만 봐도 박 의원에 비해 수십 배는 넘을 것이다.

그런 김 전 의원이 ‘세월호 변호사’라는 박 의원에게 권리당원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 인지도 조사에서 뒤졌다는 것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대의원의 표가 ‘그래도 김부겸 같은 사람이 당에 있어야 한다’는 정도의 까치밥을 줘 그나마 체면을 유지하게 됐다. 반면 친문 주류가 전폭적으로 지지한 이낙연 대표는 57.2%로 대의원 득표에서 압도했다. 

여야를 넘어 ‘인성’을 인정받는 김 전 의원이지만 ‘대권주자 김부겸’으로서는 망신을 당한 셈이다. 왜 이런 참담한 결과를 얻은 것일까. 일단 주변에 현직 금배지가 없다. 정치를 하면서 김부겸계를 만들지 않았다. 김부겸 캠프 인적구성을 보면 현직 국회의원을 찾기 힘들다. 

총괄본부장은 강영추 전 한국관광공사 감사가 맡았다. 캠프 남녀 대변인 역시 금배지 출신이 아니다. 전 김부겸 외곽조직인 새희망연대 대표 출신 설훈 의원은 진작부터 이 대표를 밀었다. TK 출신 이강철 전 청와대시민사회수석 역시 이 대표를 도왔다. 그렇다면 참모들이라도 국회의원을 만들려는 노력을 해야 했다. 지난 4.11총선에서 김 전 의원의 보좌관 출신인 하수진 후보가 군포에 출마했지만 경선도 못하고 컷오프됐다. 

도전해야 할 땐 양보했다. 지난 대선, 전당대회에서 김 전 의원은 없었다. 사정은 있었겠지만 돌아보면 아픈 대목이다. 여전히 ‘한나라당 갔다 온 인사’라는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또한 대한민국을 요동치게 했던 민감한 이슈가 터졌을 때 한가운데 있지 않았다. 정치·사회적 빅이슈가 터질 때 김 전 의원은 ‘당연한 말’만 했다. 참모들의 정무적 판단도 문제지만 역시 후보자의 책임이 더 클 수밖에 없다. 현재로선 차기 대권 도전을 위한 처방전을 찾기 힘든 상황이다. 청와대에서 총리나 비서실장 직을 기대할 수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그나마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지역이 생기면 도전하는 정도다. 

김부겸의 대권 도전은 중대 기로에 서 있다. 처음부터 다시 제로에서 시작해야 한다. ‘영남 후보’라는 강점과 친문과의 분명한 관계 설정, 그리고 ‘이낙연.이재명’ 두 인사 모두 불안한 대권주자라는 점을 최대 활용해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출발선에 서야 한다. 메시지는 분명하게, 차별은 확실하게, 그리고 행동은 신속하게 할 때다. 이제 누구의 눈치를 볼 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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